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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09. 2022

74화. 마지막 TV토론이 시작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3월 10일 하루는...”


  그곳에 모인 시민들이 박종원 후보에게 집중했다.


  “3월 9일은 여러분이 투표를 하시고 아마 3월 10일 새벽 서너 시 정도면 어떤 분이 제20대 대통령이 됐는지 결정이 났겠죠?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3월 10일 하루는 대한민국의 모든 식당에서 투표 인증샷을 보여드리는 분에게는 무료로 대접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식당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은 국가가 지원하겠습니다! 투표는 전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일동 함성과 환호성.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 선거가 이제 8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전 투표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꼭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힘드실 거 같으면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에 사전 투표하시면 됩니다!”


  기호 5번 박종원! 박종원 대통령! 밥은 먹고 다니냐!


  박종원 후보는 인파를 헤치며 홍대 걷고 싶은 거리로 걸음을 옮겼고, 시민들은 박 후보를 따라다녔다.


  “반갑습니다! 기호 5번 박종원입니다!”


  박 후보는 시민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어린이가 보이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안아주었다.


  박 후보의 스마트폰에는 동시 접속자가 20만 명이 넘게 찍혔고, 식당과 카페에 들어가 있던 시민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놀랐는지 창문 바깥의 풍경을 보며 휴대폰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박 후보가 스마트폰을 보며 중계했다. 그 와중에도 인파들이 박 후보의 몸을 밀쳤고 오상일 피디는 막느라 정신없었다.


  “여러분, 지금 보이십니까? 제가 힘이 없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여기에서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 홍대입구역에서 여러분의 뜨거운 열기 가득 느꼈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전철을 타고 다음 역으로 가겠습니다. 어느 역으로 가냐고요? 오늘이 3‧1절 아닙니까? 종로3가역으로 가겠습니다.”


  박 후보는 홍대입구역으로 들어가 전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환승하여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왔다.


  박 후보는 탑골공원의 동문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에는 어르신들이 박 후보를 봤고, 박 후보는 어르신들에게 허리를 숙여 연신 인사를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르신, 박종원입니다. 기호 5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 후보를 알아본 어르신들은 반가운 표정 하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고,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외면하는 분들도 보였다.


  “어르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80대로 보이는 한 어르신이 다가왔다.


  “그려, 애쓰는구먼, 열심히 혀.”


  “예, 감사합니다.”


  박 후보가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는데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쓰긴 뭘 애써? 요리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 한다고 그려?”


  “다른 후보는 뭐 볼 게 있어? 비리가 얼마나 많어? 근데 저치는 그런 거 없잖어?”


  “대통령이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민지당이 해준 게 뭐 있어? 국민의심도 마찬가지여!”


  박 후보가 미소를 지으며 어르신들에게 다가갔다.


  “어르신들, 싸우지 마세요. 제가 두 분 힘드시게 했네요. 죄송합니다.”


  “어? 아니여. 이 넘이 좀 덜 떨어져서 그런 겨.”


  “뭐여? 이 넘아? 니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겨?”


  “어유 어르신들 그러지 마시고요.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까 민지당도 싫고 국민의심도 싫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저희 식당 찍어주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박 후보는 탑골공원 동문을 들어갔다. 오른쪽에 정자가 있었고 바로 앞에 독립선언비가 보였다.


  “네, 독립선언비가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바로 그곳입니다. 100여 년 전 그 함성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날의 그 함성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홍대입구역만큼은 아니었지만 탑골공원에서 망중한을 즐기던 어르신들이 서서히 박종원 후보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박 후보는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었다. 카메라로 어르신들을 비추었다.


  “어르신들,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분들이 20만 명도 넘네요. 여기 보고 같이 인사하실까요? 안녕하세요~~”


  박 후보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가까이에 있던 어르신들도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지금 여기는 탑골공원입니다. 1909년 3‧1 운동이 시작된 바로 그곳인데요, 여기 계신 어르신들한테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저를 별로 탐탁지 않아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래도 많은 어르신들이 저를 알아보시고 응원을 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박 후보는 어르신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들도 화답을 했다.


  박 후보는 탑골공원 안을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인사했고,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을 힐끔거렸고 장기판에 훈수를 두다 혼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탑골공원을 나와 3호선 종로3가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강남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여 출발지였던 9호선 신논현역 1번 출구로 올라왔다.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네, 여러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게릴라 전철과 거리 유세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 마지막 TV토론이 있으니까 이제 준비하러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렇게, 3월 1일이 저물어갔다.

.

.

.


  3월 2일 수요일. D-7. 오전 10시.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품에서 접힌 A4 용지를 꺼냈고 펼쳤다. 앞에 자리 잡은 기자들을 본 후 낭독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해 8월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의 나라로’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기득권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치 기득권을 깨기 위해 정치 스타트업을 창업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중략)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의 진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던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기득권 깨기를 규정하고, 최우선 과제로 ‘정치교체’를 내세워 대선판의 최대 담론으로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여기에 기초해서 타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정치교체와 민생개혁을 제안했고, 민지당 이정명 후보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습니다. 제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준 당원들, 저의 손을 잡아주신 시민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는 유세차 한 대도 없이 선거운동을 해왔습니다. 모두가 운동화를 유세차 삼아 깨끗한 선거, 투명한 선거, 울림이 있는 선거를 해왔습니다. 이번 대선을 기득권 양당 구도, 지긋지긋한 진영 싸움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대선으로 만들겠다는 마음 하나로 서로를 격려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략) 저는 오늘부터 이정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습니다. 기득권 정치 구조가 다 타버린 들판에 희망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꽃 피울 때까지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돕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동인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민지당 이정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단 둘이서 하는 토론도 했고, 어제도 만나서 많은 얘기 나눴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공동정부를 이루어 새로운 정치교체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국민의심에서는 반발과 조롱이 담긴 논평이 대변인의 이름으로 나왔다.


  “매우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동인 후보는 지난해 11월 기득권과 약탈의 나라를 기회와 공정의 나라로 바꾸겠다며 신당을 창당했습니다. 그런데 대정동 부동산 게이트와 부인의 법카 횡령으로 악명이 높은 이정명 후보야말로 약탈 기득권의 대명사 아닙니까. 이럴 거면 왜 굳이 창당을 했는지 국민이 보기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두 후보가 명분으로 삼은 정치교체도 국민에게는 허망한 느낌을 줄 뿐입니다. 더군다나 이정명 후보는 심지어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에게도 연대 제의를 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잡탕 연합은 국민이 바라는 통합정부가 결코 아닙니다.”


  정이당 심상순 후보도 약간의 조롱이 섞인 논평을 했다.


  “김동인 후보 그렇게 안 봤는데 심지가 강한 분이 아니었네요. 지난번 이른바 군소후보들의 토론에도 참가하지 않아서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분으로 생각했는데 고작 거대 여당의 품에 안기려고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인 후보의 앞날에 꽃길이 있기를 응원합니다. 저는 어떤 상황이 생겨도 좌고우면 하지 않고 저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국민의심 안철순 후보는 담담하게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김동인 후보님의 결단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저도 다 아시는 것처럼 단일화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길을 걸어왔는데, 이정명 후보님과 김동인 후보님은 아름다운 단일화에 성공하신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느낌입니다.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입장을 발표하면서 은근히 윤정열 후보를 디스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윤정열 후보에게도 전해졌는지, 앞서 논평을 한 대변인과는 별도로 기자들 앞에서 피하지 않았다.


  “에, 이정명 후보와 김동인 후보님의 단일화 모습 참 잘 봤습니다. 두 분이 워낙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점에서 두 분이 단일화를 하신 방식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에 김동인 후보님이 이정명 후보님에게 여론조사로 누가 이기는지 결정하자고 했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상상에 맡깁니다.”


  윤정열 후보의 논평은 누가 봐도 안철순 후보를 향해 날린 날카로운 화살이었다.


  박종원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동인 후보의 결단 잘 봤습니다. 많은 고뇌가 있었다는 게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동안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는데요, 김동인 후보님을 만나 상의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대선 경쟁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대선을 일주일 남겨놓은 3월 2일 수요일 오후 8시. 마침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후보 TV토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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