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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11. 2022

76화. 전라도가 주는 메시지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박종원 후보님은 단일화를 할 생각은 없습니까?”


  박 후보가 씨익 웃었다.


  “저는 단일화를...”


  박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안철순 후보가 변장을 하고 그를 찾아왔던 날, 그가 어떤 조언을 했는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안철순 후보가 박종원 후보와 얼굴을 마주 하고 조언을 구한 건 첫째, 자신이 공개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었고, 박 후보는 좋다고 의견을 보탰다.


  두 번째,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제안을 할 때 핵심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건데, 그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 국민의심과 합의해서 시행한 방식이 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자고 제안하면 어떻겠는지를 물었다.


  안 후보는 무척 좋은 아이디어라고 흡족해했다.


  그 후에 안철순 후보는 실제로 윤정열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단일화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단일화를 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서울시 보궐 선거 전례를 따르자고 제안했음은 다 아실 거다.


  그런데, 그날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게 한 가지 사안을 더 얘기했다.


  “근데, 국민의심 쪽 돌아가는 걸 보면 굳이 안 후보님하고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요, 공개적으로 한 제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안 후보는 고민했다.


  “일주일 정도 기다려보다가 답이 없으면 제가 나서서 철회를 해야죠. 더 이상 단일화의 단 자도 꺼내지 말자고요.”


  박 후보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만약 그런 상황까지 가도 국민의심이 그냥 포기하고 말까요? 어떤 방식으로든 압박이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들 하잖아요. 당근과 채찍이요. 그럴 경우에 대비한 방책이 있습니까?”


  안 후보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것, 다당제로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동의를 한다면 누구라도 손을 잡을 수는 있겠죠.”

.

.

.


  박종원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단일화는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일화라는 게 우리나라 선거에서 늘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게 투표 제도, 선거구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그런 개혁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요, 저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데 최대한 힘을 모을 거고, 뜻을 같이 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할 수도 있고 연대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명의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 말씀은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박 후보가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아직은 확답해드리지는 못합니다.”

.

.

.


  3월 4일 금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일 남겨둔 날.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박종원 후보는 오전 10시에 캠프 인근 주민센터에서 아내 소무진과 함께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고, 먼저 캠프에 와서 박종원 작가를 불렀다.


  노트북이 나타나고 모니터가 펼쳐졌다.


  - 드디어, 사전투표가 시작되네요, 후보님. 오늘 하실 건가요?


  ‘네, 이따 10시에 와이프 손잡고 같이 하기로 했어요. 사전 투표지만 실감 나기 시작하는데요? 박 작가가 볼 때 현시점 판세는 좀 어떤 거 같아요?’


  - 제가 뭐 정치평론가도 아닌데 얼마나 제대로 알겠어요? 그야말로 느낌인 거죠. 제가 정신을 잃고 박 후보님 몸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조금 달라진 건, 뭐랄까요. 전보다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넓어진 겉 같아요.


  ‘그니까요, 그 시선이 궁금하네요.’


  - 일단 드는 생각은, 오늘 하고 내일까지 하는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 같아요.


  ‘오~ 역대 최고치요? 가만, 지난 대선 때 사전투표율이 얼마였더라...’


  박 후보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2017년 5월 9일에 있었다.


  사전투표율은 26.06%였고 전체 투표율은 77.2%였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국회의원선거는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선거였다.


  사전 투표율은 26.9%였고 전체 투표율은 66.2%였다.


  시기적으로 가장 최근에 치른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54%였다.


  ‘지난 19대 대선이 26%였네요. 이 정도도 상당히 높은 거 같은데, 이번에는 더 높을 거 같다는 거죠?’


  - 네, 많은 선거가 격돌하는 진영들이 자신들의 모든 걸 걸고 싸웠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 총만 안 들었지 그 어느 때보다 사생결단을 하고 있어요. 그걸 더 확실하게 해 준 게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투항을 한 사건이고요.


  ‘아, 안철순 후보하고 윤정열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기보다는 투항이라고요.’


  - 국민의심 이준식 당대표 하는 말도 보세요. 단일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있어요. 윤정열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 후 사퇴라고 하잖아요.


  ‘정말 그렇네요. 합당 후에 당을 공동 운영하기로 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죠. 저도 안철순 후보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입장에서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갑자기 했는지 납득이 안 가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 그래서 전선이 더 명확해졌어요. 안철순 후보가 그래도 지지율이 10% 가까이 갔다는 건 정말 무시 못 할 진영이죠. 그 10%에게 안철순 후보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는 거예요. 이게 과연 오늘부터 진행되는 투표에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올까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과연 그랬다.


  사전투표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36.93%로 37%를 찍었다.


  4,419만 7,692명이라는 전국의 유권자들 중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본 투표를 할 수 있는 3월 9일이 아닌, 3월 4일과 5일에 투표장으로 가서 표를 행사한 분들이 1,632만 3,602명이나 된 것이다.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전국 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 이후 30%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동안 언론매체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가리켜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프레임을 노골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오미크론의 폭발적인 증가세로 투표율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지역별로 볼 때 사전투표율 상위권을 차지한 곳은 전라도 지역이다.


  전남은 무려 51.4%, 전북 48.6%, 광주 48.3%가 사전투표를 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도대체 왜 전라도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투표를 한 걸까.


  대한민국에서 유독 전라도 사람들만 3월 9일에 놀러 가거나 다른 일을 계획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까.


  유독 전라도 사람들만 3월 9일 직전에 오미크론에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 그전에 후다닥 해치우자는 생각을 한 이들이 많았다는 걸까.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 건, 안철순 후보의 단일화 결정과의 관계이다.


  박 후보는 박 작가와 안철순 후보는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했을지도 얘기를 나누었다.


  ‘안철순 후보가 정치에 들어온 게 11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벌써 이게 몇 번째 철수인 거죠?’


  - 아마 11번째 철수일 겁니다.


  ‘네? 11번이요? 안철순 후보가 얘기한 건 이미지가 그렇게 덧씌워졌다는 거지 자기가 물러난 건 한두 번이라고 억울하다고 하던데요.’


  - 그거야 안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겠죠. 오죽하면 또철수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2011년에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박원순에게 양보한 게 처음 철수한 거죠?


  - 그렇죠. 굉장히 신선한 철수였죠. 아마 안철순 후보 정치인생에서 가장 좋은 철수였을 거예요.


  그랬다.


  안철순 후보의 시작은 감동을 주는 철수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2012년 문대인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선거운동을 벌이던 그는 대선 당일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을 시작으로 그 후에도 수많은 창당과 이별 등의 철수를 하는데, 그러한 부정적 철수의 결정판이 이번에 나온 것이다.


  - 안철순 후보를 그동안 지지해 왔던 10% 사람들이 얼마나 배신감이 컸을까요? 그분들은 아마도 안철순 후보가 누누이 얘기해온 새 정치나 다당제, 거대 기득권 양대 정당 타파에 공감해온 분들이겠죠.


  ’하긴, 이번 선거에서만 해도 단일화가 최종 결렬된 뒤에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 대해 얼마나 강한 비판을 많이 했어요. 윤정열 후보를 찍으면 1년 뒤에 손가락을 자를 수 있다, 고 유세장에서 말했죠.


  - 그거뿐인가요. 머리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전문가를 쓸 수 있다고도 했죠. 그런 머리가 없는 사람이 윤정열 후보라고 했죠.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마지막 토론이 끝나고 그렇게 바뀌게 된 건지.’


  - 그날 토론회 현장에서는 이상한 낌새는 없었나요?


  박종원 후보는 머리를 긁적이며 천장을 봤다.


  ‘글쎄요. 안 후보 넥타이가 빨간색이었다는 거, 두 번째 토론하고 비교해보면 윤 후보에 대한 공격의 강도가 살짝 무뎠다는 정도?’


  - 상식적이지가 않다는 건, 그날 새벽에, 뭔가 큰 거래가 있었다는 거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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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논현동주민센터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얼핏 봐도 200여 명이 훌쩍 넘어 보였다.


  박종원 후보와 소무진이 다가오며 놀란 표정을 했다.


  "우와~ 지금 저 줄이 사전투표 줄인 건가?"


  "예, 그런 거 같은데요."


  "우와~ 내 평생 사전투표 줄이 이렇게 긴 건 또 처음 보네. 지금 아침 10시밖에 안 됐잖아요."


  "빨리 가서 줄 서요, 여보."


  박 후보 부부가 맨 끝에 줄을 섰다. 기자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었지만, 박 후보는 인사만 했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 박 후보와 소무진은 사전 투표를 했다.


  주민센터 앞에 나와서야 기자들 앞에서 얘기했다.


  “오늘 열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기록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대통령 선거에 온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거니까 저도 본 투표일 전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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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일 토요일 사전투표 2일 차가 진행되었고, 3월 6일 일요일, 각 후보들은 3일을 남겨놓은 주말, 한 표라도 모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유세를 했다.


  그리고, 3월 7일 월요일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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