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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12. 2022

77화. 대선후보수다에 초대합니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3월 7일 월요일, 대통령 선거를 위해 각 후보와 운동원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딱 이틀 남겨둔 날이 밝았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판세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지역들에 집중해서 유세를 펼쳤다.


  저마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거리의 시민들 앞에서 목 놓아 외쳤다.


  자발적으로 지지를 하는 시민들과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는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후보들의 표정과 몸짓, 음성을 주의 깊게 보고 들었다.


  윤정열 후보와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선언하고 후보를 사퇴한 안철순 후보는 주말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결국 윤정열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공동유세를 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심상순 후보도 지역을 돌며 자신의 강점을 호소했는데, 특히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사퇴하고 기득권 양당 구도에 몸을 맡긴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야말로 기득권이 아닌 정치개혁의 대안이며, 다당제 개혁을 위한 유일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박종원 후보는 남은 이틀간의 선거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두고 고민했다. 거대 정당의 후보가 아니기에 가능한 고민이리라.


  오전 8시. 캠프 사옥 3층.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를 호출했다. 노트북이 나타나고 모니터가 열렸다.


  - 박 후보님, 이제 딱 이틀 남았네요.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아시다시피 우리 당은 민지당이나 국민의심 같은 대대적인 물량은 없잖아요. 유튜브 채널 하고 기동성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긴 하죠.'


  - 그렇긴 하죠. 오늘은 어떤 일정을 할 계획이세요?


  ’그동안 바빠서 못한 박종원의 심야식당을 저녁에 해볼까 해요.'


  - 초대 손님은 어떤 분들로요?


  ‘공식 토론은 끝났고 또 할 순 없으니까, 저라도 자리를 마련해서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뭐 말이 토론이지 식사하면서 수다 떠는 자리 가져보자는 거죠. 그래, 대선후보수다가 좋겠네요.'


  - 대선후보수다, 좋은 거 같네요. 이번 대선이 토론다운 토론이 별로 없었다고 말이 많았잖아요. 의도는 너무 좋은 거 같습니다. 근데 누구누구 부르시게요?


  ’그래도 명색이 박종원이 하는 심야식당인데 선관위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좀 그렇겠죠?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전부 다 부를까 해요.'


  - 전부 다요? 그럼, 이른바 군소 후보들도요?


  ‘그럼요. 저도 운 좋게 지지율이 높아서 유력 후보 대접받은 거지 당력만 보면 군소 후보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고 서러울지 충분히 이해 가요. 뭐 안 오신다거나 불가피한 선약이 있는 분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초대는 다 하려고 해요.


  - 하긴, 군소후보 TV토론을 밤 11시인가에 했죠. 거기에서 허경제 후보가 방송 관계자에게 호통을 쳤잖아요. 똑같이 3억 냈는데 왜 남들 자는 시간에 와서 토론을 하게 하냐고요. 그 후보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맞는 말이고, 또 짠하긴 하더라고요. 이따 어떤 후보들이 진짜로 올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도 궁금해요. 안철순 후보도 김동인 후보도 초대는 하려고 해요.‘


  - 대박! 올까요?


  ’그야 모르죠. 안 후보님한테는 그냥 물어보고 싶어요.‘


  - 뭘요?


  ’단일화해서 행복한지요. 그날 국회 소통관에서 윤정열 후보하고 나란히 서서 공동선언문 발표하고 나서 두 사람이 포옹을 하는데 그때 안 후보님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요.‘


  - 저도 그 장면 인상 깊게 봤어요. 무슨 항복 사인 한 적장 같았어요. 어디 끌려가는 표정 같기도 하고요. 단일화를 선언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슬퍼 보이고 복잡 미묘해 보이는 건 처음 봤어요. 게다가 윤 후보는 읽은 선언문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잖아요.


  ’안 후보님이 이거 안 가져가요? 해서 다른 사람이 겨우 가져갔죠. 어쨌든 오시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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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이틀 남겨두었기에 민지당과 국민의심에서는 시간을 쪼개 유세를 해야 했기에 어느 지역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가느냐가 중요했다.


  국민의심에서는 오전에 제주도를 찾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무슨 일에선지 제주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수도권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윤정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제주도를 찾지 않은 유일무이한 후보로 대선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제주도의 언론은 물론 여러 곳에서 비판이 일어났고, 하루를 남겨놓게 되는 8일에는 전격적으로 제주도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그에 비해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예정대로 7일 오전 제주도를 찾았다.


  “작은 섬이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왔습니다. 제주도에서 이기면 대한민국에서 이기지 않습니까? 저를 밀어주십시오!”라며 제주도민의 표심을 자극했다.


  심상순 후보는 충청지역과 경기도를 집중 돌며 자신의 강점을 알리기 바빴다.


  박종원 후보는 유튜브 생중계로 오늘의 일정을 알리면서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제안을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모레로 다가왔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날이 딱 이틀 남았는데요,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선거운동하고 계시는 모든 후보님들에게 제안합니다. 오늘 저녁 6시, 박종원의 심야식당으로 초대합니다."


  휴대폰을 통해 영상을 보는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유세 현장의 운동원들도 휴대폰을 보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셨던 후보님들도 있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캠프 안에는 작은 요리 스튜디오가 있는데요, 그동안 시간 날 때마다 박종원의 심야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초대 손님들을 모시고 제가 만든 음식을 나누면서 수다 떠는 겁니다. 유튜브 생중계가 되고요. 그래서 후보님들을 다시 한번 모시고 얘기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오다 워낙 선거 운동 기간이 쉴 틈 없이 흘러가지 않았습니까? 문득 오늘 아침에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고선 안 되겠다,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거 전 날인 내일은 모두 바쁘실 테니까 조금은 갑작스럽지만 오늘 그냥 하자는 생각입니다. 전에는 몇몇 후보님들만 모셨는데요, 오늘은 현재 같이 경쟁하고 있는 모든 후보님들에게 초대장을 띄웁니다. 기호 1번부터 15번까지 있죠? 시간이 되시고 여건이 허락되시는 모든 대선 후보님들을 환영하겠습니다. 오셔서 제가 만든 음식 드시면서 자유롭게 선거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토론일 수도 있고, 수다겠죠. 그래서 이름을 이렇게 지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대선후보 심야수다‘라고요. 그럼, 오후 6시에 문 열겠습니다.”


  카메라에서 벗어나려다가 깜빡한 게 생각났다는 듯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아, 후보님들 중에 두 분이 사퇴를 하셨는데요, 안철순 후보님하고 김동인 후보님이요. 두 후보님에게도 같이 초대를 한 겁니다. 뭐 오시는 거야 두 분이 결정하셔야겠지만요. 자, 이따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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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가장 이슈가 된 뉴스는 대정동 부동산 의혹 관련 녹취록이었다.


  탐사전문그룹 뉴스파타에서 단독 보도한 내용인데, 대정동 관련으로 구속되어 있는 김천배 기자가 지난해 9월에 한 기자와 대화를 나눈 장면이었다.


  대정동 부동산에 민간 개발을 위해서 종잣돈이 된 1천억 원 정도가 부산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건데, 당시 해당 수사를 맡고 있던 검사가 윤정열 후보였고 문제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중요한 건, 대정동의 핵심 관련자인 김천배 기자의 음성이 처음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당장 민지당에서 격한 반응이 나왔다. 대변인이 격하게 발언했다.


  “그동안 대정동의 몸통을 이정명 후보라고 국민의심에서 내내 공격해 왔는데, 그게 전혀 아니라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윤정열 후보는 지난 TV토론에서 이정명 후보가 대정동 관련 특검을 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이 된다 해도 책임을 지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대답이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유세를 하던 이정명 후보도 녹취록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국민의심에서도 반격에 나섰다. 이준식 당 대표가 코웃음을 쳤다.


  “왜 민지당에서는 늘 범죄자들이 하는 말만 가지고 와서 진실이라고 주장하는지요? 이 녹취록 보도는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의 선거공작으로 보입니다. 보통 선거에서 다급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라고 했고, 한 선대본부장의 간부는 SNS에 ’풋‘이라고 적었다.


  유세를 하던 윤정열 후보도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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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오후 6시.

  박종원의 심야식당의 불이 켜졌다. 카메라가 돌아갔고, 모니터에 화면이 나왔다.


  조리복을 입은 박종원 후보와 앞치마를 두른 황규익 작가가 세팅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번 대선에 정식 후보로 출마한 이는 15명이다. 이중 안철순 후보와 김동인 후보가 자진 사퇴를 하여 현재 공식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는 13명이다.


  박종원 후보는 호스트가 되니, 심야식당에 초대장을 보낸 후보는 12명이 되는 셈이다. 물론 사퇴한 두 후보에게도 초대장을 보내긴 했지만 그들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심야식당의 바에는 총 12개의 의자를 배치했고, 2개의 의자를 구석자리에 예비로 두었다. 12개의 접시와 나이프, 포크, 젓가락과 숟가락 세트가 비치되었다.


  박 후보와 황 작가는 손을 닦으며 바를 둘러봤다.


  “이제 얼추 세팅은 됐네요. 뭐 배 터지게 먹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뭐 빠진 게 있을까요?”


  “다 된 거 같은데요. 이제 손님들만 오시면 되겠는데요. 빠진 거 있으면 그때그때 하면 되겠죠. 어차피 한꺼번에 오실 분들은 아니니까 누구든지 오는 대로 준비한 음식 나가면 되겠죠?”


  “그렇죠. 아직 쌀쌀하니까 뜨끈한 어묵 국물부터 드리면 됩니다. 그나저나 몇 분이나 오실까요?”


  “글쎄요... 이정명 후보하고 윤정열 후보나 심상순 후보는 유튜브 보니까 지방 열심히 돌고 계시던데요, 다른 후보들은 또 어떨지...”


  그때, 입구가 열렸고, 들어오는 발이 보였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고, 박 후보와 황 작가는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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