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마지막 회). 박종원 깨어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48.6 대 47.8.


불과 0.8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1천639만 4천815표 vs. 1천614만 7천738표.


4천여 만 명에 육박하는 전체 투표자 수 중에서 불과 24만 7천77표 차이.


군사독재 이후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직선제를 갖게 된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이후 이번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총 8번의 선거에서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가장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그에 비해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초박빙 승부를 통한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대선 중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2위 후보가 됐다.


3월 9일 오전 6시에 시작된 본 투표는 오후 7시 30분에 확진자들의 투표를 끝으로 종료됐고, 7시 30분 일제히 발표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도 1대 1로 엇갈렸다.


지상파 3사가 연합하여 측정한 출구조사에서는 윤정열 후보의 신승을 점쳤고, 종편 채널 jpbc가 단독으로 행한 출구조사에서는 이정명 후보의 신승을 예상했다.


오후 8시부터 개표가 시작됐고 초반에는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앞서는가 싶더니 자정을 통과하면서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역전을 하기 시작, 3월 10일 새벽 3시경에 승패가 결정됐다.


많은 국민이 새벽 5시, 6시 정도까지 잠을 못 자고 최종 승패를 확인했다.


특기할 만한 건, 무효표가 30만 7천542표로 당선을 가른 표 차이보다 무려 6만 465표나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무효표가 급증한 건 중도에 사퇴를 한 안철순 후보, 김동인 후보, 박종원 후보의 사퇴 사실이 투표용지에 반영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나아가 세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달 23~28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을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의도를 가지고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을 한 적극적인 의미의 무효표도 꽤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이 그야말로 온 국민의 심장을 밤새 쫄깃하게 만든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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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목요일.


당선인이 된 윤정열 후보는 문대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았고, 직접 통화를 하여 덕담을 주고받았다.


국민의심 당사에서 기쁨의 해단식을 환호 속에서 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도 당사에 나와 눈물의 해단식을 했다.


윤정열 후보에게는 즉각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 인력이 배치되었고, 이정명 후보는 홀로 차에 올랐다.


비슷한 시각. 박종원 캠프 사옥 1층.


오랜만에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각 테이블에서는 선대위원들과 당직자들이 자리하여 고기를 굽고 쌈을 싸고 치맥 혹은 치소를 하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옮겨 다니며 수다를 떨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여러분 없었으면 정말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식당의 한식위원회 위원장 구반길 셰프와 양식위원회 박찬이 셰프, 중식위원회, 일식위원회 위원장들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후보님. 아니 이제 대표님인가? 저희는 한 것도 없어요. 도움이 되지 못해 늘 죄송했어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오늘 많이 드시다 가세요.”


박 후보가 다음으로 옮긴 테이블에는 나영식 피디, 정지무 대표, 오상일 피디가 앉아 있었다.


“우리 홍보와 이슈 메이킹을 확실하게 해 주신 분들이 와 계시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세 사람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말씀을요. 후보님이야말로 큰 결심까지 하시고. 맘고생 많이 하셨죠. 수고하셨습니다.” 라며 나영식 피디가 소주를 따랐다.


“완주하셨으면 새 대통령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잖아요. 전 그게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끝까지 가보시지 그러셨어요.”


정지무 대표가 건배했고 오상일 피디도 잔을 부딪쳤다.


“다음 대통령 선거 영상 작업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럼요. 이번에 호흡 맞췄으니까 이제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전 또 다른 분들 위로하러.”


이번에 박 후보가 자리를 잡은 곳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황규익 작가가 있는 곳이었다.


송기령 대표와 유현중 교수, 김상육 교수와 최욱이, 정양진이 일찌감치 와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최욱이가 우삼겹을 불판 위에 올렸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오늘 우삼겹 확실히 먹고 가겠습니다. 양진이 형, 오늘 매볼쇼 생방 그냥 여기서 하는 거 어때?”


박 후보가 재빨리 화답했다.


“그거 괜찮겠네요. 저쪽에 스튜디오도 완비되어 있어.”


송기령 대표가 쌈을 올리며 말했다.


“진짜 요즘은 합방이 트렌드잖아요. 박종원의 심야식당 하고 정양진 최욱이의 매볼쇼를 같이 하면 너무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그렇겠네. 우리 진지하게 고민해봅시다. 그나저나 이렇게 즐겁게 웃어줘서 정말 감사해요. 보잘것없는 저 대통령 만들겠다고 애써주셔서 감사해요.”


“대표님이야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아마 다음 정부에서 진지하게 일해보자고 제의 오지 않을까요?”


“맞아. 청와대에서 무슨 수석 자리 맡아달라거나, 식약처장 어떠시냐고 제안 오지 않을까요?”


박 후보가 쌈을 입에 넣으려다 멈칫했다.


“식약처장이요? 그건 좀 땡기네.”


일동 웃음.


박 후보는 쌈을 입 안에 넣고 우적우적 리드미컬하게 씹었다.


“그래도 이번에 대선 뛰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모두가 박 후보를 쳐다봤다.


“대통령이 되어야겠다고요.”


모두가 놀란 눈을 했다.


“식당 대통령이요.”


일동 웃으면서 강한 긍적의 끄덕임.


“그래, 식당 대통령이라면,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걸 좀 구상해보려고요.”


“식당 대통령이라... 기대되는데요.”


테이블의 모든 사람들이 건배를 했다.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후보님, 일어서서 멋지게 건배사 어떠세요? 다들 수고하셨는데요.”


박 후보가 웃으며 일어났다.


“여러분, 각자 잔 좀 채워보실까요? 술 안 되시는 분들은 물이나 음료수 채우시면 되고요.”


1층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잔에 술과 물을 채웠다. 박 후보도 소주잔을 채운 후 높이 들었다.


“여러분, 부족한 저와 한께 큰 꿈을 꾸며 달렸던 시간, 정말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고요, 다음에 또 함께 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선거 전 날에 스톱한 이유는요..."


일순, 모두가 박 후보를 주시했다.


"계속 가다가 진짜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실 거 같더라고요.”


일동 웃음.


“어? 이 웃음의 의미는 뭐죠? 헤헤. 정말 좋은 경험 했습니다. 자, 그러면 선거 운동하면서 수도 없이 외쳤던 우리 식당의 슬로건을 외쳐 볼까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선창을 했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박종원!"

"대통령!!!"


다 같이 술을 마쳤고 박수와 환호성을 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악수하고 주먹을 부딪치고 포옹했고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박종원 캠프의 해단식이 한낮을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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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캠프 3층.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를 호출했다. 노트북이 나타났고 모니터가 켜졌다.


한동안 모니터에는 아무 글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후보의 표정에도 여러 가지가 스쳤다.


‘뭔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 중인가 보죠?“


- 수, 고, 하, 셨, 습, 니, 다.


박 후보의 눈가가 살짝 빛이 비치는 듯했다.


’박 작가님이야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드신 분이잖아요.‘


- 새 대통령도 나왔네요. 저야 당연히 박종원 대통령을 보고 싶었는데...


’뭐, 제 그릇이죠. 그래도 덕분에 제가 살아오면서 저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네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 며칠은 좀 쉬셔야겠죠? 혹시 앞으로 어떻게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좀 해주신 게 있나요?


’글쎄요. 박 작가님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 있을 거 같은데요? 도대체 언제까지 제 안에 있어서 이렇게 모니터하고 대화하고 그러는 거예요?‘


- 후보님, 혹시 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좀 봐주실래요?


’어? 배터리가 있어요?‘


박 후보가 고개를 내밀어 노트북 모니터 우하단을 봤다.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 거기 아래쪽에 ’^‘ 표시 안 보여요?


’아, 이거요?‘


- 그걸 손가락으로 터치해보세요.


박 후보가 ’^‘를 검지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창이 떴고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어 있었다.


- 몇 %라고 되어 있어요?


박 후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1%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건 충전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네?‘


- 충전 방법은, 저도 몰라요.


’네? 그게 말이 돼요?‘


- 네, 저도 배터리가 있다는 걸 안 게 얼마 안 됐어요.


’그럼, 이게, 0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글쎄요. 아마도, 꺼지겠죠?


’이렇게 갑자기요?‘


- 일단 인사부터 드릴게요. 그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마 이제 다시 원래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박 후보님은 원래대로의 박 대표님이 되시는 거고요, 저는... 모르겠지만.


박 후보는 배터리 표시를 손으로 계속 눌렀다.


’이게 어떻게 뭐가 안 되나? 분명히 무슨 충전 방법이 있을 텐데요.‘


- 애쓰지 마세요, 후보님. 원래 이렇게 된 것도 저나 후보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된 거니까요, 다시 리셋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후보님은 다시 예전처럼 프랜차이즈 대표로 승승장구하시면서 방송 활동하시면 될 거예요.


’가만, 그럼 혹시 내가 정치 선언하고, 식당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고 했던 이 모든 게 없어지는 걸까요?‘


-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였다. 배터리가 깜빡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어? 배터리가 깜빡거려요!‘


-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럼.


깜빡깜빡거리던 노트북의 배터리가 1에서 0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 모니터가 꺼졌고 노트북이 닫히면서 사라졌다. 박종원 후보는 멍하니 사라진 지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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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대표가 눈을 떴다.


거친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박종원 대표님, 왜 답을 안 하십니까?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국회의원이 얼굴을 붉혔다.


2018년 10월 18일. 국회 국정감사장. 식당 프랜차이즈 대표이자 잘 나가는 방송인으로서 참고인의 자격으로 와 있다.


박종원 대표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질문을 다시 한번만...”


더 큰 소리가 날아들었다.


“박종원 대표가 운영하시는 식당들이 정작 골목식당을 해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질문입니다. 골목식당 관련 방송도 하시면서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의원님에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을 하는 이유는 식당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의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식당 창업하는 게 너무 쉽거든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여기 국정감사장이에요. 말씀 똑바로 하세요!”


조금도 변한 게 없군.


“아니, 의원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먹는장사라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뭘 어쩌시려고요?”


모든 국회의원과 국정감사장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이 박종원 대표에게 몰렸다.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볼륨이 더욱 높아졌다.


"뭐요? 대통령이요? 무슨 대통령이 아무나 되는 줄 알아요? 무슨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예요?"


박 대표가 씨익 웃었다.


“식당 대통령이요.”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들이 혀를 찼고, 기자들의 셔터 소리와 키보드 소리가 들렸고, 박종원 대표는 국정감사장을 나갔다.


“그래, 식당 대통령 해보자고!”


박종원 대표가 뚜벅뚜벅 국회 복도를 걸어갔고, 국회 본청 앞에 섰다.


씨익,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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