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선거 하루 전, 박종원 후보의 결단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3월 8일 화요일 오전 7시. 캠프 사옥 3층. 구석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다.


손 하나가 올라왔고 더듬거리다 알람 소리를 내며 떨던 스마트폰의 알람을 멈췄다.


“으아~~~~”


기지개를 하며 박종원 후보가 일어섰다.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을 들어 쳐다봤다. 7시 2분.


‘기어이 여기까지 왔네요.’


그때 박 후보 앞쪽으로 노트북이 나타나며 모니터가 열렸다.


- 어제 살짝 드신 건가요?


‘네, 그동안 선거운동하면서 거의 안 마셨는데, 어제는 후보님들이 권하기도 하고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줘서 그런지 조금 더 마셨네요.’


전날 있었던 박종원 후보가 주관한 대선후보들과의 수다 자리는 결국 자정을 넘겨 정리가 됐다.


거금 3억 원을 내고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지만 워낙 미디어에 노출이 되지 않았던 후보들이었던지라 수 시간 동안 생중계되는 박종원의 심야식당을 저마다 자신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공간으로 삼았다.


동시에 군소 후보라는 이름으로 외롭게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톡톡히 겪었던 서러움들이 묻어 나왔다.


또한 박종원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후보에게 가지는 기대감을 표했다.


허경제 - 저는 삼삼정책이라고 해서 2,30년 전부터 매뉴얼로 만든 공약이 있거든요. 아이 낳으면 돈 주자고 주장한 게 20년도 넘었어요. 그땐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했거든요. 근데 다들 아시잖아요. 이젠 당연한 정책이 됐잖아요.


김민천 - 그 얘기는 허경제 후보님은 시대를 앞서 갔다는 건가요?


허경제 - 그렇습니다. 허허허. 제 문제는 늘 시대를 너무 앞서간다는 거예요, 허허허.


이백운 - 그래도 자금은 많아서 그 점은 부럽습니다. 여기 계신 후보님들 중에서 지상파 채널에서 선거 연설해보신 분 계세요?


허경제 - 저는 몇 번 했습니다. 허허허. 안 했습니까? 허경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고개를 저었다.


김재인 - 우와~ 허 후보님은 방송 연설도 하셨네요. 저희도 얼마나 드는지 알아봤는데요, 어휴.. 뭐 이렇게 많이 드는지, 엄두도 못 냈습니다.


허경제 - 돈이 많아 죄송합니다.


오진호 - 저는 기본소득당이라서 이 기본소득이라는 걸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정당입니다. 물론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기본소득 이슈를 강하게 띄워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기본소득을 아예 당으로 하고 있는 우리 당은 요 모양 요 꼴이네요.


조원준 - 저희 우리공화당도 알고 보면 참 좋은 정당인데 많은 분들이 모르시거나, 아신다 해도 오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정당인 줄 아십니까?


김재인 - 박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정당 아닙니까?


조원준 - 이거 보세요. 대선 후보가 돼서 이렇게밖에 모르시잖아요. 저희 당은 모든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당입니다. 특히 붉은 적폐를 꼭 청산할 겁니다. 여기 노동당하고 진보당은 반성하세요! 김재인 후보와 이백운 후보는 깜짝 놀랐다.


김재인 - 아니 왜 이런 좋은 자리에 와서 갑자기 훅 들어오시는 거예요? 내일이면 다 끝나니까 오늘은 좋은 얘기만 하시죠.


이백운 -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양극화가 심하고 힘든 건 결국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그럼 어디가, 왜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봐야죠.


조원준 -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자유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정당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이백운 - 그러니까 자유로운 대한민국 아닙니까?


허경제 - 허허허. 싸우지들 마세요.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왜 그러세요. 지금 보니까 수십 만 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류연합당? 김민천 후보님도 말씀 좀 하시지요.


김민천 - 하하, 허 후보님은 진행도 하시네요. 우리 한류연합당의 대표 공약 하나 말씀드릴게요. 한반도 프로젝트인데요, 비무장지대 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를 건립한다는 겁니다.


허경제 - 어? 비무장지대 하면 또 제 공약이 있는데? 베낀 거 아니에요?


김민천 - 하하하, 전혀 아닙니다. 허 후보님 공약은 비무장지대에 유엔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거죠? 저희 당은 비무장지대 안에 세계문화예술도시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하는 정책입니다.


오진호 -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의 이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건가요?


김민천 - 어? 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세계 물류의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황규익 작가가 끼어들었다.


”우리 그럼, 서로 상대방 정당에 대해 이런 게 궁금하다는 걸 물어볼까요? 방금 허 후보님이 김민천 후보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김 후보님은 어떤 후보가 궁금하세요?“


김민천 - 여기 계신 분 대부분이 사실 고독한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저한테도 정말 위로가 됩니다. 저는 기본소득당이 평소에 궁금했어요. 사실 중요 이슈 하나만 집중하는 것도 좋다고 보는데요, 오진호 후보님은 좀 어떠세요?


오진호 - 감사합니다. 질문해주셔서요. 사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가는 기본적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의 평등과 최소한의 공정을 갖춰져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경제 - 저하고 생각이 참 비슷하네요. 기본소득당에서는 기본소득을 얼마를 주는 거예요?


오진호 - 누구나 월 65만 원입니다.


허경제 - 허허허, 저는 18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월 150만 원을 국민 배당금으로 드립니다.


오진호 - 지금 이 자리는 비슷한 걸 가지고 누가 옳으니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니 가지고 세세하게 다투지는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 공감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황규익 - 자, 그럼 오준호 후보님은 어떤 분이 궁금하세요?


오진호 - 저는 이백운 후보가 존경스러워요. 사회주의 정당을 하시면서 힘든 점도 많을 텐데요. 좀 어떠세요?


이백운 - 유권자가 있는 모든 가정에 배포되는 책자형 선거공보 있잖아요. (서류봉투 보여주며) 우리 집에도 왔는데요, 그거 열어보고 나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한 장 꺼내 보여주며) 제 게 제일 작더라고요. 딸랑 한 장이죠. 근데 한 면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담아야 해서 우리 당과 정책, 공약을 이 작은 한 면에 담느라고 애 좀 썼습니다.


이백운 후보는 자신의 책자형 공보물을 후보들에게 나눠주었고, 후보들은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허경제 - 허허허. 한 장에 그래도 함축적으로 잘 담았네요.


이백운 - 이번에 3억 원 마련해준 당원들 생각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맛있는 거 혼자 먹고 있는 게 죄송하네요. 그래도 지금 수십 만 명이 보고 있으니까 우리나라에도 사회주의 정당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주의라는 게 무슨 이상한 거 아니니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거나 당사에 오시면 됩니다.


그때, 박종원 후보가 요리를 바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자, 벌써 10시가 되어 오네요. 제가 지금 치킨을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맛 좀 보시죠. 맥주도 있으니까 너무 많이는 말고요, 조금씩 드시면 됩니다.“


각 후보들이 치킨을 가져갔다.


김재인 - 이제 치킨도 만드세요? 치킨 전쟁에도 뛰어드시는 건가요?


박종원 - 그동안 지켜만 보다가요, 아무래도 치킨 전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제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건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 중입니다.


후보들은 치킨에 맥주 한 잔씩 하느라 박 후보의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때였다.


”어? 누가 오셨나 본데요?“


모두가 모니터로 시선을 향했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구두가 걸어오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박 후보가 활짝 웃었다.


”어? 김동인 후보님 오셨네요? 들어오세요!“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일제히 일어나며 반겼다.


”잘 오셨습니다. 앉으세요.“


김동인 후보가 빈자리에 앉았다. 황규익 작가가 접시를 세팅했다.


박종원 - 잘 오셨습니다. 유튜브로 보시고 계셨어요?


김동인 - 네, 저야 뭐 사퇴했으니까 이정명 후보 지원하고 있거든요. 후보도 아닌데 가서 뭐하나 하고 있다가, 유튜브로 조금씩 보는데 너무 재미있게 말씀들 나누시는 거 같아서... 염치 불고하고 왔습니다.


일동 박수와 환호성.


허경제 - 허허허, 잘 오셨습니다. 사퇴하셨지만 그래도 한 때 같이 경쟁하던 후보였잖아요. 많이 드세요.


박종원 - 제가 차린 겁니다, 허 후보님.


일동 웃음.


황규익 - 이백운 후보가 궁금한 후보 물어볼 차례였는데요?


이백운 - 안 그래도 전 김동인 후보님 참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하시지 왜 사퇴하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김동인 - 들어오시자마자 벌써 그런 질문을 하시네요. 뭐 저는 오랜 세월 관료를 했기 때문에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고, 더 나은 정부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막상 뛰어들어보니까 저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박종원 - 후보 사퇴하시고 이정명 후보 지지 선언하신 거 후회는 없으세요?


김동인 - 네, 없습니다. 이정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랄 뿐이죠. 그나저나 제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가 박 후보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섭니다. 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김동인 후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김재인 - 혹시, 우리가 아까 얘기하던 그 주제 같은데요?


김민천 - 아아, 박 후보님의 완주 여부요? 이번엔 모든 후보가 박종원 후보를 일제히 쳐다봤다.


박종원 후보가 미소를 지었다.


박종원 - 계속 고민되는 지점이긴 합니다. 자꾸 물어보시니까, 여러분은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김동인 후보와 각 후보들이 박종원 후보와 서로를 번갈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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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박종원 후보와 모인 후보들은 얘기를 나누며 맥주도 주거니 받은 것이고, 박 후보의 고민도 밤을 새우다시피 한 것이다.


박 작가가 물었다.


- 고민은 좀 정리가 되셨어요?


‘네, 이번 선거에서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를 정했습니다.


- 선대위원들하고도 상의했나요?


’그럼요. 새벽이지만 단톡에 고민을 털어놨죠.


- 그분들은 뭐라고 하세요?


‘제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할 거라고 하시네요. 너무 쿨 하세요.’


- 당원들에게는 얘기하셨나요?


‘네, 당원 게시판에 오프더레코드로 얘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당원들이 제 결정을 믿는다네요.’


- 그럼,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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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박종원 캠프 사옥 1층.


기자들이 자리 잡았다.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긴급하게 공지 돌렸는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식당 박종원 후보가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박종원 후보님.“


박종원 후보가 앞으로 나왔다.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 여러분,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입니다. 내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뜨거운 열기로 진행된 지난 사전 투표 때 저에게 표를 주신 분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지금 이 시간부터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겠습니다.“


기자들은 술렁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저에게 보내주신 뜨거운 지지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제, 내일 선거에서 여러분의 신성한 한 표를 꼭 행사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보고 만나고 들은 두 후보에 대한 제 생각만 말씀드리고 물러나겠습니다. 기호 1번 이정명 후보는 행정경험이 풍부합니다. 실천력도 있습니다.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기호 2번 윤정열 후보는 진득하게 대화해본 적은 없습니다. 토론회장이나 행사장 등에서 본 게 전부입니다. 저는 두 후보님 중에, 1번 이정명 후보에게 투표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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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날.


오전 6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본 투표가 시작됐다. 확진자들은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투표했다.


오후 7시 30분.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일제히 발표됐다.


KBC, MBS, SBC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윤정열 후보 48.4%, 이정명 후보 47.8%, 심상순 후보 2.5%가 나왔다.


단독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한 jpbc는 이정명 후보 48.4%, 윤정열 후보 47.7%, 심상순 후보 2.5%가 나왔다.


오후 8시부터 개표가 시작됐고, 이정명 후보가 1위를 유지하다 자정을 지나며 윤정열 후보가 1위로 올라왔으며 그 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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