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쉬워도 너~~~무 쉬운 음양과 오행

by 김영주 작가

앞에서 달력 얘기를 했는데, 사주명리에서 사용하는 달력은 ‘만세력’이라고 한다. 양력도 아니요, 음력도 아닌 ‘절기력’이다. 서점에 가서 역학 코너를 보면 만세력이라는 이름의 책들이 있다. 꺼내어 펼쳐보면 무려 1930년부터 1931년, 1932년 하는 식으로 매년이 적혀 있고, 책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030, 40년 무렵까지 적혀 있다. 그렇게 연도가 있고, 해당 연도에 들어가면 1월부터 12월까지가 표시되어 있다. 해당 월을 보면 1일부터 30일 혹은 31일까지 어떤 한자로 표현되는지가 나와 있다. 해당 일의 시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시를 구하는 방법을 알면 된다고 한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철학관’을 찾아가 자신의 연월일시를 보여주면 두꺼운 책을 들고 여기 펼치고 저기 펼치고 하면서 사주를 뽑는 할아버지뻘의 어르신이 앉아 있는 장면을 본 적 있을 텐데, 그 책이 바로 만세력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우리는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 휴대폰 앱 스토어에서 '사주명리'나 '만세력'을 치면 앱들이 꽤 많이 뜬다. 그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걸 선택하여 다운로드하면 된다. 참고로 나는 ‘천을귀인’이라는 앱을 쓰고 있다. 강헌이 직접 제작한 ‘좌파명리학’이라는 앱도 있는데 스마트폰에서는 유료라 노트북으로 들어가 내 사주팔자를 알아보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아무튼 휴대폰 만세력 앱을 들어가 알고자 하는 사람의 태어난 연월일시를 입력하면 된다. 순식간에 그 사람의 사주팔자 여덟 글자가 생성된다. 그것도 알록달록 색색깔로. 이제, 내 걸로 해보자.


나는 1965년 8월 25일 01시에 태어났다. 해당하는 숫자를 입력하면 나의 8자는 이렇다.

을사(乙巳), 갑신(甲申), 신해(辛亥), 무자(戊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가 태어난 년, 월, 일, 시다. 각각 네 개의 기둥이라 연주, 월주, 일주, 시주다. 나의 연주는 을사, 월주는 갑신, 일주는 신해, 시주는 무자다. 나는 을사년 갑신월 신해일 무자시에 태어난 남자다(같은 글자도 남자 사주일 때와 여주 사주일 때 다른 의미일 때가 있다).


위의 네 글자는 천간 10글자에서 온 것들이고 아래 네 글자는 지지 12글자에서 온 것들이다. 나의 천간은 을갑신무이고 지지는 사신해자이다. 각각의 한자들은 색깔이 다르고 여덟 글자 위아래로 이런저런 용어들이 뜬다. 전문 용어다. 이렇게 표시되는 모든 정보들을 놓고 의미와 관계들을 하나씩 해석해가는 과정이 사주명리의 세계인 거다.


이 8개의 한자를 가리켜 원국 혹은 명식이라 한다. 앞으로 나는 나의 원국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각 글자들의 의미와 관계를 풀어갈 것이다. 이 글자들을 보면서 더듬더듬 힘겹게 얘기를 해나간다면 초보, 10분을 훌쩍 넘겨 20~30분을 넘나들며 나의 삶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면 중수가 되는 것이리라.


그럼 이제, 가장 기초부터 시작해본다. 음양이다.


음양이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지 않을 거다.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라는 얘기도 들어보셨을 거다. 이제마의 사상체질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의사들이 방송에서 태양인이니 태음인이니 소양인, 소음인을 언급하는 장면 보셨을 거다. 이 세상 만물은 모든 게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음양 아닌 게 없는 것도 같다. 밤과 낮, 아침과 저녁이 그렇고 동물과 식물이 그렇다. 밀다와 끌어당기다, 웃다와 울다, 높다와 낮다가 그렇고 아름답다와 추하다가 그렇다. 이것은 이분법이 아니다. 음과 양 사이에 무수히 많은 층위들이 있겠지만, 크게 보아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음이라는 게 딱 여기까지고 양이라는 게 딱 저기까지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음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변화. 음과 양이라는 건 고정되고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거다. 음과 양으로 수많은 것들을 분류했는데, 강헌은 이조차 편의상 그렇게 나누어 설명할 뿐이지 예를 들어 낮과 밤도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하긴, 언제부터가 낮이고 어디서부터가 밤일까. 낮이 계속되지도 않고 어느새 밤이 온다. 밤이 깊어지나 싶으면 또 동이 터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지금은 10월 17일이다)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언제 그랬나 싶게 지금은 낮에도 겉옷을 걸쳐야 한다. 이러다 금세 춥다고 난리일 거다.

거듭 말한다. 음과 양은 변한다. 음은 양이고 양은 음이다. 그러고 보면 음이 음일 수 있는 까닭은 양이 있어서가 아닌가. 내가 키가 작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키가 상대적으로 큰 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놈들은 내가 있기에 큰 것들로서 존재한다. 나 또한 그냥 작은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 비해 작을 뿐이다. 큼큼. 고로 음은 양에게 고마워해야 하고, 양도 마찬가지다.


음양의 변화를 이렇게도 볼 수 있다. 양은 시작하고 올라간다면 음은 내려오고 마무리한다. 봄이 시작된다면 봄의 양 기운이 세지는 거고, 늦봄에 접어들면 봄의 음 기운이 세진다. 그렇게 양과 음은 서로 맞물리며 세졌다 약해졌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이 음양이라는 표현을 한층 멋지게 표현한 문양이 바로 ‘태극’이다. 우리나라 태극기 중앙에 있는 그 태극 말이다. 위에는 빨강이고 아래는 파랗기에 마치 분단된 한반도의 표현이 아니냐는 생각도 했겠지만,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가운데가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지 않고 곡선을 위아래로 그리며 지나가고 있다. 빨간색이 극에 달하면 파란색이 작아지고 파란색이 극에 달하면 빨간색이 작아진다. 커지면 작아지고 작아지면 커지는 바로 태극이 곧 음양이다.


그럼 태극은 어디에서 나왔나. ‘무극’에서 나왔다고 한다. 중국 신화에 의하면 '혼돈'이라는 이름의 왕 다음에 나왔다고도 한다. 무극, 무극이라. 서양의 우주론에서 말하는 우주의 시작인 빅뱅 이전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저 무에서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났는데 우리는 음양이라 하고 서양은 빅뱅인 거다.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세상 만물 모든 건 음양을 기본 원리로 돌아간다는 걸 기본으로 삼고 다음 진도 나가본다.

바로, ‘오행’이다.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과학시간이나 고대 서양 철학자들을 배울 때 들어보셨을 거다. 어떤 철학자는 세상의 4원소로 물 불 흙 쇠가 있다 했고, 누구는 물이라 했다는 둥. 음양이 만물의 원리라고 하면 오행은 만물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나무, 불, 흙, 쇠, 물인데 한자로 목 화 토 금 수다. 이 대목을 처음 봤을 때는 서양 철학자처럼 음, 이 세상이 나무 불 흙 쇠 물을 기본 베이스로 한다는 건가, 생각했다. 근데 공부를 해가면서 단지 생긴 그대로의 다섯 가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섯 가지 기운 혹은 요소인데 그걸 가장 잘 표현한 소재로서 나무니 불이니 흙이 된 게 아닌가라는.


그래서 어떤 이는 목화토금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무의 생장을 예를 들어, 싹이 트고 위로 쭉쭉 자라나는 기운이 목, 더 커져서 사방으로 확산하는 게 화, 정점을 지나 낙엽을 떨구려 준비하면 토, 본격적으로 낙엽을 투하하며 겨울을 준비하면 금, 나무가 다 지고 내년 봄을 준비하며 겨울잠에 들어가면 수,라고 말이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출발해서 호기롭게 올라가기 시작하면 목,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고고 하면 화, 정상이 코앞에 보이고 정상에 올라 목 한번 축이고 내려갈 준비 하면 토, 조심조심 하강을 하면 금, 내려와서 막걸리에 파전 마시며 다음의 등정을 기약하면 수, 다. 즉, 오행이라는 건 세상만사의 다섯 가지 기운, 흐름인 것이다.

음양은 세상만사의 기본이고 포인트는 변화라 했다. 서로 주고받는다. 오행도 마찬가지다. 서로 주고받는다. 근데 주는 것도 좋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고 악영향도 있지 않은가. 누구는 나한테 참 고마운데 쟤는 참 도움 안 돼. 오행 사이에 서로 도움이 되는 흐름과 도움 안 되는 흐름이 있는데 이를 오행의 상생상극이라 한다. 누구는 누구를 생하고, 누구한테는 극을 당하는 거다. 목화토금수에서 생은 참 쉽다. 순서대로 살려주는 존재가 된다. 목은 화를 생한다(목생화), 화는 토를 생한다(화생토), 토는 금을 생하고(토생금) 금은 수를 생한다(금생수). 그리고 수는 다시 목을 생한다(수생목).


악영향을 주는 극을 하는 관계는 어찌 될까. 목이 화를 생해주는데 화는 목도 안 쳐다보고 토만 바라보면 목은 누가 미울까. 토일 것이다. 그래서 목은 토를 극한다. 목극토다. 토도 싫은 존재가 있다. 토 역시 금을 생해주는데 수만 바라보는 게 싫다. 그래서 토는 수를 극한다. 토극수. 수도 마찬가지다. 수는 화를 극한다. 수극화. 화는 금을 극해 화극금. 금은 목을 극한다. 금극목.


이렇게 오행 간에 생하고 극하는 관계들은 사주팔자 원국을 들여다볼 때 각 글자 간의 역학관계를 풀이할 때 쓰인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반생이니 반극이니 해서 양자 간에 힘이 다를 때 생을 해줘야 하는데 안 된다느니 극이 되는데 잘 안 된다든지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일단 넘어가자.


오행 이전에 베이스는 음양이라 했다. 음양이 미치지 않는 곳 없을 터, 오행에도 음양의 힘은 그대로 깔고 간다. 목화토금수가 각각 양의 목화토금수와 음의 목화토금수가 된다. 나눠서 말하면 양목과 음목, 양화와 음화, 양토와 음토, 양금과 음금 그리고 양수와 음수가 된다.


지금까지 사주명리 세계관 정복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음양과 오행을 살펴봤다. 세상 만물의 근본 원리와 구성요소에 대한 이야기다. 음, 뭐 딱히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없다. 그냥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계속 공부하는 게 남는 거다, 라는 생각은 한다. 다만, 이런저런 생각 부스러기들이 꿈틀거리기는 한다. 음양에 대해서는 딱히 할 얘기 없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만 해도 작용 반작용 아닌가. 표현이야 차지하고라도 세상 만물이 음과 양으로 구성되고 힘이 작용하고 변화를 본질로 한다는 건 맞는 말 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그래, 음양은 오케이.


문제는 오행이다. 이 오행이라는 게 생각하기에 따라 이런 것도 같고 저런 것도 같다. 우주 만물이 나무 불 흙 쇠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레토릭이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러한 것이라는 게 아니라 그러한 기운이라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일월화수목금토에서 일은 태양이고 월은 달일 테니, 그렇다면 목화토금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토) 사이에 있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일까. 그러한 자연과학적인 생각과 연결을 지으면 되는 건가. 그래서 사주명리는 과학적이기까지 한 건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저 행성들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로 부르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왜 토성과 천왕성과 해왕성은 빠진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음양이라는 철학이 그렇듯이 오행도 그러한 철학이라고 생각해야 하겠다.


여기서 잠깐 퀴즈. 우리 태양계에서 지난 100년의 기간 중 가장 큰 사건은 뭘까~~~요? 참고로 태양계는 태양과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다. 저요! 명왕성이 제외된 거요! 땡! 그게 아니면 뭐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정답을 말씀드리겠다. 금성이 LG로 바뀐 거다.


이렇게 해서 사주명리의 기초이자 기본인 음양오행을 공부했다. 사실 음양 한 분야만 다룬 책들도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지금은 가지를 더 파고들 때가 아니다. 굵직굵직하게 일단 끝까지 가야 한다. 깊지는 않아도 우선 전체를 가봐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이제, 천간과 지지를 알아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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