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면 일단 책을 읽어야 한다. 3권 정도를 택해 한 권씩 차례대로 읽어볼 수도 있고,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 앞서거니 뒤서거니 읽어나가면서 맥을 잡아갈 수 있다. 사주명리 세계관 탐구를 위해 내가 선택한 기본서 3권은 이렇다. <명리, 운명을 읽다 기초 편>, <나이스 사주명리 이론 편>, <사주명리학 초보탈출>.
<명리, 운명을 읽다 기초 편>은 사실 4~5년 전에 접했고 구매까지 했던 책이다. 저자는 강헌이다. 대중음악평론가로 익히 알고 있던 분인데, 느닷없이 사주명리에 관한 책을 써서 꽤 놀랐다. 당시 딴지일보가 운영하던 벙커라는 곳에서 대중 강연을 자주 했는데 강헌은 대중음악은 물론이고 대중문화에 대한 강의를 맛깔스럽게 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와인에 대한 강의를 하고 축구까지 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은 도대체 모르는 게 뭐지?’ 탄복을 했고, 급기야는 ‘걸신이라 불러다오’라는 먹방 팟캐스팅을 하는 걸 보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헐! 사주명리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고 마침내 책까지 냈다. 나는 그의 강의를 몇 차례 재미있게 들었던지라 책이 나오자마자 구매를 했고, 읽었다. 초반 부분까지만.
그의 스토리텔링이 너무 재미있었나 보다. 그가 어떻게 사주명리에 빠지게 되었는지 들려주는 얘기에 혹한 건데, 당시의 나는 그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는 안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년이 흘러 책꽂이에 꽂혀 있던 그 책을 찾아 다시 꺼낸 것이다.
<나이스 사주명리 이론 편>은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다가 발견한 채널의 강사이자 저자인 맹기옥이라는 분이 쓴 책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사는 분답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하는 강의가 귀 기울이게 했다. 광주에서는 물론 하고 일주일에 몇 차례 KTX를 타고 서울 신설동으로 와서 강의를 하신다고 한다. 신설동으로 가서 강의를 들어보고도 싶었지만 일단 그가 낸 교재인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세 번째 책 <사주명리학 초보탈출>은 김동완이라는 분이다. 김동완의 사주명리학 시리즈로 무려 9권이 나와 있는데, 가장 기초를 다루는 제1권을 선택했다, 라기보다는 내가 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하면서 직접 만나 인터뷰한 전문가들 중 한 분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책꽂이에서 책 몇 권을 뽑더니 우리에게 주었다. 그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이렇게, 오래전에 산 책, 새로 산 책, 선물 받은 책, 이라는 세 권을 내 공부의 베이스캠프로 삼았다.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주제넘는다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해보면, 사주명리는 공부하기가 어려울까, 쉬울까.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있었던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시험공부에 비해 어떨까. 주변에서 공인중개사 공부하는 분들을 보면, 1년 바짝 공부하여 1차와 2차를 단박에 붙는 동차 합격을 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대개 2년에서 3년 정도 공부하여 자격증을 따는 걸 보면 대략 2년 정도 공부하면 되는 수준이라고 볼 때, 사주명리는 어느 정도일까.
사주명리에도 국가 자격증이 있다고 가정할 때, 내가 자격증을 딴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선생님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사주명리라는 게 대략 어느 정도의 세계인지 감을 잡고, 다른 사람의 원국(사주팔자 8글자를 말한다)을 보고 더듬 더듬이라도 풀이(통변이라고 한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가 되려면 약 1년 정도 걸린다. 다만, ‘열길 물속은 알기 쉬어도 한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는 말처럼 사주명리의 세계는 파면 팔수록 그 깊이를 알기 어렵다고 한다. 10년을 공부하고 20년을 공부해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주를 보고 풀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임상이라고 한다)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내가 이 세계를 알고자 하는 근본 이유는 나를 알고자 함이었다. 남의 사주를 보고 앞으로 네 인생 이렇게 흘러갈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오,라고 떠들어내기 위함이 아니다. 내 인생 제대로 건사하기도 이렇게 힘든데, 언제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인가. 그저 나의 여덟 글자나 보고 또 보면서 내 삶을 알고자 함이었으니, 찬찬히 공부해나가면 될 것이다.
또 하나, 도대체 어떤 분야를 공부하는지 궁금하실 게다. 이는 사실 기초가 되는 책 한두 권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에서 얘기한, 1년 정도만 공부하면 큰 틀은 잡을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배워야 하는 분야 자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려 세 권의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는 사람으로서, 잠시 아는 체 좀 해본다.
사주명리 세계관의 출발은 '음양'이다. 우주만물의 기본 원리인 음양에 대해 아는 것으로 출발하여 '오행'의 세계로 나간다. 오행에서는 '상생'과 '상극'을 이해해야 하고, 이제 '천간'과 '지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영어로 치면 알파벳을 떼고 아이 앰 어 보이, 유 아러 걸, 정도 수준의 진도이다.
그다음은 명리 공부에서 첫 번째 고비라고 하는 '지지 속에 숨어 있는 하늘의 기운’을 말하는 ‘지장간’에 대해 공부하고, 두 번째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육친과 십성(십신)’을 공부한다. 그 후에는 각 글자들끼리 서로 합하고 다투는 경지를 다루는 ‘합과 충’을 다룬다. 그다음은 ‘12운성’과 ‘12신살’을 공부한다. 그리고 10년마다 바뀌는 운인 ‘대운’과 1년마다 오는 ‘세운’, 달마다 오는 ‘월운’ 등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신강신약’과 ‘용신’을 소화해야 하고 ‘격국’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책마다 커리큘럼의 순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말한 과목들이 사주명리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 과목들을 냄새만 맡는 데서 그치는가, 끝까지 파고들어 이해를 확실히 하는가, 이다. 물론, 나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럼 이제, 첫 번째 과목부터 잘근잘근 씹어보기로 한다. 그전에, 일단 나의 사주팔자는 어떤 한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열어보기로 한다. 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으니, 임상 대상은 나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