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그동안 거의 보지 않던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겨, 도서관을 가면 그쪽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를 가곤 한다. 자연과학이다.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볼 결심을 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는 박문호 박사의 강의 동영상도 봤다. 이런 변화만 봐도 사주 공부는 해볼 필요가 있다.
사주명리 세계관은 자연에서 출발하고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지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땅을 딛고 서서 하늘을 보며 살아간다. 사람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고개 숙여 땅을 보지 않을 수 없던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지점에서 나오게 된 생각의 틀이 바로 ‘천간’과 ‘지지’다.
천간(天干)의 한자를 풀면 하늘 천, 방패 간이다. 그대로 풀면 하늘 방패인데, 하늘의 기운이라고 하니까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걸 사람에 대입하면 형이상학적 부분인데, 이를테면 생각이나 꿈, 이상, 욕망 등을 말한다.
서양의 별자리가 물고기자리, 전갈자리, 처녀자리로 표현되는 것처럼 천간은 10개의 한자로 표현된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계약서에서 자주 본 갑을 하는 그것들이다. 천간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윗줄에 포진되어 있는 네 글자다.
천간의 네 글자를 밑에서 받치고 있는 또 다른 네 글자가 지지(地支)다. 땅 지, 가를 지로 땅의 기운을 말한다. 천간이 사람의 생각을 나타낸다면 지지는 사람이 살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나타낸다. 환경이다. 지지는 12개의 한자로 표현된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다. 꽤 익숙한 글자들이다.
지지는 계절로 생각하면 쉽게 다가온다. 12개를 4계절로 나누어 3개씩이 하나의 계절이다. 이 경우에는 자축인묘~ 로 시작하지 않고 인부터 시작하면 이해하기 쉽고 나중에 써먹을 일도 많다. 인묘진 사오미 신유술 해자축. 인묘진은 봄, 사오미는 여름, 신유술은 가을이고 해자축은 겨울이다. 순서대로 1월, 2월, 3월이 되고 해자축이 10월, 11월, 12월이다.
사극을 보면 “주상전하가 인시에 기침을 하셨습니다.” 같은 대사를 볼 수 있는데, 지지는 서양의 시간 개념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알던 그 시간들이었다. 하루 24시간을 12개로 나누어 2시간 간격으로 따라가면 된다. 자시는 몇 시인가. 밤 11시에서 새벽 1시다. 축시는 새벽 1시에서 3시, 인시는 새벽 3시에서 5시다. 순서대로 가면 된다. 정오 하는 건 오시가 11시에서 13시이기 때문이다.
지지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띠이기도 하다. 자는 쥐, 축은 소, 인은 호랑이, 묘는 토끼, 진은 용, 사는 뱀, 오는 말, 미는 양, 신은 원숭이, 유는 닭, 술은 개, 해는 돼지다. 나는 뱀띠이고 아내는 쥐띠, 첫째는 호랑이띠, 둘째는 닭띠다. 이밖에도 각 지지가 상징하는 건 무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한다.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각각 순서대로 한 개씩 짝을 지으면 한 해를 지칭한다는 얘긴 아까 했다. 1592년은 임진년이라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1894년은 갑오년이기에 갑오경장이 일어났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국방, 외교권 등이 박탈당한 을사늑약이 자행된 해이기에 을사년, 을시년, 을씨년스러웠고 1919년 3월 1일 정오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해는 기미년이다. 이렇게 60개의 갑자를 익숙할 정도로 익혀두면 우리 역사가 훨씬 더 친숙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음양이 있고 오행 목화토금수가 있고 오행은 음양에 따라 양목 음목 양화 음화 양토 음토 양금 음금 양수 음수로 10개가 된다고 했다. 천간과 지지도 음양이 있고 각각 오행이 배정되어 있다.
천간부터 보자. 10개 천간을 차례대로 양, 음이 반복된다. 갑은 양, 을은 음, 병은 양, 정은 음, 무 양, 기 음, 경 양, 신 음, 임 양, 계 음이다. 갑병무경임이 양, 을정기신계가 음이다. 오행은 10개 천간을 차례대로 2개씩 묶어주면 된다. 갑을은 목, 병정은 화, 무기는 토, 경신은 금, 임계는 수다.
기억하실 거다. 음양은 변화이고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다는 것. 목화토금수 안에도 음양이 있다. 각각은 모두 음양의 관할로 들어가는데, 이 또한 얘기한 적 있을 거다. 올라가는 건 양, 내려오는 건 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쉽다. 천간의 목에 속하는 갑을에서 갑은 올라가는 양목, 을은 내려오는 음목이다. 나머지도 같은 수순이다. 화에 속하는 병화에서 병은 양화, 정은 음화이다. 무는 양토, 기는 음토. 경은 양금, 신은 음금이고 임은 양수, 계는 음수다.
지지는 봄부터 가면 한결 쉽다. 인묘는 목, 진은 토, 사오는 화, 미는 토, 신유는 금, 술은 토, 해자는 수, 축은 토다. 인묘진은 봄이다. 인은 양목, 묘는 음목이고 진은 양토로서 봄과 여름을 이어주는 환절기다. 지지 12개에서 사이사이의 토 4개는 각각 환절기(간절기)라는 걸 눈치채셨을 거다. 사오미는 여름으로 사는 양화, 오는 음화이고 미는 양토로서 여름과 가을 사이의 환절기다. 신유술은 가을이다. 신은 양금이고 유는 음금, 술은 음토이자 환절기다. 해자축은 겨울이다. 해는 양수이고 자는 음수이다. 축은 토이자 음토이고 겨울과 봄을 이어주는 환절기다.
사주팔자를 구성하는데 가용되는 전체 22개 글자의 이름과 음양, 오행을 알았다. 여기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연월일시에 각 2개씩 해서 총 여덟 글자가 선발로 나서는 거다. 그 8개 글자들의 관계를 잘 파악해가는 게 사주명리다.
하지만, 사주 공부가 이 정도까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천간과 지지 22글자만 해석할 줄 알면 너도 나도 공부하겠다고 달려들지 않겠는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는 천간과 지지 과목에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하는 단락이 있다. 조형기가 좌우지장지지~ 했던가, 이것의 이름은 ‘지장간’이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