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동안 1도 관심 없었던 사주명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한 무대는 전북 정읍이었고, 여러 촬영 공간 중 메인은 내장산이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산임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정작 산 이름의 뜻은 모르고 있었다. 내부를 뜻하는 내, 감추고 있다는 뜻의 장이었다. 내부에 많은 걸 감추고 있는 산이라 내장산(內藏山)이었다. 그 ‘장’을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라 했고 지지는 땅의 환경이라 했다. 하늘의 기운은 당연히 땅에 영향을 미칠 텐데 그 기운의 일정 부분은 땅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쉽게 이해된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들이 지구로 오면 그 빛들은 사람의 피부에 닿기도 하고 건물에 닿기도 하겠지만 많은 부분이 땅으로 흡수될 것이다. 땅 안으로 들어가 저장이 되어 지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해서 땅 속에 저장되어 있는 하늘의 기운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를 일컬어 ‘지장간(地藏干)’이라 한다. 땅 지, 저장한다 할 때의 장, 내장산의 그 장이다.
만세력 앱에서 누구든 사주팔자 원국을 생성해보면 지지 4글자 각각 아래에 두 개 혹은 세 개의 한자들이 조신하게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들이 지장간인데, 하늘에서 온 기운답게 전부 다 천간의 한자들이다. 지장간은 지지 아래 은밀하게 암약하고 있는 천간의 아바타 같은 존재들이랄까. 결국, 사주팔자는 천간과 지지, 지장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지장간은 왜 알아야 하는 걸까. 천간지지 위아래 두 줄에서 윗줄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고 아랫줄 지지는 땅의 환경이라 했다. 두 개는 드러나 있다. 하지만 우리네 인간사가 어찌 드러나 있는 것으로만 굴러갈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특히 사람이라는 족속은 그 속내를 안다는 게 미치도록 힘들지 않은가. 이게 바로 지장간이 존재하는 이유다. 드러난 하늘과 땅에서 더 나아가 숨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가 지장간이다.
천간 지지 여덟 글자만 잘 파악하면 된다 해서 ‘사주명리 참 쉽네.’ 했다가 지장간이 나오는 바람에 ‘이건 또 뭔 시추에이션이야?’ 했다. 사주팔자라고 해서 한자 8개만 잘 파악하고 해석하면 된다기에 ‘그럼 한번 공부해볼까?’ 했다. 그런데 여덟 글자는 개뿔, 그 아래 글자들이 숨어 있었다. 지지 한 글자 당 대략 2~3개 정도가 배정되어 있으니 무려 10개 정도의 글자들이 나 잡아보라며 은둔해 있었다. 하늘에 고고하게 있을 줄만 알았던 천간들이 지하로 침투하여 암약하고 있다니… 사주 공부 때려치우려다… 나 자신을 들여다봤다.
그랬다. 조금만 마음을 고쳐먹고 생각한다면, 지장간의 존재는 사주명리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우리네 인생을 잘 표현하지 않는가.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숨어 있는 걸 잘 찾으라는 얘기다. 그래! 지장간은 사주명리의 히든카드다. 마음 고이 접어 먹고 사주 공부 진지하게 하리라 다짐해보며 지장간이라는 숨은 글자 녀석들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장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12개 지지의 각 글자에는 2개에서 3개의 지장간 글자들이 친절하게 배정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들을 조금은 힘들더라도 암기를 하면 된다. 듣자 하니, 사주명리 공부를 하는 과정에는 몇 차례의 고비들이 나온다는데, 지장간을 암기하는 게 첫 번째 고비라고 한다. 우선 어떤 것들이 배정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자에 배정된 지장간은 임, 계이다. 축에는 계, 신, 기. 인에는 무, 병, 갑이 있다. 묘에는 갑, 을로 2개가 있고 진에는 을, 계, 무가 배정됐다. 사에는 무, 경, 병. 오에는 병, 기, 정. 미는 정, 을, 기. 신에는 무, 임, 경. 유에는 경, 신이 배정되어 있다. 술은 신, 정, 무. 해는 무, 갑, 임이 배정되어 있다.
이게 뭔가 하실 게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하지만, 일단은 따지지 말고 암기를 하려 하는 태도가 좋다고 본다. 물론, 지장간에 관해 얘기하는 내용을 차분히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 보면 조금은 낫다. 그렇지만, 결국은 외워야 나중에 편하다, 고들 말한다. 이렇게 말이다.
자임계 축계신기 인무병갑 묘갑을 진을계무 사무경병 오병기정 미정을기 신무임경 유경신 술신정무 해무갑임. 이걸 툭 치면 탁 튀어나올 만큼 달달달 암기하면 편하단다.
이렇게 해서 사주팔자라는 게 천간과 지지와 지장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라는 뜻이고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의 생각, 이상, 욕망 등을 말한다. 땅의 기운인 지지는 그 사람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고 환경이고 조건 등이다. 예를 들어 천간에 돈을 의미하는 글자가 있다면(점 보러 가서 제일 많이 묻는다는 말, “저 언제쯤 대박 날까요?”)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지지에도 돈의 글자가 있어야 돈을 벌게 하는 환경이 된다는 거다.
천간과 지지가 쿵짝이 맞아줘야 실현이 된다. 돈의 글자가 천간에만 있고 지지에는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잘 안 된다는 얘기고, 천간에는 없고 지지에만 있다면 돈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런데 만약, 천간에는 없는데 지장간에 있다면? 잘만 꺼낸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스토리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지만, 계속 진도 나가다 보면 좀 더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날이 다가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