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하늘과 땅? 바보야, 문제는 인간관계야!

by 김영주 작가

지장간이라는 첫 번째 고비를 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두 번째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수년 전, 강헌의 <명리, 운명을 읽다>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 ‘아,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사주명리를 공부하겠어.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를 강하게 느꼈던 대목으로 기억하는데, ‘육친’ 또는 ‘십성’ 혹은 ‘십신’이라 부르는 과목이다(이런 용어의 혼용을 보면 그래서 확실한 학문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하루빨리 전문용어가 통일되길 바란다).


좌우지장지지지 지장간이야 일단 암기는 나중에 한다 치고 내용에 대한 이해는 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 하늘의 기운이자 사람의 욕망이 땅 속에 숨어 있고 잠재되어 있다는 스토리는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육친과 십성으로 오면, ‘사주명리는 음양오행과 한자 22개만 알면 배우는데 전혀 어렵지 않아요~’ 했던 사주명리 전문가들의 언사들이 매진 임박을 숨 가쁘게 외쳐댔던 쇼호스트들의 현란한 상술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안다. 이런 고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까닭을. 까놓고 얘기해보자. 우리가 사주팔자를 통해 알고 싶은 건 도대체 뭘까. 자신이 태어난 연월일시로 형성된 원국이 음이 강한 사주인지 양이 강한 사주인지, 오행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사주인지 같은 내용을 알고자 함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것들 아닌가?


돈은 언제 버는지, 대박은 나는지, 노총각인데 좋은 인연은 언제 만나는지, 직장에 다니는데 승진운이 있는지, 건강에 문제는 없을지, 독립해서 사업을 할까 하는데 그렇게 해도 괜찮을지, 그 사람하고 내가 결혼하면 잘살겠는지, 이 사람하고 갈라서는 게 나은지, 시어머니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시는 건지, 우리 아이 이번에 대학은 붙겠는지…


결국은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어떤 인생의 궤적을 그려나갈지, 한마디로 자신의 생로병사라는 운명의 향방이 어찌 되는지가 궁금해서 보는 걸 텐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틀이 육친이고 십성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늘의 기운이니 땅의 기운을 이해하고 음양과 오행을 공부하면서 솔직히 뭔가 허전하고 2% 부족하고 발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육친과 십성에 와서야 비로소 인간의 얼굴을 한 진짜배기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거다. 그렇기에 꾹 참고 외울 건 외우고 이해할 건 이해하며 진도 나가야 한다.


일단 그동안 살아오면서 거의 쓰지 않았던 낯선 전문용어들이 쏟아진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쏟아지는 정도는 아니다. 고작 10개다. 그래서 십성이다. 비겁(비견과 겁재), 식상(식신과 상관), 재성(편재와 정재), 관성(편관과 정관), 인성(편인과 정인)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게 되는 가족과 비즈니스 관계와 돈, 직장, 건강이라는 무지 중요한 사안들에 관해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구조는 이렇다. 일간(천간 중 태어난 일에 해당하는 글자)을 기준으로(일간이 나를 가리킨다) 나머지 일곱 글자의 타이틀이 정해지고(위의 10가지 단어들) 각각에 대한 해석을 하면 된다. 일간과 연간, 일간과 연지, 일간과 월간, 일간과 월지, 일간과 일지, 일간과 시간, 일간과 시지로 총 7개의 십성 타이틀이 정해진다. 어떤 타이틀이 되는가는 음양오행에 따라 정해놓은 규칙이 있다.


일간(나)과 오행이 같은 글자는 비겁, 일간이 생하는 글자는 식상, 일간이 극하는 관계에 있는 글자는 재성, 일간을 극하는 글자는 관성, 그리고 일간을 생하는 글자이면 인성이다. 나에 해당하는 글자인 일간과 비겁, 식상, 인성, 재성, 관성 해서 6개라서 육친이라 부른다.


이 지점부터 사주명리가 살짝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책을 덮는 이들이 생긴다고 한다. 말이 쉽지 막상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놓고 이 글자는 비겁이네, 저건 식상이네, 재성이 관성을 극하니까… 하는 식으로 해석을 해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다는 거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지금의 내가 누군가. 사주명리 세계관을 부족하나마 끝까지 가보고자 굳게 결심한 그야말로 ‘달라진 나’가 아니던가. 육친으로 나만의 필살 암기법까지 만들었다. 나와 오행이 같으면 비겁하다~ 비겁. 내가 생하면 아이 식상해~ 식상(이건 ‘나 생식’ 하는 사람으로 외워도 된다). 내가 극하면 재밌성~ 재성. 나를 극하는 건 관둬~ 관성. 나를 생하면 인성이 됐군, 인성이다. 각각의 앞 글자만 따면 비식재관인이다.


예를 들어 일간인 내가 갑목이라면, 나와 오행이 같은 비겁에는 목들이 해당한다. 천간에서는 갑목 을목, 지지에서는 인목 묘목이다. 내가 생하는 식상은 어떤 글자들일까. 목이 생하는 오행은 화이다. 목생화. 이에 해당하는 건 천간에서는 병화 정화, 지지에서는 사와 오화다. 내가 극하는 재성은 목극토니까 천간에서는 무토 기토, 지지에서는 토가 4개다. 진토 술토 축토 미토. 나를 극하는 관성은 목을 극하는 금이 해당한다. 금극목. 천간에서는 경금 신금, 지지에서는 신금 유금이다. 나를 생하는 인성은 수생목이니 천간에서는 임수 계수, 지지에서는 해수 자수다. 이걸 알면, 이제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일간의 글자를 기준으로 각 글자들이 육친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다.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에는 가족이나 주변의 인간관계가 관련되어 있다. 비겁은 나와 오행이 같다. 그래서 나와 동등한 관계라고 할 수 있는 형제, 자매, 친구, 동료 등을 나타낸다. 식상은 내가 생하는 오행이다. 내가 살리며 힘을 주는 관계다. 아랫사람, 후배, 자식 등이 해당한다. 근데 남자 사주에서의 식상과 여자 사주에서의 식상이 다른데, 남자에게 식상은 장모이고 여자에게 식상은 자식이다.


재성은 내가 극하는 오행이다. 남녀 사주 모두 친아버지가 해당하고, 남자에게는 처를 포함한 여성들이 된다(헐! 내가 처를 극한다?). 관성은 나를 극하는 오행이다. 남자에게는 자식이 해당되고, 여자에게는 남편이나 주변 남자가 된다(역시 아버지를 이기는 녀석들은 자식들이군). 인성은 나를 생해주는 오행이다. 윗사람이나 선배 등이 해당하는데 주로 어머니를 의미하고 남자에게는 장인어른도 해당한다(그래서 장인어른이 나보고 인성이 됐다고 했던가).


육친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직장의 변화, 돈의 흐름, 새로운 일자리 등에 관하여도 파악할 수 있다. 비겁이 강하면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세다. 식상은 언행으로 표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하는데 먹고살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이 식상이다. 재성은 일을 의미하는 식상의 결과물로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 관성은 직업이나 직장을 나타낸다. 나를 극하는 오행인데 직장에 가면 주로 지시를 받는 상황을 뜻하는 것 같다. 인성은 문서, 학위, 인품, 명예 등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나를 생하는 오행이라 그런 것 같다.


육친 사이에도 생하는 관계가 있고 극하는 관계가 있다. 어렵지 않다. 오행의 목화토금수에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을 순서대로 대입하면 된다. 아생식, 나는 식상을 생하고 식생재, 식상은 재성을 생하고 재생관, 재성은 관성을 생하고 관생인, 관성은 인성을 생하고 인생아, 인성은 나를 생한다.


극도 마찬가지다. 아극재, 나는 재성을 극하고 재극인, 재성은 인성을 극하고 인극식, 인성은 식상을 극하고 식극관, 식상은 관성을 극하고 관극아, 관성은 나를 극한다.


나의 사주팔자 원국을 보면 연주는 을사, 월주는 갑신, 일주는 신해, 시주는 무자다. 나를 의미하는 일간은 신이고 오행은 금이다. 이제 육친을 보자. 연간 을은 목이다. 목은 금이 극한다. 금극목. 내가 극하는 연간 을목은 재성이다. 연지는 사, 오행은 화. 화는 금을 극하는 화극금이다. 나를 극하니 관성이다. 화극금. 월간은 갑목이다. 금극목이니 내가 극하니까 재성. 월지 신은 금이니 나와 같으니까 비겁이다. 일지 해는 해수다. 금생수. 내가 생하니 식상이다. 시간은 무토, 토생금으로 나를 생하니 인성이다. 시지는 자수. 금생수, 내가 생하니 식상이다.


나의 육친은 재성 관성 재성 비겁 식상 인성 식상으로 재성이 2개, 관성 1개, 비겁 1개, 식상 2개, 인성 1개다. 나는 오행도 하나도 빠지지 않고 고르게 다 있다. 한두 오행이 과하게 있거나 없는 사주와 고르게 있는 사주 중에 어느 쪽이 좋은 사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세상에 좋은 사주 나쁜 사주 없기 때문이다.


비식재관인의 육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십성이다. 기준인 일간을 제외하면 남는 5개를 각각 음양의 규칙으로 구분하면 10개가 되기 때문이다. 일간과 오행이 같은 비겁에서 음양이 같으면 비견, 음양이 다르면 겁재라 부른다. 일간이 생하는 글자인 식상이 음양이 같으면 식신, 음양이 다르면 상관이다. 일간이 극하는 글자인 재성도 음양이 같으면 편재, 음양이 다르면 정재라 부른다. 일간을 극하는 관계인 관성도 음양이 같은 글자이면 편관, 음양이 다른 글자이면 정관이다. 일간을 생하는 인성도 음양이 같으면 편인, 음양이 다르면 정인이 된다. 이것들이 십성의 10개 타이틀이다.


이번엔 나의 원국을 십성으로 구분하면 어떻게 될까. 육친으로는 연간은 재성, 연지는 관성, 월간은 재성, 월지는 비겁, 일지는 식상, 시간은 인성 그리고 시지는 식상이었다. 음양을 구분하여 십성으로 해보자.


연간 재성은 을목이니 일간 신금과 음양이 같다. 편재다. 연지 관성은 사화이다. 원래는 음이지만 화는 음양이 바뀌는 양이되고 그러면 일간과 음양이 다르다. 정관이다. 월간은 재성이었다. 갑목으로 양이니 음양이 다르다. 정재가 된다. 월지는 비겁이었고 신금으로 양이다. 음양이 다르니 겁재다. 일지는 식상이었다. 해수이니 원래는 음인데 수라서 양으로 본다. 음양이 달라지니 상관이 된다. 시간은 인성이다. 무토이니 음양이 달라 정인이 된다. 시지는 식상이고 자수, 양인데 음으로 보니 음양이 같아져 식신이 된다.


결국 십성으로 본 나의 사주팔자는 편재 정관 정재 겁재 상관 정인 식신으로 7개가 1개씩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런 사주가 있을까 싶다. 오행도 고르게 되어 있고 육친도 마찬가지, 십성은 놀랍게도 7개의 유형이 각각 1개씩이다.


이렇게 비식재관인의 기본 성격을 알게 되면, 자신의 사주팔자에서 어떤 육친이 강한지 판별하면 대략적으로 자신의 성격과 인간관계가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비겁인인지 식상인인지 재성인인지 관성인인지 인성인인지. 이걸 토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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