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작 몇 개월, 기본서 달랑 3권을 산만하게 읽고 있고, 유튜브 동영상 역시 잡히는 대로 보고 있는 명린이(명리 초보자)로서 이런 얘기 할 건 아니지만,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주명리 세계관을 만든 사람들은 천재다!
어떤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연구하여 어느 날 뚝딱 만들어낸 건 아니다. 일단, 무지 오래전에 시작됐다. 적게 잡아도 2,500여 년 전인 중국 전국시대 무렵이다. 기록이 나온 건 없기에 그 시절에 어떤 사람이 토대를 닦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여러 사람들의 수고를 거쳐 틀이 잡혀가다 당나라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송나라, 명나라를 거치며 제대로 된 체계가 만들어졌고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대만, 홍콩, 우리나라, 일본에서 널리 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한자문화권 나라에 태어나서 감사하다).
생각해보시라. 고작 여덟 글자다. 넓게 잡아도 스물 두 글자다. 이 글자들의 주인공이 펼쳐나갈 일생의 지도가 그 글자들 속에 들어 있다. 남은 건, 그 지도에 인쇄되어 있을 여러 갈래의 길들을 얼마나 제대로 캐치해내느냐이다. 각 글자들은 각자 생겨먹은 대로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서로 연결이 되어 변화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네 삶이 혼자 살 수 없고 수많은 사람들과 엮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글자들은 서로 살리고 죽이고 당기고 밀고 지지고 볶고 합하고 부딪치고 깨지면서 주인공의 파란만장 인생극장을 보여준다. 어찌 이런 마법 같은 포맷이 있단 말인가. 나도 하루빨리 여덟 글자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 파노라마가 쫘악 펼쳐지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 되고픈 마음 굴뚝같지만! 무엇이든 단계가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배우고 있기에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책장을 넘기고 클릭을 할 따름이다.
각 글자들이 도대체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고 했다. 쌍으로 합쳐지거나 쟤하고는 놀기 싫어하거나 함께 그룹을 지으면 힘이 생기거나 혹은 불길한 예감이 들거나 하는데, 이걸 설명하는 대목이 바로 ‘합’과 ‘충’이다. 이른바 사주명리에서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과목이다(형, 파, 해도 있는데 생략한다).
합부터 얘기한다. 말 그대로 서로 당기고 합쳐진다는 뜻이다. 우리도 괜히 끌리는 사람이 있지 않나. 결혼이라는 과정도 각자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오던 두 사람의 합이다. 단, 서로 합을 하면 새로운 요소로 변하기도 한다.
글자들이 합을 하는 건 천간의 글자들끼리 하는 천간합이 있고, 지지의 글자들끼리 하는 지지합이 있다. 천간합은 딱 5개가 있다. 갑과 기가 합해져 토가 되고, 을과 경이 합해 금이 되고, 병과 신이 합해 수가 되고, 정과 임이 합해 목이 되고, 무와 계가 합해 화가 된다. 일단, 외우는 게 좋다. 갑기토 을경금 병신수 정임목 무계화.
지지에서 하는 합은 천간합에 비해 종류가 좀 된다. 아무래도 땅의 세상이다 보니 복잡다단해서 그런가. 지지합에는 대표적으로 삼합, 방합, 육합이 있다. 먼저 삼합이다. 네 가지다. 해 묘 미 세 글자가 있으면 목 기운이 된다. 해묘미 목. 인 오 술 세 글자가 있으면 화가 된다. 인오술 화. 사 유 축 세 글자가 있으면 금이 된다. 사유축 금. 마지막으로 신 자 진 세 글자가 원국에 있으면 수가 된다. 삼합이 어떤 의미인가는 일단 넘어간다.
방합은 더 쉽다. 사계절을 대표하는 글자들의 그룹이다. 봄을 대표하는 인 묘 진 세 글자가 원국에 있으면 목 기운이 된다. 인묘진 목. 여름을 의미하는 사 오 미 세 글자가 있으면 화 기운이 된다. 사오미 화. 신 유 술인 가을 글자가 있으면 금 기운이 된다. 신유술 금. 겨울 글자인 해 자 축 세 글자가 있으면 수 기운이 된다. 해자축 수.
다음은 육합이다. 지지 글자는 12개인데 2개씩 짝을 지어서 6가지가 된다. 일단 외우자. 자축 토, 인해 목, 묘술 화, 진유 금, 사신 수, 오미 화다.
이번엔 충이다. 충은 주로 지지에서 일어난다. 서로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글자들끼리 충을 하는 관계인데, 음양이 같고 반대 계절에 있는 글자들이다. 겨울 글자 자와 여름 글자 오가 충하는 자오충, 봄의 시작인 인과 가을의 시작인 신이 충하는 인신충, 마찬가지로 나열하면 축미충, 묘유충, 진술충, 사해충이다.
합과 충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합은 좋고 충은 안 좋은가, 당연히 아니다. 음이 나쁜 게 아니고 양이 좋기만 한 게 아니듯이, 합도 화합이기도 하지만 관계에 묶여서 새로운 만남을 방해하기도 한다. 충도 기존의 것들을 파괴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생성한다. 합과 충은 다양한 변화일 뿐 좋고 나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