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찾아가 사주 상담을 해본 적 없는 나지만, 그런 자리에서 이런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는 건 알고 있다. “걱정 마세요, 내년부터 대운이 들어옵니다.” “그럼 내년부터 제가 대박이 나는 건가요?” 설사 그 사람의 사주 여덟 글자에 내년에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그러한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공부를 해보니 알게 되었다. 대운이 들어온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걸.
‘운’이라는 말은 한자문화권에서만 널리 쓰이지 않는다. 영어권에도 포천 쿠키도 있지 않은가. 세계적으로 두루두루 쓰이는 말인 만큼, ‘운’이야말로 사주명리의 범주에 머물러 있지 않은 일반명사이다. 운이 좋았다, 운칠기삼, 운빨, 운수 좋은 날, 기운 센 천하장사 등등 운이 들어가는 말은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대운’은 뭘까. 말 그대로 무지무지하게 커다란 운인가. 비슷하지만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사람의 일생에서 커다랗게 틀이 바뀌는 시기를 뜻한다. 운도 그 강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은가. 사람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운의 세기를 1에서 10이라고 가정할 때, 이런 운들의 점수를 정해본다면 어떨까.
어떤 직장인이 있다. 아침에 지각할 것 같아 버스정류장으로 달렸고 막 출발하려고 폼 잡고 있는 버스에 무사히 올라탔다면 몇 점짜리 운일까. 2점 정도라고 하자. 마침 그날은 중요한 경쟁 입찰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이 사람이 단상에 서서 PT(프레젠테이션)를 했고, 낙찰이 되었다. 4점짜리 운?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던 한 어르신이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졌고, 이 사람은 민방위 교육 때 해본 심장마사지를 얼떨결에 했는데 그 어르신이 숨을 토했다. 사람들이 달려왔고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회사 대표의 아버지였다. 6점?
귀가를 하려고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 섰고 금세 버스가 왔고 올라타려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와 화들짝 놀라 버스에 안 타고 전화를 받게 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내의 전화는 공손하게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려 했던 그 버스가 성수대교를 건너다가 한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람의 운은 몇 점일까. 이 정도면 10점을 줘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게 대운인 건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대운이란 건 또 다른 면도 있다. 이 직장인은 갑자기 집안을 먹여 살리느라 포기했던 가수의 꿈을 되살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미스터트롯 시즌2에 출전하게 된다. 그리하여 가수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다 스캔들에 휩싸이게 되어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게 되고 방황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결이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이게 바로 대운이다.
사례가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꽤 큰 범주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시기들이 있는데, 이럴 때가 바로 대운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맨 처음 예시로 들었던 내년부터 대운이 들어왔네요, 라는 말이 진심으로 했다면, 그 사람에게 내년에 식상 운이든, 관성 운이든 뭔가 커다란 삶의 변화에 접어드는 시기가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는 얘기다.
“그럼 내년부터 제가 대박이 나는 건가요?”라고 반문한 고객에게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는 제대로 상담했다는 뜻이다.
“아, 제가 말하는 대운이 들어왔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 올 거라는 게 아니고요, 뭔가 커다란 변화의 시기가 도래한다는 걸 말합니다. 그게 어떠한 변화인가는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운은 10년을 주기로 바뀌며 들어오는 큰 흐름을 의미한다. 누구든 만세력 앱에서 자신의 원국을 보면 여덟 글자 아래 부분으로 대운의 내용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경우는 6세를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16세, 26세, 36세, 46세, 56세, 66세, 76세, 86세로 펼쳐져 있다. 6을 대운 수라고 한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1이고 누구는 10이다. 나의 삶의 흐름에서 이 시기에 뭔가 커다란 흐름의 변화가 있어 왔다는 거다.
대운은 왜 알아야 하는 건가. 자신의 사주팔자가 자동차라면 대운은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라고도 비유하는 게 더 쉽겠다. 자동차를 타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가는데(곧 목포에서 촬영이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국도로 갈 수도 있고, 산길로 갈 수도 있다. 보통 우리의 인생은 섞여 있다. 고속도로를 타다가도 국도로 접어들고 어떨 땐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려가야 한다. 만약 이 정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좀 낫지 않겠는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이번에 들어오는 대운이 비포장도로라는 걸 알고 있다면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할 거고 안전벨트도 점검하고 타이어 상태도 체크하지 않겠는가. 이게 대운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10년마다 오는 흐름은 너무 길다는 민원이 있음을 알고 있어서인지, 사주명리의 운은 10년마다의 대운 말고도 매년의 흐름을 가늠하는 세운도 있고, 매월 들여다볼 수 있는 월운, 심지어 그날그날의 느낌을 보는 일진까지 있다. 아이, 오늘 일진이 왜 이래, 할 때의 그 일진이다. 정말이지 우리는 너무도 깊게 사주명리 세계관 속에 살고 있다.
이 정도에서 사주명리의 커다란 구조를 알게 된다. 사주명리라는 건 운명을 파악해보는 틀인데, 태어난 연월일시로 추출해낸 여덟 글자로 파악해 낸 ‘명’이 어떤 삶의 흐름이라는 ‘운’으로 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학문 혹은 포맷인 것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라는 자세가 사주 공부를 하기 전의 태도라면,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운명을 알았다 즐겨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