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주 공부를 하면서 보고 듣고 알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기초 책 세 권을 교과서 삼아 도대체 사주명리라는 세계관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초보 수준에서 탐색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북에 담고자 시작했다.
아마도 한두 편의 글을 더 쓰는 것으로 브런치북 작업은 마무리를 하겠지만, 사주 공부는 계속하고 싶어졌다. 비록 명린이지만 공부해가며 알아가고 느끼는 것들을 써나가니까 의욕이 샘솟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사주명리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는 생각은 안 한다. 이 세계를 노크하는 이들은 내가 마지막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는 욕심마저 생긴다. 그 옛날 강호의 세계에서 비급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던 이들이 이해가 갈 정도다.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것들은 많다. 대운과 세운에 대해 개념 파악을 했다면, ‘12운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12운성은 십성의 개념을 보다 깊이 들어가는 틀이다. 십성을 좀 더 폭넓게 해석하기 위한 일종의 보조 장치다. 십성의 규정과 해석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12운성은 말 그대로 12개가 있다. KBS의 장수 건강 프로그램의 제목을 생각하면 쉽다. ‘생로병사’를 12단계로 나누었다. 절, 태, 양, 장생, 목욕, 관대, 건록, 제왕, 쇠, 병, 사, 묘다. 십성에 12운성을 겹치게 되면 해석에 깊이가 더해진다. 비겁이라고 다 같은 비겁이 아니고 정재라고 다 같은 정재다 아니다. 태와 동반한 비겁과 관대와 동반한 비겁은 다른 거다.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고 아주 간략하게 12운성 각각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절(絶)은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태(胎)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이다. 양(養)은 여성의 몸 안에서 자라는 기간이다. 장생(長生)은 태어나는 순간이고 목욕(沐浴)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시기다. 관대(冠帶)는 청년의 육체적 성장이 완성되는 시기이며, 건록(建祿)은 자신의 뜻을 구현하는 시기를 뜻한다. 그 건록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인간 생의 정점에 이르는 시기를 제왕(帝旺), 정점을 거쳐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를 쇠(衰)라 하고, 병에 드는 시기는 병(病), 죽은 상태는 사(死),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묘(墓)라고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그렇다. 좀만 기다려 주시라.
다음은 ‘12신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살은 도화살이니 역마살이니 하는 그 살이다(삼겹살, 살치살은 아니다). 살이 꼈어, 할 때의 그 살이다. 그렇다고, 살이 껴서 풀어야 하니 굿을 하자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살이라는 건 자기를 해치는 기운을 말하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사주팔자에 들어 있는 살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12운성은 천간과 지지와의 관계를 보는데, 12신살은 지지끼리의 반응이다. 천간 하고는 관계없으니 내 뜻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때 살펴보는 틀이다.
사실 신살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될 정도로 무지하게 많다고 하는데, 다 알 필요는 전혀 없고 12가지만 체크하면 된다. 겁살, 재살, 천살, 지살, 도화살(연살), 월살, 망신살, 장성살, 반안살, 역마살, 육해살, 화개살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귀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다. 귀인을 만난다고 할 때의 그 귀인이 아니다. 귀인은 나를 돕거나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안 좋은 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이 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대표적인 귀인으로 천을귀인, 문창귀인 등이 있다.
다음은 ‘신강신약’과 ‘용신’에 대한 개념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파가 갈린다고 한다. 학문 치고 파가 나뉘지 않는 게 없으니 당연하다 싶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느 파에 줄을 대야 하나 걱정이 되긴 한다. 복습한다 치고 사주명리를 공부할 때 알아야 하는 과목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위대한 시작인 음양오행으로 출발하여 음양오행의 상생상극, 하늘의 기운인 10천간과 땅의 기운인 12지지, 지지에 숨어 들어간 하늘의 기운인 지장간, 그리고 가족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육친과 십성, 그것들의 합과 충, 대운과 세운을 거쳐 12운성과 12신살까지 공부하면 된다. 여기까지는 사이좋게 공통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관점과 생각이 달라 파가 나뉘는 건 신강신약, 용신에 대한 부분부터이다.
이는 사주명리 고전의 양대 산맥인 <자평진전>이냐, <적천수>냐의 문제라고 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도운이라는 분에 의하면 <자평진전>파와 <적천수>파는 3 대 7의 비율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명린이라서 어느 파가 더 나은지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 최대한 양쪽 파의 생각을 들여다본 후, 노선을 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