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로 말할 것 같으면

by 김영주 작가

자, 기초 책 세 권을 스승 삼고, 유튜브 동영상 십 수 편을 과외 선생 삼아 일단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나의 인생에 끼어들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주명리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게 올해 초였고, 그래! 결심했어! 1990년대 막내 작가로 참여했던 일밤 TV 인생극장의 시그니처 구호를 외치며 공부해보겠다고 다짐한 건 4월 19일, 4‧19 혁명의 날이었다. 이건 나에게 혁명과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그날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이제 6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 본업을 하느라 남는 시간을 활용해 달려왔기에 매우 부족하고 엉성하고 부실한 공부 내공이다. 그렇지만, 조금씩 기록하고 글로 표현해오며 알고 느끼게 된 것들에 대해 정리해보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새로운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쯤에서 나의 사주 공부기 1라운드를 정리하려 한다. 사주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도대체 나의 삶은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뒤늦게라도 파악해보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운전해가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로, 지금까지 알게 된 도구들을 활용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들여다보기로 한다. 나라는 사람의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오로지 사주명리라는 포맷으로.


사주팔자 여덟 글자들을 하나씩 펼쳐보며 해석해본다.


여덟 글자 중 나를 의미하기에 가장 먼저 중심을 잡고 풀어야 하는 글자는 일간이다. 천간 중 태어난 일에 해당하는 글자인데, 나의 일간은 신(辛)이다.


천간 신은 음에 해당하고 오행은 금이다. 같은 금중에 양에 해당하는 건 경(庚)이 있다. 금은 목화토금수의 흐름에서 양이었던 목화와 가운데에서 흐름을 음으로 이어주는 토를 받아 음으로 시작하는 기운이다. 양이 자라남이요 확산이요 발산이라면, 음은 수축이요 응축이요 내려감이다. 정리를 함이기도 하다.


계절로는 가을이고 성격으로는 냉철하고 정확한 사람들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원칙과 틀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나를 짜증 나게 하는 것 중 많은 게 약속에 늦는다거나, 하기로 해놓고 안 하는 거다. 비유할 수 있는 물상으로 볼 때, 경금은 단단한 바위나 철을 의미하고 신금은 가공된 보석이나 칼을 의미한다. 이과가 어울린다고 한다.


처음에 금의 성향과 특히 신금의 성향을 보면서 ‘이건 나하고 별로 안 맞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볼수록 나도 그런 면이 있다는 점에 대해 점점 동의하는 것들이 늘어났다. 무엇이든 양면성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으나, 대개 이성적이고(맞다!) 논리 정연하고(과연?)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관심도 갖지 않는다(매우 맞다!)는 얘기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무엇보다 나는 양의 성향보다는 음의 성향이 맞는다는 건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늘 밝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허세 쩌는 병화 성향의 사람들은 참 부럽다. 그래, 난 보석이고 칼이라는 것에 만족하련다.


일간을 보면, 일주를 봐야 한다. 일간을 아래에서 받치고 있는 일지를 보면 된다. 나의 일지는 해(亥)다. 음이고 오행으로는 수 기운이다. 신해 일주다. 먼저, 해수에 대해 점검해보자. 해는 겨울의 시작이고 밤의 시작이다. 일간인 신금을 기준으로 볼 때 해수는 십성을 적용하면 ‘상관’이다. 내가 생을 하는 오행이고, 음양이 다르므로 상관이다.


상관은 무엇인가. 관을 해친다는 의미다. 관은 조직이다. 상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은 조직 생활을 잘 못한다는 뜻이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가, 나는 프리랜서 방송작가를 업으로 삼고 있다. 처음 선택한 직업인 방송작가를 3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상관 성향인 게 맞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회사 생활해봤다. 방송작가가 힘들어 2000년 무렵 수개월을 한 적 있다. 버티지 못했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몰라 그만두고 다시 방송작가로 복귀했다.


일지는 배우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관 성향의 배우자라는 얘기다. 아내는 말을 잘한다.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말로 나의 뼈를 때리기까지 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아프다. 참는다. 사랑하니까.


4개의 기둥 중 일의 기둥인 일주, 나의 일주는 신해. 쌀쌀한 가을바람처럼 겉은 여리 한 듯하나 속은 칼날처럼 예리한 성향의 사람이다. 중세시대로 비유하면 왕이나 여왕의 사주라고 한다(내 이름이 영주다! 게다가 기둥 주다!). 신금이 해수에 잠기는 경우가 많이 자신이 가진 재능에 비해 그릇이 작은 편이며 시작을 잘하지만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나타낸다고 한다.


금 계열이 이과적인 성향이라고 했는데 신해일주의 직업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성향이 많아 글을 쓰는 직업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이 얘기는 나에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주관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해 일주에 관한 설명 중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안 가는 설명도 있다. 신해 일주는 계해 일주와 더불어 60간지 중에 제일 똑똑한 탑2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일주라는 거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기억력과 이해력이 뛰어나다는 건데, 모르겠다. 그것도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아내에게 자주 맞는다(신해 일주 남자는 공처가의 경우가 많다).


신해 일주를 12운성으로 대입하면 ‘목욕’이다. 12운성 중 가장 섬세하다.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 직관성이 뛰어나다. 특히 호기심이 왕성한데 이것은 양날의 검이라 창조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호기심은 스스로를 망치므로 잘 다스려야 한다.


나의 신해 일주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기분 좋은 건, 유시민 작가 역시 신해 일주라는 것이다. 언제 얼굴을 볼 기회가 생기면 얘기해야겠다.


이번엔 월지를 살펴본다. 나의 월지는 신(申)이다. 금이고 양이다. 월지는 부모를 볼 수 있고, 사회적 활동을 해석할 수 있는 자리이다. 10성으로는 겁재이고, 12운성으로는 제왕이다. 부모님에게 재물적인 혜택은 적을 수도 있고 겁재이므로 나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이 있고, 사회적인 면에서의 겁재는 살벌한 경쟁자들이 득실득실한 곳, 약육강식의 뺏고 뺏기는 장이다.


지금까지 나의 여덟 글자 중 세 가지를 봤다. 일간, 일지, 월지. 이제 각각의 합과 충 등으로 이루어지는 변화무쌍함을 보려면 나머지 다섯 글자도 펼쳐놓고 봐야 한다. 연월일시 여덟 글자는 다음과 같다.

시주 일주 월주 연주

10성 정인 일간 정재 편재

戊(음토) 辛(음금) 甲(양목) 乙(음목)

子(음수) 亥(음수) 申(양금) 巳(음화)

10성 식신 상관 겁재 정관

지장간 壬 戊 戊 戊

甲 壬 庚

癸 壬 庚 丙

12운성 장생 목욕 제왕 사

합으로는 해자축의 완전 방합은 안 되지만 해자로 반합을 한다. 해자축은 합을 해 수의 기운이 된다. 신자진이 합해 수가 되는 삼합까지는 아니어도 신자가 있어 못지않게 위력을 발휘하는 합이 있다. 이것 역시 수 기운이 강하다. 무엇보다 사신합이 있는데 이것 또한 수가 되는 합이다. 나는 전반적으로 수 기운이 강한 사람인 것이다.


충이나 형, 파도 보인다. 천간에 갑무충, 을신충이 있다. 지지에서는 신해충이 있다. 파라는 것도 있다. 사신파. 해도 있는데 신해해가 있다.


내 인생 대운의 흐름을 보기로 한다. 대운 수는 6이다. 6살부터 10년씩 차례대로 대운의 흐름이 바뀐다는 얘기다. 6살에서 15살까지 계미(癸未) 대운이 들어왔고 이는 ‘식신’과 ‘편인’ 대운을 의미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인데, 풍족하진 않아도 부모님과 누나 세 명의 막내아들로 배고픔을 모르고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어찌 보면 놀라운 얘기인데 누나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단 한 번도 상스러운 말을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인가. 58세인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욕설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밖으로 내뱉는 언사 중 가장 강도가 심한 말들은 ‘나쁜 놈’ 정도가 아닐까 한다. 속마음까지 그렇다고 까진 자신할 순 없지만 겉으로는 확실하다. 그래서 욕을 달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난 왜 욕을 하지 못할까. 정상은 아니라고 본다. 15세인 중학교 2학년 때는 전교 2등을 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라고 기억하는데, 이 시기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싶었던 건 동네신문을 만들었다는 거다. 무슨 학교 과제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일찌감치 언론인의 DNA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나 싶다. 아마 요즘이었다면 초등학생 유튜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6세에서 25세까지는 중학교 3학년에서 재수와 대학생을 거쳐 입대를 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임오(壬午)에 해당하는 ‘상관’과 ‘편관’ 대운이 들어왔다. 그랬다. 나는 이 시기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나의 청소년 시기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로 바뀐다. 그 겨울 어느 날, 성당 학생회에 전격적으로 들어간다. 그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간 거다. 여자라면 얼굴이 붉어지고 도망가기 바빴던 중3 남자애가 성당으로 들어가 순례자의 밤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학생회 회장이 되고, 그해 겨울 순례자의 밤 행사에서 혼자 극본, 주연, 연출을 하는 연극을 진두지휘한다. 단편 소설을 써서 성당 문집에 실렸다.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줄을 섰고 연애도 경험했다. 덕분에 학교 성적은 지장을 받았고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를 해서 1985년 겨우 대학생이 되지만, 시국이 어수선하여 학생운동을 한다. 떠밀려서 했거나 의무감에 나선 게 아니라는 건 대학교 1학년이나 2학년까지 하고 대개 그렇듯 군대를 간 게 아니라 4학년까지 내내 했고 8학기를 마치고야 입대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달리게 만든 건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꾸준하게 했고, 1989년 입대와 동시에 열기는 식었다. 혹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대운은 군인이었던 1990년 26세부터 1999년 35세까지의 기간으로 신사(辛巳)로 ‘비견’과 ‘정관’ 대운이다. 10년 대운이라고 해서 칼 같이 10년씩 인생이 큰 변화를 겪는 건 아닐 게다. 이 시기의 나에게 큰 변화를 얘기한다면, 군인의 신분에서 사회인의 신분이 되었다는 점이다. 방송작가가 된다. 비견이란 어깨를 견주는 기운, 동료를 뜻한다. 방송작가가 되어 많은 동료, 선후배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관성이야말로 관계를 맺어가는 힘이다. 정관은 일간과 음양이 다른 관계다. 그렇기에 강압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녹아든다. 방송작가 생활은 물 흐르듯이 흘러갔고, 1996년 가을 무렵 운명의 여인을 만나 1997년 1월에 결혼이라는 합을 한다.


그다음 대운은 경진(庚辰) 대운이 처음 들어오는데 ‘겁재’와 ‘정인’이고 36세인 2000년에서 45세가 되는 2009년 정도까지의 시기다. 이 시기의 시작은 위에서 언급한 적 있었던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회사 조직 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견이 조화를 이루는 동료들이라면 겁재는 투쟁을 하는 동료를 뜻한다. 방송작가를 하며 지쳤나 보다. 10년 차가 가까워 오던 방송 작가 커리어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선택을 했다. 그런데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다. 후회되는 대목이다. 당시 방송 내부에서 좀 더 면밀하게 처세를 하거나 이왕 다른 장으로 나갔다면 거기에서 승부를 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다음 대운은 46세인 2010년에 시작하여 55세에 해당하는 기묘(己卯) 대운으로 10성은 ‘편인’과 ‘편재’에 해당한다. 드디어, 이제야 재성이 운에 들어왔다. 남성 사주에서 재성은 기본은 재물이고, 여성에 해당한다. 정재는 아내라면 편재는 애인인데, 애인 같은 아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재물로 보면 정재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같은 재물이라면, 편재는 부정기적 혹은 한방이라고도 해석 가능하다. 근데 모르겠다. 그런 한방은 들어오지 않고 지나갔으니.


현재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대운은 56세에 시작하여 이제 3년째 흐르고 있는 무인(戊寅) 대운으로 ‘정인’과 ‘정재’이다. 여전히 재물은 눈앞에 있다. 정인 운이 들어왔을 때 공부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쩌면 내가 올해부터 사주 공부에 본격 관심을 가지게 된 게 관련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의 여덟 글자를 중심으로 나의 삶을 펼치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 관심이 없을진대 이제 그만해야겠다. 다만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지면 관계상 이 정도에서 그치지, 사주명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여덟 글자로 자신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고 파도 파도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8개의 글자로 놀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니 이 세계는 보면 볼수록 놀랍다.


그럼 이제, 다음 회 차에서 브런치북을 일단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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