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돈가스 제2화

제2화. 스승은 가까이에 있었고

by 김영주 작가

# 그깟 요리, 뭐 있어?

요리는 어떤 일인가.
요리는 당시 대부분 못 배운 이들이 하는 것이었고, 사지가 멀쩡하기만 하면 평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들에 비해 적응력이 빠르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신동준에게 있어 요리라는 분야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천지였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뛰어들어 집중력을 발휘하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기로 한 그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요리학원에 등록을 한다든지, 가게를 구하러 자문을 구한다든지 등의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촌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한 한식당을 무작정 인수한다.
자금은 아버지에게 결혼자금을 미리 달라고 읍소 반 협박 반의 형태로 해결했다.
그렇게 해서 신동준은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김치찌개나 볶음밥 등을 파는 자그마한 식당 <호호>의 사장이 되었고, 카운터에서 돈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식당에 관련된 모든 것을 스스로 하기 시작한다.

그는 카운터에서 돈을 받거나 서빙을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식당 영업이 끝나는 밤 10시가 되고 주방 아줌마가 퇴근을 하면 혼자 주방에 들어가 요리의 기초부터 독학을 하게 된다.
특별한 선생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서점에 가 요리책 몇 권을 사서 옆에 놓고 쌩 초보 요리부터 시작하여 칼질하는 법, 국물 내는 법 등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을 홀로 익혀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주방장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방에 누가 들어오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법, 그래서 신동준은 새벽까지의 나 홀로 요리 수업이 끝나면 아침에 주방에 들어 올 주방 아줌마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정리를 완벽하게 하고야 쪽잠을 청한다.

야밤에 독학으로 요리 수업을 한 지 한 1년 정도 되었을 때, 주방 아줌마가 월급 인상을 요구했다.
그는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하는 생각에 이렇게 얘기를 한다.
“주방 아주머니께 월급을 지금보다 더 드리지는 못합니다. 혹시 더 나은 조건으로 가실 때가 있으신지요?”
이 말을 들은 주방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란다.
“그럼 제가 죄송해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다른 곳에 가서 더 좋은 대우받으면서 일하세요.”
“근데 앞으로 주방은 누가 볼 사람 있긴 한 거예요?”
“제가 보면 되죠.”
신동준의 씩 웃는 미소가 담긴 거침없는 대답에 주방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요리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 요리, 뭐 있더라

“아니, 이거 맛이 좀 심한 거 아뇨?”
한 숟가락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손님들이 그 날만 벌써 세 번째였다.
전날만 해도 맛이 아주 좋다는 건 바라지 않았지만, 꽤 괜찮다는 얘기도 듣긴 했는데, 그 날은 영 아니었던 것이다.
역시 문제는 요리였다.
그가 주로 만드는 음식들은 찌개, 탕, 볶음 종류였는데 문제는 맛이 일정하지 않아 들쭉날쭉하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예전의 단골손님들도 하나씩 발을 끊기 시작했다.
하루는 주방에서 참치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문을 열었다.
“야야, 여기 올라고 그런 거야?”
주방에서 바로 나오려던 신동준은 한 학생의 짜증 섞인 말에 홀로 나가지 못하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간단히 배만 채우고 가자, 시간도 없잖아.”
“야 차라리 구내식당 가서 먹으면 되잖아. 거기가 더 맛있지 않냐?”
“야야, 우리가 언제 맛 따졌냐? 빨리 먹고 가자구, 아저씨!”
그때 그 순간 그가 주방에서 나와 홀로 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무척이나 길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신이 만드는 음식들이 학교 안의 1000원짜리 구내식당 밥보다도 못하다는 얘길 들은 것이다.
요리가 점점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스승을 만나다

음식의 맛이 하루는 괜찮고, 또 하루는 괜찮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면서 식당을 유지하는데 급급해하던 어느 날, 건너편 노래방 입구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비주얼. 노래방 사장이었다.
처음엔 그냥 돈이 좀 있어 신촌 한 복판에 노래방을 차려 놓고 소일하며 보내는 팔자 좋은 사람이려니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늘 가게 앞마당을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노래방 앞마당이 신동준의 가게인 <호호>의 앞마당이기도 한데 언제나 아무 말 없이 <호호> 바로 앞부분까지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 몇 번이나 연출이 되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맥주 한잔 하자 해서 가게 안으로 끌어들여 잔을 권하며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하게 된다.
“사장님, 저는 신동준이라는 사람입니다. 보시다시피 먹는장사하고 있구요.”
“허허, 나도 자네가 매일 보듯이 노래방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지.”
“젊은 저는 제 가게 보느라 정신없는데 사장님이 매일 저희 가게 앞에까지 청소를 해주시니까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죠. 제 술 한 잔 받으시죠.”
노래방 사장에게 맥주를 따라드렸다.
“아차, 사장님 조금만 앉아 계세요, 제가 안주거리 금방 가져올게요.”
신동준은 음식을 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사실은 자신의 요리에 대해 평가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래도 인생의 쓰디쓴 경험은 없는 학생들의 입보다는 살만큼 살아온 사람의 산전수전 다 겪은 입에서 나올 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재빠르게 만들어 온 것은 김치찌개.
그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노래방 사장은 아무 말 없이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들었다.
이어서 맥주 한 컵을 이내 비웠다.
과연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는데, 그 남자는 계속 맥주 한 모금, 김치찌개 한 숟가락을 아무 말 없이 들기만 하는 것이었다.
“저.. 사장님, 김치찌개 맛이 좀 어떻습니까?”
“맛있네.”
“아 예, 감사합니다.”
그 날은 그렇게 맥주 몇 병과 김치찌개만으로 끝났다.

신동준은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해 이렇다 할 평을 하지 않은 노래방 사장님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음식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은 것들이 있을 것인데, 자신의 요리에 대해 어느 정도의 평은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가만히 물러설 신동준이 아니었고, 당시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상황이었다.
신동준은 그날 이후 계속 자기 가게로 초대를 하여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보여주면서 맛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는데, 그 사람은 언제나 맛있다고만 하는 것이었다.
신동준은 마침내 자신의 요리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맛이 있다는 식당들을 억지로라도 끌고 가다시피 해서 맛을 보여줘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뿐이었고 단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맛있구먼.”

서로 알게 된 지 서 너 달 정도 되었을 땐가, 그 사람도 자신이 신동준과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느꼈는지 뜻밖의 고백을 하게 된다.
“이보게 신 사장. 자넨 내가 노래방 하기 전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놈인지 솔직히 궁금하지?”
신동준은 정곡을 찔려 별 다른 얘기 못하고 씩 웃기만 했다.
“나 사실, 요리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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