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돈가스 제3화

제3화. 요리의 길

by 김영주 작가

# 음식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

신동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일본에서 한 40년 정도 요리만 했지.”
노래방을 하며 늘 청소만 하던, 좋아 보이는 그 남자, 음식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맛있다는 표현밖에 하지 못하던 그 사람이 요리사였고 그것도 일본에서만 무려 40년 동안 요리를 해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신동준은 그 시점에서 샘 솟아나는 궁금증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다 안다는 듯 미리 얘기하는 게 아닌가.
“근데 왜 지금은 안 하냐 이거지? 자네도 식당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신동준은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미각이 둔해져서 할 수가 없었네.”
“아니, 그래도 40년씩이나 요리를 하셨으면 이깟 식당 하시는 거야 장난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아, 내 성격이 민폐 끼치는 거 싫어하거든.”
신동준은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 귀인을 만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동준은 정신을 차리고 진짜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한 가지를 던진다.
“제가 만든 음식은 왜 다 맛있다고만 하셨습니까?”
돌아온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음식은 다 하늘에서 내려주는 건데 맛있다 맛없다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대답이었지만, 신동준은 지푸라기를 잡았다는 생각, 아니 잡아도 제대로 잡았다는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요리의 길을 알게 되다

이렇게 해서 우연히 알게 된 40년 경력의 요리사와 술친구가 된 지 반년 정도 접어들자, 어느 날 신동준에게 놀라운 얘기를 한다.
“내 자네에게 딱 5일만 사사를 하겠네.”
“네? 정말이요!!!!”
신동준은 꿈만 같았다.
자신이 요리의 길에 접어든 지 이제 고작 2년 남짓 됐을까.
그런 자기에게 40년의 요리 내공을 전수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 전해준 것은 칼을 들고 실습을 하는 형태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요리의 기본, 요리의 철학, 요리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한 것을 이야기로 해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5일 동안의 수업을 통해 신동준의 요리는 돈으로 계산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자네는 앞으로 꿈이 뭔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동준은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야 식당이 잘 되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거죠.”
“어떤 식당이 손님들이 한번 이상 찾아갈 만큼 매력이 있으려면 그 식당의 요리사가 매력이 있어야 하네. 그러면 요리사의 매력이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요리사가 비전이 있어야 하고, 확고한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걸세.”
하루하루 요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던 신동준은 과연 자신의 요리사로서의 비전은 무엇이고, 자신의 철학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현재의 자신의 요리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자네 가게에서 팔고 있는 메뉴는 다 만들 줄 알지?”
“예, 만들 줄이야 알지만...”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거겠지.”
신동준은 흠칫, 정곡을 찔렸다.
“예, 바로 그겁니다. 저는 매번 비슷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맛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젠지 모르겠습니다.”
“요리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역시 대답이 궁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음식을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 물론 맛있게 만들어야 하고요.”
“요리란 식 재료에 열을 가하는 것에서 시작하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요리사가 되려면 불과 친해져야 하네. 불을 늘 관찰하고, 가까이하고, 불과 함께 하려고 하세, 불에 집중하고 집중하면 언젠가는 불의 깊은 속의 미세한 구조들까지 자기도 모르게 보이는 날이 올 걸세.”
신동준도 특히 중식은 불의 예술이라는 얘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이 된 요리에 대한 강의는 하루에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의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5일 동안 계속되었다.
“생선이라는 식 재료를 가지고 요리사가 해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야, 굽고, 찌고, 졸이고...”
“그럼 생선에 승부를 건다면 어디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겠는가? 굽는 것에? 잘 찌는 것에? 자네라면 어디에 걸겠는가?”
“뭐, 저라면... 생선구이 같은 건 많이들 하니까... 영양을 생각한다면 찌는 거, 찜에 승부를 걸어보는 게 어떨까요?”
“잘 굽거나, 잘 찌거나, 잘 졸이거나, 사람마다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날까?”
“뭐... 어느 정도는... 예, 하긴 그다지 큰 차이는 나진 않겠네요. 그럼 어디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거죠?”
“육류를 볼까? 우리가 즐겨먹는 육류는 소, 돼지, 닭 등이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이미 이런 종류의 육류에 혀가 길들여져 있다는 거지. TV를 보면 최고의 소고기니, 갈비니, 등심이니, 뭘 먹여 키웠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난 재료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네.”
신동준은 도대체 그 입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정신을 집중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재료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어디에 승부를 걸어야겠나. 소스, 소스네.”
“소스요?”
“그렇다네, 소스. 바로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하네.”
소스란 말에 신동준은 뭔가 엄청난 말이 나오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사라졌지만,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긴 했다.
“짜장면이 왜 오래간다고 생각하나?”
“그야... 쫄깃쫄깃한 면발 하고...”
“그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춘장이네. 소스란 얘기지.”
“소스도 종류가 많지 않습니까?”
“많지. 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스가 있다네.”
“네? 그런 소스가 있습니까?”
“있지. 자네만의 소스.”
순간, 신동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존재하는 소스를 쓰면 그저 그런 요리사밖에 될 수 없지. 자네만의 소스를 개발해야만 진정한 요리사의 길에 접어드는 것일세. 물론 자신이 개발한 자기만의 소스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요리사는 1%도 되지 않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거지.”
“어떻게 하면 저만의 소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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