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법
신동준이 강의를 받은 지 어느덧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 날 따라 그의 아우라가 왠지 느낌이 이상했고, 노래방도 일찍 문 닫고 왔다고 했다.
신동준은 바짝 긴장한다.
“선생님, 오늘은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최고의 요리네.”
신동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킬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요리!
이는 요리사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최고의 경지가 아니던가.
도대체 최고의 요리란 무엇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야.. 좋은 재료 하고... 훌륭한 요리 기술.. 맛... 이 아니겠습니까?”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착각하는 게 더 좋고 풍부한 맛을 낸다는 명목 하에 아무 재료들이나 생각 없이 마구 혼합을 한다는 것일세. 이는 잘못이네. 요리를 잘한다는 건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네.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때에는 각 재료들의 각기 다른 맛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어떤 맛을 베이스로 가고 보조 역할에 머무르게 하느냐를 잘 해내는 게 중요하네.”
“그럼... 역시 좋은 재료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까? 물론 거기에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은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만.”
“좋은 재료 중요하지, 정말 중요하지. 하지만 재료를 좋은 것을 선택하려 할수록 비용은 계속 올라가는 것은 주지하고 있겠지. 결국 최고의 요리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는 것일세. 다행히 신은 인간을 힘들게 할 정도로 야박하진 않다네.”
이제 이야기의 결말이 나오려고 하는 시점이다.
신동준은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데 있어 요리사가 최종적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은!”
꿀꺽.
“자연이네, 계절이네.”
자연.
계절.
“이제는 시대가 좋아져서 거의 모든 재료들을 원하기만 하면 구할 수는 있네. 하지만 인간은 결국 그 계절에 나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가장 인간의 몸과 마음에 좋은 방향으로 진화를 해온 것이네. 여기에 충실할 때만 요리는 최고를 향해 가까워지는 것이네. 자연을 닮으려고 노력을 해보게. 그러면 언젠가는 자네의 요리는 최고의 요리라고 사람들이 칭송을 할 걸세. 그 요리를 먹게 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일세.”
# 자연을 닮은 맛
요리의 길을 알려준 스승을 생각하며 발 길 닿는 대로 다닌 지 벌써 한 달이 넘어, 신동준이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던 때가 1999년 7월 초입이었다.
분명히 그분이 사신다는 곳이 이 근처 어디였다고 들었던 것이다.
뜨거운 태양은 산속을 걸어가고 있는 신동준을 지치게 하였다.
도대체 얼마를 더 가야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건지…
한참을 걸어가는데 마침 지게를 지고 가는 한 노인을 마주하게 되었다.
“저.. 어르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순박한 표정을 지었다.
“한 예순 살 정도 드셨고요, 키는 좀 작으시고 몸집은 단단하시고요..”
신동은은 기억이 나는 대로 그분의 생김새를 노인에게 설명을 했다.
그런데 노인은 잘 아는 사람이라는 듯 뒤 쪽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허허, 그 친구, 저 쪽에 조금만 가면 냇가가 나오는데 거서 놀고 있을 거야.”
노인이 알려준 대로 허겁지겁 달려가 보니 과연 꽤 커다란 냇가가 펼쳐져 있었다.
어디에 그분이 있나 천천히 바라보자니 저 쪽에 냇가에서 물 안에 뭔가를 심었는지 허리를 구부리고 바라보고 있는 분이 계셨다.
바로 그분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고개를 들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는 사람, 선생님이 맞았다.
신동준은 순식간에 달려갔다.
“선생님, 저 아시겠죠? 신동준입니다, 신동준!”
“허허, 내가 왜 자네를 모르겠나.”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반갑게 포옹을 했다.
“근데, 자네가 여기까지 웬일인가?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거야?”
“무슨 일은요, 선생님 뵌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근방에 놀러 온 김에 찾아온 거죠. 근데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그분은 미소를 짓더니 냇가 한 곳을 바라보았다.
“뭘 하긴, 물고기 잡는 거지.”
“물고기요? 으하하하! 선생님, 여전하시네요!”
“어디 내가 잡은 물고기 맛 한번 볼 텨?”
“좋습니다, 선생님, 그럼 제가 기가 막히는 매운탕 해드릴게요!”
신동준은 웃통을 벗어던지고, 선생님과 함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물장구도 치면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잠시 후, 잡은 물고기가 꽤 되자, 신동준은 배낭을 열고 버너와 코펠을 꺼내고 매운탕을 끓일 준비를 한다.
이제 요리하면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고 자부하던 차였기에, 자신의 매운탕 솜씨를 선생님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능숙한 솜씨를 재료들을 만지는 신동준의 모습을 옆에서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바라보기만 하는 선생님.
매운탕이 팔팔 끓기 시작하며 신동일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가며 맛을 잡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은 맛있다고만 하시면 안 됩니다.”
선생님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끓기 시작하는 매운탕의 냄새가 냇가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어디에 두었던 건지 소주를 한 병 꺼내시는 선생님과 맞은편에 앉은 신동준.
신선 사는 곳이 바로 예구나 하는 생각이 절도 드는 순간이었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맛있구먼.”
“아이, 선생님~”
갑자기 어린이라도 된 듯 애교가 나오는 신동준이었지만 맛있다는 말의 울림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가 갑자기 일어나 꽃들이 피어 있는 곳으로 꽃잎을 한 움큼 따는 게 아닌가.
그리곤 손에 수북이 담긴 꽃잎들을 가지고 오더니 매운탕에 털어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신동준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맛 한 번 보게나.”
꽃잎으로 장식이 된 매운탕.
신동준은 한 숟가락 국물을 마셨다.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동굴 안으로 화사한 빛과 함께 꽃잎들이 들어와 춤을 추고 있었다.
“선생님, 역시 자연을 닮은 맛이네요.”
“여기 둘러보게나, 무척이나 다양한 맛들이 피어 있다네.”
다시 한번 요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