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돈가스 제5화
신동준은 그 많고 많은 음식들 중에서 하필이면 왜 돈가스를 하게 되었을까.
그전에 했던 식당이 주로 찌개와 볶음밥 종류를 팔던 한식집이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정통 한정식 집에서 체계적으로 요리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일식 수업은 전무했고 대학가 앞에서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밥이나 국, 찌개 등을 만들어 팔았던 것이 전부였다.
99년 늦여름의 어느 날, 신동준은 친구와 만나기 위해 명동 거리를 오랜만에 나오게 되는데, 급한 일이 생겼는지 친구가 나오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명동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된다.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신동준의 날카로운 눈으로 돌진해와 순식간에 박혀버린 한 음식이 있었다.
돈 ‧ 가 ‧ 스!
물론 돈가스라는 음식은 어릴 적에 경양식집에 가서 먹은 적이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간혹 먹은 적은 있지만 그의 뇌리에 인상 깊게 박혔던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건가. 그날따라 돈가스라는 음식이 그의 온몸에 강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 집으로 들어가 돈가스를 먹는다.
바삭바삭한 빵가루와 그 속에 살포시 자리 잡은 돼지고기, 그 옆에 앙증맞게도 보이고, 자유롭게도 보이는 싱그러운 야채 그리고 구석 자리에 수줍은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브라운 톤의 소스가 한데 어우러져 돈가스라는 교향곡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교향곡은 뜨거운 기름의 세례를 통과한 것이었으리라.
도대체 돈가스란 무엇인가?
돈가스는 오늘날 이른바 국민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돈가스'란 어휘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豚’(돈카츠)의 돈은 돼지를, ‘카츠’는 커틀릿을 뜻한다.
‘커틀릿(cutlet)’이란 서양 요리로 소고기나 닭고기 등을 밀가루와 푼 달걀, 빵가루 순으로 묻혀 기름에 튀긴 음식을 말한다.
커틀릿이라는 발음을 일본인들은 발음하기 어려워 카츠레츠라고 불렀는데, 그걸 줄여 카츠라고 하게 된 것이다.
원래 서양요리였던 포크커틀릿(Pork Cutlet)이 일본 음식인 돈가스가 된 유래는 메이지 시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순수한 서양요리인 커틀릿으로 불리었고 조리법도 지금과는 다르게 버터와 같은 소량의 기름으로 굽는 요리였다고 한다.
1인분도 75g 정도의 작은 사이즈로 약 1.2㎝ 정도의 두께를 두들겨 크게 늘려서 건조한 빵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구운 것이다.
서양의 커틀릿이 일본으로 건너와 튀김 기술과 결합하여 오늘의 돈가스가 된 것이다.
돈가스란 과연 어떤 음식인가를 묻는다면, 돼지고기에 소금,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고기를 부드럽게 한 다음 여기에 밀가루, 계란,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 170 정도의 기름에 튀겨낸 다음 걸쭉하게 뽑아낸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당시에 신동준이 강렬하게 받은 그 필이라는 것은 '그래, 이 음식이야!'라는 것이 아닌, 그저 간결한 음식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음식을 연구해야겠다는 느낌을 준다.
그 날 이후 신동준은, 돈가스 탐사에 들어간다.
신동준의 대한민국 돈가스 맛집 보고서(20세기 버전)
돈가스를 알려면 말할 것도 없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 유명한 집을 다니며 최대한 많이 먹어보는 것.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지거나 재일교포 친구를 통해 유명하다는 돈가스 집들을 다니며 돈가스를 먹어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동준이 먹어 본 유명한 돈가스 전문점들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돈가스는 과연 어느 집이었을까도 궁금하시리라 생각한다.
잠시 후 공개하겠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팔리고 있는 돈가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얇으면서도 넓게(A4 돈가스까지 있을 정도로!) 튀긴 돼지고기 위에 브라운소스를 뿌린 이른바 옛날 돈가스와 두툼한 고기에 작게 잘려 나오는 일본식 돈가스가 있다.
옛날 돈가스는 나이프로 썰어가며 먹고 일본식 돈가스는 젓가락 혹은 포크로 집어 먹는다.
옛날 돈가스는 뿌려져 있는 소스와 함께 고기를 먹고, 일본식 돈가스는 소스를 찍어 먹는다. 옛날은 부먹, 일본식은 찍먹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돈가스 맛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두 가지 형태의 돈가스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진정한(?) 돈가스라고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의 토종 음식이 아닌 바에야 어느 것이 더 진정한 돈가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크커틀릿이라는 서양 음식을 거의 그대로 수입을 한 형태에 김치와 그것도 모자라 반찬으로 나오는 풋고추를 먹으며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택시기사들의 식당에서 보게 되는 우리의 방식과 결합을 한 옛날 돈가스도 좋고, 포크커틀릿을 자기 나라로 들여와 두툼한 고기로 변화를 주고 미리 썰어 젓가락으로 소스를 찍어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변형을 시킨 일본식 돈가스도 좋은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형태의 돈가스를 먹든 맛이 있는가이다.
명동돈가스
대한민국 돈가스의 메카는 명동이다.
그런 명동에서 가장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 <명동돈가스>다.
1983년에 생겼다고 하니, 명동 한 복판에서 돈가스를 만들어 온 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어선, 역사만으로도 존경을 보낼 수 있는 돈가스 전문점이다.
신동준이 돈가스 전문점으로 명동에 입성을 할 당시 세운 두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어떤 돈가스 전문점을 누르는 것이었는데, 바로 이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에서는 마치 초밥 집처럼 주방장이 일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 앉아서 볼 수 있게 바 형태의 자리가 넓게 있다.
그곳에 앉으면 돈가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볼 수 있다.
일본의 돈가스 브랜드 ‘동키돈가스’에서 기술 전수받았다고 하는 이 곳의 돈가스는 돈육과 미소장국, 밥과 양배추 샐러드 중에서 아삭 거리는 샐러드에 가장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매우 시원하다.
물론 돈육도 맛이 좋지만, 이 정도의 맛을 내는 곳은 많다.
서호돈가스
역사로만 치면 ‘명동돈가스’보다 훨씬 더 오래된 집이 바로 이 곳 <서호돈가스>이다.
1968년에 시작을 했으니, 그야말로 이 땅에 돈가스를 뿌리내리게 한 일동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집 역시 사장님이 수시로 일본의 돈가스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국내산 암퇘지의 등심을 들여가 3일간 자체 숙성 과정을 거치고, 하루에 두 번 기름을 갈아주고 있다.
그래야 바삭바삭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잘린 돈가스와 야채도 신선하게 아삭 거리는 맛을 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명동돈가스’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그만큼 더 맛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곳이다.
본까스
일본대사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돈가스를 포함한 전반적인 일식을 팔고 있는 곳이다.
1997년에 개업을 했는데, 10년이 되기도 전에 돈가스 업계에서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명성을 확보했다.
독립적인 건물 전체가 <본까스>인데 1층과 2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돈가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가 구비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돈가스는 빵가루는 다른 곳에 비해 고운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바삭거림과 장국과 야채와의 조화도 큰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곳의 돈가스가 다른 곳보다 유난히 맛이 더 있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허수아비
SBS의 <해결! 돈이 보인다>라는 프로그램의 돈가스 편에서 이른바 쪽박 집에게 큰 도움을 주는 대박 집으로 출연한 집이다.
그래서 혹시 너무 포장된 곳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 곳이지만 예술의 전당 앞의 소박한 인테리어의 본점에서 먹어본 바로는 지금까지 먹어 본 돈가스 전문점 중에서 빵가루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있는 곳이다.
입 안을 찔릴 정도의 자극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바삭거리는 정도는 최고라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빵가루를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고 한다.
물론 바삭한 빵가루 안에 숨겨져 있는 두툼한 돈육의 맛도 좋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바스락!’하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삶아진 돼지고기의 육즙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게 좋은 느낌을 준다.
또한 손님이 테이블에 앉으면 깨를 빻을 수 있게 하는데, 재미라는 측면에서 좋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돈까스 참 잘하는 집
이 집은 소위 말하는 정통 돈가스 전문점이다.
시작은 홍대 쪽이었다.
클럽과 바의 거리 홍대 앞에서 동화적인 분위기의 자그마한 집인데, ‘재미있는 돈가스’라든가 ‘이상한 치킨가스’ 같은 재미있는 돈가스 이름과 범상치 않은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 나오는 수프부터 시작하여 추억을 자극해주고, 이어 나오는 메인 돈가스는 넓적한 돈가스와 그 위에 뿌려진 브라운소스이지만 맛이 부드럽다.
하지만, 바삭거림이나 두툼한 돈육의 맛은 아무래도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약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부부 돈가스
여의도 63 빌딩 뒤에 쌍둥이 빌딩이 있다.
라이프콤비 빌딩.
20층이 훌쩍 넘는 고층빌딩인데 63 옆에 있다는 죄로 작은 빌딩처럼 보인다.
그곳 1층 안쪽에 작은 돈가스집이 있다.
노 부부가 다정하게 운영하시는 데 일본식 돈가스를 정갈하게 만드신다.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없는 맛이다.
돈카
신동준이 먹은 본 돈가스 중 가장 맛있다고 평가를 한 곳이다.
그 맛이 궁금하다면 한번 직접 가서 맛을 보시기 바란다.
돈가스 위의 돈가스
위에서 기술한 돈가스 전문점들은 필자도 모두 맛을 보았지만 모두 수준 이상의 돈가스 맛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식 돈가스는 바삭한 빵가루와 부드러운 돈육의 맛이 특히 좋고, 정통 돈가스는 재미있고, 맛 역시 확실하다 할 수 있다.
단, <동갓>이라는 곳의 돈가스 아닌 ‘동갓’을 알게 되고, 먹어보기 전까지 말이다.
이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국민 음식 돈가스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신동준의 돈가스, <동갓>을 알아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