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돈가스 제6화
이렇게 맛있다는 돈가스들을 먹으면서 신동준이 느낀 것은 단 한 가지.
돈가스라는 음식은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인가.
돈가스라는 음식은 왜 이렇게 하나같은가.
돈가스라는 음식은 왜 이렇게 거기서 거긴 가.
돈가스라는 음식이 간결한 편이어서인지, 어느 집 돈가스를 먹어 봐도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역사가 오래된 집이건, 개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집이건, 심지어는 분식집에서 파는 3,900원짜리 왕돈가스라는 것을 먹어 봐도 맛이 없지는 않았다.
공통점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을 감동시키는 돈가스를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통 돈가스라고도 불리는 옛날식 돈가스나 일본식 돈가스나 돈육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내고 소스를 바르거나 찍어먹는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했던 것이다.
맛도 좀 더 바삭한가, 약간 더 부드러운가, 야채가 파삭한가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소스 역시 크게 보아 차이 나는 클래스는 없었다.
여느 사람 같으면 돈가스의 이런 점을 설사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거기서 그만이었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돈가스의 역사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쳐 지금의 돈가스가 만들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돈가스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열심히 노력하는 요리사들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하지만 신동준이라는 또 한 명의 돈가스에 꽂힌 사람은 달랐다.
천편일률적인 돈가스에서 오히려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돈가스라는 음식에서 재미를 보았다.
대중을 장악한 메뉴라는 것은 그만큼 빈틈이 많다는 것.
그는 돈가스에 뛰어들기로 결심을 하게 되면서 그냥 뛰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돈가스 자체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로 맹세를 하기에 이른다.
돈가스에 개혁의 바람을 최초로 일으키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돈가스는 재미있다는 생각, 왠지 돈가스라는 음식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 같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
그래서 돈가스에서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을 신동준은 한 것이다.
“명심하게나, 요리사를 흥분시키는 도전이란 무엇보다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 내는 일이네. 똑같이 만들어서는 발전이 없는 걸세.”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하지만 생각과 의욕만 있다고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돈가스를 과연 어떻게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냐다.
기존의 돈가스와는 어떻게 혁명적으로 차별화를 줄 것이냐다.
# 돈가스 혁명이 시작되다
돈가스는 도대체 어디까지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어느 정도 변화를 줘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맛을 내는 돈가스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첫째, 좋은 돼지고기라야 한다.
당연히 냉장육이 냉동육보다는 맛이 좋을 것이다.
둘째, 빵가루 역시 질이 좋아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 두께의 튀김옷이냐에 따라 씹는 질감과 맛의 차이가 날 것이다.
셋째, 기름도 무시할 수 없다.
튀기는 기름의 온도도 역시 중요한 사항이다.
넷째, 튀겨진 돈육 위에 부은 것이든, 찍어먹을 수 있게 옆에 배치를 하든 소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섯째, 튀겨진 돈육 옆에 자리 잡는 야채의 신선도도 돈가스의 맛을 완성시키느냐 미완성으로 남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크게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을 시켜야 맛있는 돈가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바삭거리는 튀김옷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돈육의 부드러우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맛,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맛의 풍부함과 신선한 야채와의 상큼한 만남이 비로소 돈가스란 음식을 위대하게 만들고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돈가스는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의 포크커틀릿은 수백 년이 되었고, 돈가스라는 음식의 전형을 만들어낸 일본에서만도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인데, 과연 어느 정도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돈가스에 목숨을 걸고 달려든 수많은 돈가스 전문점의 요리사들은 과연 어떤 돈가스를 만들어 왔고, 현재도 만들고 있는 것일까.
더 맛있는 돈가스를 위해 더 정성을 기울이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선 최고로 좋은 돈육을 마련하고, 빵가루를 최적의 상태로 바삭거림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과 튀기는 기술을 늘 연마하여 숙련되게 하고, 돈가스의 맛을 상승시킬 수 있는 소스를 만들어 내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 있게 내놓고 있는 품목들을 보면 기본인 로스가스(등심)와 히레가스(안심) 외에 새우가스, 치즈가스 등이 있고 기껏해야 우동 등을 곁들이는 세트 유형 정도이다.
돈가스의 본 고장 일본을 봐도 그들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돈가스의 경지를 봐도 인도의 카레와 결합을 시켰다는 카레돈가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신동준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돈가스에 어떤 한이 맺혔길래, 100년을 넘어 흘러온 역사 동안 면면히 내려온 돈가스의 정체성을 흔들어버리려 작정한 것이다.
돈가스 역사상 최고의 반역을 선포한 돈가스 혁명아의 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 돈가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돈가스에서 변화를 준다면 어떻게 주어야 할 것인가.
돈가스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들과 요리 과정은 비슷하다.
돼지고기와 빵가루가 주재료이고, 기름에 튀긴다는 것은 돈가스가 돈가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빵가루에 돼지고기를 입힌다거나, 돈육 안에 기름을 넣는다면 미친 사람 소리만 들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변화의 핵심은 결국 소스였다.
소스에 변화를 주는 것이 돈가스를 바꾸는 길의 실마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스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신동준은 소스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로 생각하고 소스를 구성하고 있는 내용과 소스의 형식을 포함한 모두를 바꿀 것을 결심한다.
이제, 신동준은 돈가스의 세계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음은, 새 점포를 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