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혁명기지를 구축하다

전설의 돈가스 제7화

by 김영주 작가

새로운 돈가스를 개발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필요했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메뉴로 <우동한그릇>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돈가스 연구개발을 하기로 했다.

지속적으로 요리를 하면서 새 메뉴를 개발해야 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신동준은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에 어떤 베이스캠프를 차릴 것인가.

그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겠지.

돈가스의 메카 명동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당연히 명동 한복판이 아닌 구석일 수밖에 없겠지, 크기도 작을 수밖에 없겠고.

그는 장소의 위치나 규모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바야흐로 웹의 세상이 열리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홈페이지가 필요함은 물론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돈을 주체할 수 없는 사장님이 아닌 바에야 굳이 대로변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명동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겨우 발견한 자리는 실내포차를 하다가 망하고 10달 정도 방치되어 있던 5평 정도의 공간이었다.

당시 중앙극장의 뒷골목에 있었는데 정말 누군가 실수로 길을 잘못 알고 들어오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최악의 자리였지만, 신동준의 시각에서는 최적의 장소였다.

게다가 뒷골목에 있는 작은 점포라는 이유로 보증금 300에 월세 30이라는, 명동이라는 공간에서 누가 봐도 운 좋게 계약했다고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아직 새로운 스타일의 돈가스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1999년 가을, 대한민국 돈가스의 메카 명동의 구석자리 5평 공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돈가스 기지가 세워진 것이고, 신동준이라는 돈가스 혁명전사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어떤 소스를 만들 것인가


<동갓>이 흔하디 흔한 일반적인 돈가스 전문점에 머물지 않고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돈가스 맛집이 되는데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이른바 '흰구름동갓'이다.

<호호>를 그만두고 명동의 뒷골목으로 들어와 호기롭게 <우동한그릇>이라는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지만, 신동준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건 새로운 스타일의 돈가스 개발이었다.


명동에 오기 전에도 자연을 거닐었듯이 뭔가 새로운 영감을 떠올려야겠다 싶으면 밥 먹듯이 가게 문을 닫고 홀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벽지 한 장 바르고 문 닫고 떠나고, 바닥 공사하고 또 떠나고 하는 과정이 두 달이나 지속됐다.

맘먹고 인테리어 작업 등을 하면 1주일 정도면 충분한 규모가 무려 두 달 가까이나 걸린 것이다.


<우동한그릇>의 초기 메뉴는 우동과 일반적인 일본식 돈가스였다.

그런데 음식을 만들면 만들수록 우동은 국물(다시)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가스 역시 새로운 스타일의 돈가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더 해 갔다.

그럴수록 그의 바깥나들이는 더욱 빈번해졌다.

강원도 춘천, 홍천, 횡성, 영동, 양구에 경기도 강촌, 가평, 양수리 등 자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해가 떠있을 때는 산과 들을 무작정 쏘다니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고, 해가 지면 여관으로 찾아 들어가 TV를 보면서 킬킬거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 돈가스 변화의 핵심 소스


그렇다면 기존 돈가스의 브라운소스가 아닌 어떤 소스를 만들 것인가.

신동준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손님이 먹었을 때 미소를 짓지 않게 되면 자신의 음식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엔 가차 없이 문을 닫았다.

전철을 타고 강변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어떤 곳이든 일단 교외로 나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연에 몸을 맡기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다 보면 정리되지는 않아도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신동준이 구현을 하고 싶었던 소스는, 돈가스임에도 불구하고 고기 냄새도 안 나고, 부드러운 살코기를 씹을 수 있으면서 튀김옷과 그 외 다른 향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빵이나 과자 같은 식감을 느끼는 돈가스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진 소스였다.


이런 일을 밥 먹듯이 하던 어느 날, 그날도 교외 어디인가를 다녀오고 집 근처의 PC방에 들러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손님들이 남긴 글들을 읽고 업그레이드할 것들을 처리하고 집으로 가는 새벽 4시쯤이었다.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는 한 가지 키워드가 있었으니!

식이섬유였다!


식이섬유란 무엇인가.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가수 분해되지 않는, 즉 인체의 소화기관에 소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는 난소화성 다당류를 총칭한다.

섬유질, 섬유소, 파이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식이섬유는 무엇에 좋은가.

포만감을 부여하여 과식을 방지함으로써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으며 장운동을 촉진시킨다.

당장 PC방으로 달려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현대인이 섭취해야 하는 갖가지 중요한 영양소들 중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식이섬유라는 것을 알게 되고, 쾌재를 부른다.

식이섬유로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소스,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식이섬유의 종류 찾기에 들어간다.

고기는 산성이기 때문에 소스는 반드시 알칼리 라야 한다.

이 점에서 식이섬유 소스는 맛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알칼리 종에는 무엇이 있는가.

채소와 과일이다.

단 채소와 과일을 이용하여 소스를 만들되 맛과 향을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혀를 자극할만한 채소와 과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때부터 신동준은 식이섬유 소스를 만들기 위해 시장 순례를 시작하게 된다.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하나씩 다 요리를 해보고 맛을 보면서 최적의 소스가 될 재료들을 찾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얇게 썰 때, 두껍게 썰 때가 맛이 다르고, 물에 넣었을 때와 그냥 요리할 때가 다 맛이 다른 것이다.

결정적으로 무는 무향무취라는 약점이 있다.

과연 돼지고기와 어울리는 야채는 무엇이 있을까를 알아내기 위해 계속 요리하고 먹어보는 과정을 계속한다.

이런 작업을 한 몇 주 하다 보면 서서히 미쳐가게 된다.

그럴 땐 주저 없이 가게 문을 닫고 또 교외로 바람을 쐬러 떠나고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그만의 소스를 만들기 위한 그의 탐험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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