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를 파삭하게 하라

전설의 돈가스 제9화

by 김영주 작가

이제 소스는 되었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돈육의 맛을 상큼한 분위기로 감싸줄 야채다.(앞으로 ‘채소’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이고,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 ‘야채’로 하겠다.)


자고로 야채는 어떠해야 하는가.

파삭해야 한다.

최적의 신선한 야채를 내오기 위해 신동준이 들이는 노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야채 연구에서 첫 번째로 하는 건 향이 나는 야채를 쭉 적어보는 것.

그런 후에 하나씩 하나씩 접목을 시키는 과정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을 하다 보면 주방은 어느새 난장판이 된다.

특히 야채의 수분을 처리하는 문제가 고난도의 단계인데, 이런 실험은 환풍기를 틀고 문을 닫고 해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몇 날밤을 거치고 거친 후에 비로소 신동준만의 야채를 파삭하게 하는 매뉴얼이 마련된다.


야채는 일단 풀 향기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먹었을 때의 파삭함을 어느 정도나 잘 살려내는가에 있다.

기본적으로는 얇게 써는 것이 좋은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굵기인가도 그에게는 무척이나 중차대한 고민거리다. 굵기의 미세한 차이가 파삭함의 차이를 주기 때문이다.


야채를 대하는 신동준의 고민과 실험은 끝이 없다.

양파를 찬 물에 30분 정도를 담가보기도 하고, 양배추, 당근, 적채 등도 수 분에서 수 십여 분을 담가 보기도 했다.

건진 다음엔 냉장고에 넣어보기도 하고, 매 시간마다 먹어보는 실험도 계속했다.

이렇게 해서 최소 5달이 걸려서야 그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최적의 야채가 나오게 된다.


이번엔 소금물에 빠뜨려보자는 생각을 한다.

소금이 야채에 주는 영향을 실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가 야채를 다루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소금물인 것으로 매뉴얼이 작성된다.

소금물은 야채를 살아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소금물에 얼음을 띄워 찬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이때 물은 수돗물보다는 정수기 물로 해주는 것이 야채를 훨씬 신선하게 해 준다.

이렇게 해서 얼음을 동동 띄운 소금물이 준비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야채를 썰게 된다.


양파를 썬다.

매일 접하고 칼로 썰어온 양파지만 썰다 보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양파를 써는 데 중요한 것은 두께다.

너무 두꺼워도 안 되고, 얇아도 안 된다.

정확한 두께는 오로지 그의 손만이 안다.


썬 양파는 소금 얼음물에 담그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여기에 양배추, 적채, 당근 등을 썰고 넣어준다.

그리곤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다.

그 후엔 소금 얼음물에 담겨 있던 야채들을 빼내어 채에 옮긴 다음 냉장고에 넣게 되는데 이것은 야채에 스며든 물기를 빼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다.


그런데 물기를 빼내는 작업을 왜 굳이 냉장고 안에서 하는 것일까.

밖에서 하게 되면 야채의 파삭함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3시간이 지나면 냉장고 안에서 야채를 꺼낸 다음 락앤락(물론 반드시 이 제품일 필요는 없다. 협찬을 받은 것은 절대 아니다!)에 넣고 뚜껑을 연 채로 다시 냉장고에 넣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해줘야 하는 것은 아래에 있던 야채들을 손으로 뒤집어 위로 보내게 되는데 이것은 위에 있던 야채는 충분히 물기가 빠졌지만 아래에 있던 야채들은 아직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냄새를 맡아보면 아직 양파의 향이 남아 있는 걸 알 수 있는데 냉장고의 찬 공기와 닿게 하면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신동준만의 야채가 거의 준비된다.


# 야채 위의 소스를 만들어라


동갓에서 연주해내는 다양한 소스들 중에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흰구름 동갓의 야채 위에 올라간 흰구름 소스일 것이다.

흰구름 소스야말로 동갓 돈가스의 제1호인 흰구름동갓이 탄생할 수 있게 된 1등 공신인 것이다.

과연 어떤 비기가 숨겨져 있을까.


신동준의 야채 소스를 위한 방황 여행이 다시 시작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과 들을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잠시 쉬어볼까 풀밭 위에 누워 하늘을 보는데 떠 있는 작은 하얀 구름에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과연 하늘을 제대로 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고개만 올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흰 구름이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그의 눈에 박혀버린 작고 앙증맞은 흰 구름이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칼로 돈육을 썰면 스르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흰 구름이다!

하늘 위의 흰 구름이 그의 눈과 손을 거쳐 흰 구름 소스가 되었다.


가게로 돌아온 신동준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흰 구름 소스라는 이름 그대로 하얀색의 소스를 만들려면 어떤 식의 재료를 써야 할까.

마요네즈는 아니었다.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다.

역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돌아다니다 케이크 가게의 생크림을 바라보게 된다.

여기서 신동준은 무릎을 치게 되고 결국 생크림과 다른 맛을 주는 요소인 식초, 레몬즙, 후추, 소금에 제철 과일 등을 배합해서 드디어 흰 구름 소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것들만 있다고 해서 누구나 흰구름 소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철 과일이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인데, 여기에 키위를 넣느냐, 딸기를 넣느냐, 혹은 또 어떤 제철 과일들을 넣느냐에 따라 흰구름 소스의 맛은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스는 냉동고에서 20분 정도 살짝 얼렸다가 냉장고로 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해야 자연스러운 숙성이 되는 것이다.


동갓의 돈가스를 위해 전 날 밤부터 작업에 들어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은 8가지의 각기 다른 소스들이다.

여러 가지 재료들을 도마 주위에 늘어놓고 하나하나 요리를 해나가는 신동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나도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절로 생겨난다.


“요즘 학생들 보면 요리 배우러 유학들 많이 가잖아요. 프랑스니 이탈리아니. 물론 요리 선진국에 가서 배우면 경력 화려해지고 도움도 되겠지만 제가 볼 때 그건 돈질하는 거예요. 웬만한 식 재료는 우리나라에 다 있어요. 괜히 유학을 가면 그 나라 요리를 카피만 하게 돼요.”


그렇게도 그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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