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14일 차

술을 안 한다는 것

by 김영주 작가

지금,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13일 째를 막 넘겨 14일 차로 들어섰다.

'애개~' 하시는 분들 있겠지만, 나에게는 경천동지 할 사태다. 내가 음주인의 자격을 득한 때는 1985년 대학생이 되어서이니 26년이라는 세월을 술과 함께 했다. '마이 무따' 할 법하다.


그 세월 동안 술을 끊어야 하나, 는 생각은 꽤 여러 번 했지만, 정말로 술을 끊은 적은 없다. 10여 년 전, 프로그램을 같이 하던 후배 피디들과 다이어트 대결을 했을 때 2주 정도 금주했던 게 아마 가장 길었던 금주 기간이 아닌가 한다. 꼴등을 하면 약 20만 원의 금액을 회식비로 내야 한다는 무서운 규정이 2주간이나 술을 안 하게 만들었다.(그 결과 2주 만에 6kg을 빼긴 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렇게도 술을 정말 끊어본 적 한 번도 없던 내가, 26년이 지나 술을 끊고 있는 것이다. 역시 건강이 무섭다. 당뇨 확진이 나를 금주인의 영역으로 단박에 넘어오게 했다. 이제 오늘만 안 마시면 내 인생 가장 길게 술 안 마시는 기록을 쓰게 된다. 우선, 내 자신에게 큰 칭찬을 보낸다.


의사의 말은 무게가 있다. TV에 나와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말도 무게가 없진 않지만, 진료실에서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던져지는 의사의 말은 나에게 꽂히는 강도가 다르다.


2년 전쯤, 두피가 가렵고 각질이 심해 버티고 버티다 피부과를 찾았다. 온화한 미소 짓는 할아버지 의사였다. 내 두피를 슬쩍 보더니 지루성피부염이라고 했다. 술 자제하고 특히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했다. 이런 멘트는 사실 흔해 빠진 클리셰이기에 크게 들어오진 않는다. 다음 멘트가 나에게 훅 꽂혔다.


"머리 감을 때, 살살 감아요."


빡빡 감지 말라는 얘기다. 난 그동안 가려우니 머리 감을 때만이라도 빡빡 문질러 두피를 시원하게 했는데, 살살 감으라고 했다.

그 후로 난 살살 감고 있다.


이렇게 독대의 상황에서 듣는 의사의 말은 힘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장, 금주하세요."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직원은 나에게 '절주'를 얘기했다. 통신으로 전해진 말이라서였을까. 절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그런데, 1대 1 상황에서 나에게 들어온 '지금 당장 금주'라는 문장은 받아들이라는 명령어가 되어 들어온 것이다. 물론,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간의 네 종목에서 기록한 고공의 수치가 기본으로 깔려서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도 이제는 당뇨인이 되었다는 게 말이다.


음주인과 당뇨인을 다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둘 중 하나는 버려야 살든지 죽든지다. 살려면, 금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난 금주인의 세계로 들어왔다.


그렇다면, 14일 전까지 음주인으로서 나는 과연 어느 정도의 술을 하는 음주인이었을까.


일주일에 딱 하루만 빼고 '거의' 매일 마셨다. 덜 마시는 주가 이틀 안 마시는 정도로 그야말로 '주 5일 근무제'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이었다.


마시는 사람은 크게 두 종류다. 지인과 마시거나 나하고 마시거나. 일단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혹은 연락을 받고) 미팅이 성사가 되면 만나서 마신다.


주종은 크게 두 종류다. 소주 아니면 맥주. 가끔 소맥도 있긴 하지만 손에 꼽는 정도다. 1차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소주 각 1병으로 시작했으면 자리를 옮겨 500cc 생맥주 석 잔 정도 해야 마무리한다. 가끔 3차를 가게 되면 편의점으로 가 페트맥주 1.6리터 정도로 편맥을 했다.


물론 매번 이런 정도의 양으로 매일 마신 건 아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가 이런 정도였고 나머지는 지인 미팅은 건너뛰고 집으로 들어갈 때 페트 혹은 캔 몇 개 사서 들어가 차분하게 혼맥 했다.(이상하게 소주는 혼술이 잘 안 된다)


대략 이런 정도의 음주인이었다. 보기에 따라서 꽤 많이 마셨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거의 매일 마셨다는 게 문제 이리라.


물론, 술이 몸 안에 들어가면 작업(기획안이나 방송 대본을 쓰는 등의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없기에 술을 마시는 날은 해야 할 작업을 미리미리 끝냈거나, 다음 날에 해도 되는 일정으로 조정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랬던 음주인인 내가 이제는 금주인으로서 14일 째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주 2주 해보니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생활에는 변화는 없는가. 그 얘기는 며칠 후에 다시 하겠다.


내일인 월요일 아침에는 병원에 간다. 9일 치 약을 복용했고, 식후 혈당을 잴 예정이다. 또 어느 정도의 약을 처방하게 될지, 피를 또 뽑을지는 모르겠다.


다녀온 후 말씀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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