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어려움

술 권하는 사회

by 김영주 작가

얼마 전, 술은 끊겠는데 담배만은 못 끊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직업은 피디였다. 술은 술자리를 안 가거나 그냥 안 마실 수 있겠는데, 작은 편집실에 틀어박혀 편집기와 씨름할 때면 담배 한 개비가 유일한 탈출구란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도 2002년 1월 1일까지는 그랬던 사람이었으니.


금연과 금주, 둘 중에 어떤 게 더 어려울까.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에서 진지하게 다뤄보면 어떨까도 싶다. 아마도 두 파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다툴 것이다. 아예 판사가 있어서 양쪽의 의견을 들을 후 판결을 내리는 건 어떨까. 최근에 매우 고찰해볼 사항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 같은 판결문을 작성한 판사도 있는 걸 보면, 이 쟁점에 대해서도 판결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나의 현재적 상황은 놀랍게도 두 가지를 다 끊고 있긴 하지만, 금연보다는 금주가 압도적으로 힘들다는 쪽이다.(술과 담배 끊은 놈과는 상종도 하지 말랬는데 그럼 나란 사람은...)


내가 해온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난 술을 먼저 시작했고 담배를 추가해서 두 가지를 즐겁게 향유하다 담배를 먼저 놓은 다음 무지 많은 세월을 술과 함께 지내다 현재는 본의 아니게 끊은 상태다.(앞으로 죽을 때까지 전혀 안 마신다는 다짐은 절대 못한다)


나는 왜 담배보다 술 끊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까. 담배와 술이 다른 것들이 꽤 있다. 우리 조만간 만나 술 한잔 하자, 고 하지 담배 한대 피자,라고 하진 않는다. 오늘 8시에 술자리 있으니까 같이 갈까?라고 하지 이따 8시에 담배자리 있으니까 같이 갈까?라고 하지 않는다. 술잔을 부딪치며 하는 '건배'는 있어도 담배를 크로스 하며 외치는 '건배' 혹은 '건담'은 들어보지 못했다. 술이 문제가 돼 사고 치는 친구들은 꽤 봤지만 과한 흡연이 문제가 돼 사고를 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음주운전이 문제지 흡연운전은 단속까지 하진 않는다. 아마도 사회경제적 손실비용도 음주로 인한 게 훨씬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난 이게 가장 문제라고 보는데, 우리 사회는 담배에 비해 술에 너무 관대하다. 술은 성인이 되면 무조건 할 줄 알아야 하는 '문화' 차원으로 격상되어 있다. 술은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줘야 한단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광고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유가 소주 한잔 하자 하고 유재석이 맥주 마시자고 하는데 거부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에 비해 담배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적어도 영상으로는) 드라마에서도 담배가 나오면 가려준다. 게다가 건강과의 연결이 쉽게 되어 있고 전자담배 등이 확산하고 흡연구역이 적어지면서 오히려 '흡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들이 거세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이렇게 담배와 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담배에 대해서가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되어 있다. 담배는 국가가 관리하고(예전에는 전매청이었다) 술은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고 언론에게는 큰 광고주라는 것도 무시할 없는 이유일 것이다.


뜻하지 않은 당뇨 판정으로 인한 금주로,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담배와 술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마도, 나 역시도, 영원한 금주는 못할 것이다. 오죽하면 호시탐탐 '알코올 제로' 캔맥주는 괜찮지 않을까를 떠올린다. 결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 적어도 나에게 금주라는 건, 술 자체를 몸 안으로 넣지 않는다는 행위 외에도 기쁘면 기뻐서, 우울하면 우울하니까, 비 오니까, 새로운 브랜드가 나왔으니까, 하는 식으로 늘 갖다 붙이곤 했던 음주습관을 고치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술과의 거리 두리,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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