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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14. 2021

국밥(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아직 채택되지 않은 기획안(1)

또 하나의 글감을 추가한다. 나의 브런치 매거진 테마 중 '아무튼 방송작가'에 들어가는 글감이다.


1992년 방송작가가 되어 2021년 6월 현재까지 적지 않은 기획안들을 구상했고 작성했고 제안했다. 그중 실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세상으로 공개된 기획안은 매우 심하게 무지하게 적다. 그만큼 채택이 되지 못한 기획안들이 많다는 얘기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 채택이 안 된 것들이라고 좋게 해석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못 버틴다.


근데 이런 생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는 건 2018년 KBS 기획안 공모전에서 당당히 1등(?)을 한 <전국이장회의> 기획만 해도 그렇다.


그 기획안을 내가 처음 작업했던 해는 2013,4년 무렵이다. 안타깝게도 언제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전국 9도의 이장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과 대한민국을 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안 작업을 했고 당연히 여기저기 제출했다. KBS는 물론이고 MBC, SBS도 제출했고 종편 4사 다 냈었다. 컨택했던 모든 채널에서 안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2018년에 와서야 된 거다. 해가 바뀌고 기획안을 받아본 담당자들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거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러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기획안 서랍에는 꽤 많은 기획안들이 상처를 입은 채 재활 중이다. 가만히 있으면 뭘 하나. 틈틈이 그것들을 세상에 공개하면 또 어떤 변화의 계기라도 생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획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그냥 가져가진 마시고 연락하시면 된다. 내가 하든 그냥 주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첫 편을 시작으로, 아직 채택되지 않은 나의 손 때 묻은 기획안들을 올리겠다.


제목은 이렇다. <국밥>.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뜻이다. 로그라인은 '당신은 설명할 수 있습니까?'이다. 개념 버라이어티 정도라고 장르를 붙일 수 있겠다.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 단어이기도 하고, 요즘 이슈가 되는 여러 사안들이기도 하다. 근데 막상 그게 무엇인지 남에게 설명을 하려 들면 입안에서만 뱅뱅 돌지 밖으로 명쾌하게 나오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 처음 적용되었던 제도 기억하시는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게 무슨 제도인지 당신은 설명하실 수 있으신가? 난 총선 당시에는 설명할 수 있었다. 근데 지금은 자신 없다.


최근 KBS의 <다큐 인사이트>를 봤다. 펜데믹 머니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양적완화'라는 말이 참 여러 번 나왔다. 설명하실 수 있겠는가. 비교 격으로 낼 수도 있다. '미행'과 '추적'이 어떤 개념이고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실 수 있겠는가. 이 프로그램은 이런 내용들로 토크하는 거다.


MC가 있고, 입으로 먹고사는 예능인 패널이 다수 나와 있다. 문제가 제시된다. 미행과 추적, 당신은 설명할 수 있습니까? 패널들의 폭풍 토크가 시작된다. 난 말이야 미행은 여차저차하는 거고 추적은 저차거차하는 거야. 아냐, 미행은 이런 거고 추적은 저런 거야. 어떤 집단이든 서로 얘기하다 보면 대략 너도나도 인정하게 되는 유력자가 나오게 된다. 그렇게 자천타천으로 추대된 이가 단상으로 나와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을 하고 정답 여부가 공개된다. 맞으면 상이 틀리면 벌이 주어진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들 몇 개로 노는 것이다.


가지고 놀 수 있는 국밥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곰탕과 설렁탕, 스파게티와 파스타처럼 음식 분야가 있고, 자동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건지 '안'으로 들어가는지를 묻는 순수 국어 문제도 많다. 시의성 있는 이슈들도 아리송한 것들 투성이다. 이렇게 아이템이 쌓여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 기획안은 <전국이장회의>보다 더 이전에 써놓았다. 아직, 채택되지 않고 있는 나의 소중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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