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 하나

by 앞니맘
이별이 슬프다고?

가끔 내 맘에 쏙 드는 드라마가 나타난다. 내가 픽한 드라마는 다 뜬다는 우리 집만 아는 비밀이 있다. 올해는 '스물다섯스물하나'다. 나는 리틀 포레스트를 좋아하고 김태리를 좋아한다. 남주혁은 그다음이다. ㅋㅋ 이 번에는 주인공을 보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끝 날 때쯤에 찐 팬은 딸이 되었다. 딸은 확실히 나보다 한 수 위고 훨씬 적극적이다. 선공개를 찾아보고 SNS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 정보를 전한다. 딸과 드라마를 함께 보고 감정을 나누게 되다니 기쁘다. 드라마 속에 주인공이 되었다가 가끔은 객관적인 시청자가 되었다가 하면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훌쩍 커버린 딸이 신기하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선공개를 보면서 sed ending이라고 아쉬워한다. 마지막 회가 끝이 났다. 이진과 희도의 사랑은 딸의 바람대로는 되지 않았다.


"뭐야, 정말 sad ending 이잖아."

"엄마는 happy ending 같은데."

"왜 happy ending 이야? 헤어졌잖아."

"너는 어떻게 되기를 바랐는데?"

"그래도 저렇게 끝나는 거 아니지."

"꼭 결혼해야 해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만 너무 말도 안 되게 헤어졌잖아."

"저렇게 헤어지는 것도 happy ending이야"

"아니야, 내 마음은 sad ending 같단 말이야."

딸은 사랑에 대한 꿈을 꾸고 있고 나는 사랑에 대한 추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바람과 해석이 달랐다.



"헤어졌어도 저렇게 순수하게 사랑했던 기억 하나쯤은 평생 가지고 사는 것도 해피야."

"그래? 그래도 슬플 것 같은데."

"그래도 짝사랑은 아닌데 뭐..."

짝사랑 전문가였던 나는 나희도가 부러웠나 보다.


고백할 걸 그랬나?


어지 던 날 희도를 이진이가 꼭 안아주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났다. 아주 오랜 기억 저기 어디에 나도 느꼈던 그 이별의 장면이 생각 나서다. 그 장면을 몇 번을 반복해서 보았다.

나도 그렇게 헤어졌다. 아니 그날 이후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사랑한다고 말 못 했던 나의 짝사랑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 달라고 용기 있게 말했다. 내 짝사랑에 대한 예의였을까? 친구는 이유도 묻지 않고 나를 이진이처럼 안아주었다. 그리고 우린 각자의 버스와 지하철을 탔다. 그 헤어짐이 슬퍼서 울거 아프다기보다는 긴 짝사랑을 끝내는 홀가분함이 더 기억이 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던 내 짝사랑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우정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사랑 중에 가장 슬펐지만 가장 아름답던 시절이었다. 살면서 청춘의 사랑이 그립고 삶이 팍팍할 때 꺼내서 마음을 치유하는 추억에 약이 되고 있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드라마는 happy ending이다.


짝사랑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만난 사람과 결혼을 했다. 짝사랑은 아닐까? 가끔 의심도 하면서 내 사랑의 드라마를 써 나간다.


내 사랑의 드라마는
sad ending 일까?
happy ending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