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이가 들더니
자꾸 등을 긁어 달라고 한다.
늙은 것도 싫은데 등까지 긁으라니
손톱은 더럽고 세월은 서럽다.
우리 집에만 있는 효자 발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각질 때문에 껄끄러운 내 발바닥으로
등을 긁기 시작한다.
"어우, 시원해. 오우!"
남편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에구, 눈치 없는 남편님아
너 만나고 매끈하던 내 발이
각질만 더덕더덕 붙었다.
알면서도 좋아하면 인간이 아니지.
본디부터 눈치 하고는 친하지 않았던 님아
더 박박 긁어주마.
아직 나에게는 매끄러운 두 손이 남아있지 않던가.
문득
쓱쓱 무지르기만 해도 시원했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난다.
거친 손이 내 등을 스칠 때마다
나는 시원하다 감탄했었다.
할머니의 손만큼이나 거칠 었던 인생을
그때는 나도 몰랐었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