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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Aug 20. 2022

효자 발과 할머니의 손


남편이 나이가 더니

자꾸 등을 긁어 달라고 한다.

늙은 것도 싫은데 등까지 긁으라니

손톱은 더럽고 세월은 서럽.


우리 집에만 있는 효자 발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각질 때문에 껄끄러운 내 발바닥으로

등을 긁 시작한다.


"어우, 시원해. 오우!"


남편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에구, 눈치 없는  남편

너 만나고  매끈하던 내 발이  

각질만 더덕더덕 붙었다.


알면서도  좋아하면 인간이 아니.

본디부터 눈치 하고는 친하지 않았던 님아  

더 박박 긁어주마.


아직 나에게는 매끄러운 두 손이 남아있지 않던가.


문득

쓱쓱 무지르기만 해도 시원했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난다.

거친 손이 내 등을 스칠 때마다

나는 시원하다 감탄했었다.


할머니의 손만큼이나 칠 었던 인생을

그때는 나도 몰랐었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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