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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집어도 엎어도 엄마다.

by 앞니맘


편의점 도시락을 앞에 놓고

아들과 마주 앉았다.

전화벨이 울린다.

아들이 밖으로 나간다.


벨이 울리기도 전에 받는다.

어미 전화는 100번을 해도 안 받더니

여자 친구 전화 분명하다.

소리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신기하다.


도시락을 혼자서 다 먹어도

아들놈은 통화 중이다.

얄미운 저놈 도시락에 침을 뱉어?

반찬을 다 먹고 밥만 남겨?

아참, 나는 천사 대신 내려온 엄마지.


톡을 보냈다.

이 자식아 적당히 하고 밥 쳐 먹어라.


남편이 통화를 한다.

같이 보던 드라마 한 편이 끝나도

통화는 계속된다.

대 놓고 하는 걸 보니 여자 친구는 아니다.


나랑은 5분을 넘기기 어려운 대화를

저렇게 오래 하다니 저분이 능력자 일까?

아니면 궁금한 게 없어져버린 부부 사이가 문제일까?


술상을 다 치워버려?

마시다만 맥주에 침을 뱉어?

맥주 안주를 한 번 빨아먹고 내려나?

아니다 나는 엄마를 대신하는 마누라지.


먹다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내가 마버리고

머리 위로 컵을 털며 남편에게

말 대신 손가락으로 말한다.

적당히 하고 쳐주무세요.


우째 이런일이! 나는 뒤집어도 엎어도 엄마다.

엄마든 마누라든 필요한 지금이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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