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나의 가요제 입상을 위한 첫 번째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by
앞니맘
Aug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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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어느새 가요를 가곡처럼 부르고 있다. 소리를 내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노래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차 예선 곡은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
로 정했다.
"선생님 어려워요.
"
"이 곡이 6/8로 쪼개서 불러야 해서 은근히 어려워요
.
"
"그런데 선생님 날짜가 당겨졌어요.
"
날짜를 확인해 보니 3번 정도 선생님과 연습이 가능했다. 갑자기 급해진 이 상황이 즐기기로 한 것을 잊고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그리고 무반주 1절만 부른데요.
"
"무반주면 더 어려운데 조건은 다 같으니까요."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한다고 칭찬을 들었지만 호흡이나 발성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평소에도 목청이 화통 같지만 노래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소리를 키우는 작업이 어려운데 나는 소리를 줄이고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날짜는 코앞인데 가사도 헷갈리고 박자도 가끔 틀린다. 힘 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이런, 목소리까지 경직된 삶이다. 가족들 몰래 연습을 하려니까 장소가 없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연습을 했다.
드디어
예선
당일날이 되었다.
주말이었지만 일찍 일어났다. 10시부터 노래를 해야 한다는 게 무리였다. 일찍 목을 풀어야 했다. 평소 대충 하던 화장을 조금 신경을 썼다. 물과 노래 파일을 챙기고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운전을 하면서 목을 풀었다.
"아~ 아~ 푸르르, 푸르르"
가사가 자꾸 헷갈린다. '기적? 운명?'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우, 자리가 있다.
"밀릴까 봐 일찍 왔더니 1시간도 안 걸렸네."
차에서 의자를 눕히고 노래를 불렀다. 힘을 빼고 노래 부르기에 누워서 하는 자세가 좋다.
10시 대회장 입구에 들어섰다. 신상을 확인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번호표가 나의 복부를 가려준다. 주변을 보니 아기를 안고 남편과 온 참가자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분까지 다양한 연령층들이 눈에 보였다.
참가자들만 모인 홀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앉아서 이어폰을 끼고 내가 부를 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에 올라가는 무대라서 떨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직은 괜찮았다. 내 경험상 무대 오르면 더
담담해질 것이다.
심사위원 소개와 사회자 인사가 시작되었다. 가사 틀리면 허밍도 괜찮다고 한다.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은 심사위원 중 한 분이신 작곡가분이 한다.
간
단한 진행으로 1번이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번***입니다. 교회에 가야 해서 원래는 뒷 번호인데 양해를 구하고 첫 번째로 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연세가 어찌 되세요?"
"74세입니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제가 봉사 활동을 하는데 노래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여기 나와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참가자들이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쳤다. 아니 나는 그랬다.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
...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럼 보고하세요."
"잘할 수 있는데."
참가자 모두가 함께 불러주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누가 핸드폰으로 노래
가사 좀
찾아주세요
.
"
"저분 재미있다."
앞에 앉은 분이 결국 노래를 찾아서 손에 들려주고 노래는 끝이 났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참가 사연을 들으면서 전국 노래자랑을 잠깐 떠올렸다.
이제 막 20살이 넘은 초보 주부에게 사회자가 물었다.
"주부 맞아요?."
"6개월 된 초보 주부입니다.".
"결혼하니까 좋아요?"
"아직은요."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노래를 들어보니 관련학과를 다녔던지 입시를 준비했던 경험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일반 참가자와는 달랐다.
바로 다음으로 아기랑 같이 온 엄마다. 아기는 밖에서 아빠가 업고 있다. 역시 어린 티가
팍팍 나는 새댁이다.
"공교롭게도 앞 번호와 노래가 겹칩니다."
박정현 '미아'노래가 같다.
입시곡으로 많이 부르는 노래다. 나는 확신했다.
'저들은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다.'
내 생각에는 둘 다 합격 아니면 아기 엄마가 합격이다.
뒷 번호라서 아직도 1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뒤로 갈수록 '예선 통과?' 의문이 생긴다.
조
금 지루하다.
"안녕하세요.
유일한
남자 주부입니다."
"남자분이 주부가요제에 나오셨어요?"
"
저
도 빨래, 요리, 청소, 육아 다합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래가 김범수 노래다.
"끝사랑?! 기대된다."
노래가 끝나고 심사위원이 물었다.
"트로트 하는 거 없으세요?"
"한잔해 한잔해 한잔해..."
신나게 다 같이 놀았다.
"이 노래를 하시지 왜~"
"이건 더 올라가서 하려고요."
저분도 재미있는 분이다. 내 생각에는 탈락각이다.
시각장애인이 딸의 손을 잡고 나왔다. 조용하게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셨다. 조금 더 경건하게 듣게 된다.
드디어
내 차례다.'어?
떨린다. 하지만 올라가면 멈출 거야.'
" 참가한 이유는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입니다."
"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목을 좀 푸세요."
"기다리기 힘드셨죠? 물도 드시고 목을 푸세요."
목이 잠긴 것을 눈치챈 심사위원이
"뒤에 분들도 목을 푸세요."
배려를 해준다.
'도~' 살짝 음을 잡았다.
"시작하겠습니다."
나의 가요제 입상을 위한 첫 번째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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