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지금부터 시작

by 앞니맘




"그렇게 대단한 운명까진 바란 적 없다 생각했는데

그대 하나 떠나간 내 하룬 이제

운명이 아님 채울 수 없소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 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건너뛰고)

나를 꽃처럼 불러주던 그대 입술에 핀 내 이름
이제 수많은 이름들 그중에 하나 되고
Oh 그대의 이유였던
나의 모든 것도 그저 그렇게~~~"


가사가 너무 길어서 편집을 해서 불렀다. 마지막에 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인사를 했다.

"시원하게 부르셨어요."

심사위원에 말에 위로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쉬웠지만 시원했다. 녹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잘했다고 상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표 때까지 그 기분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망했다. 예선 탈락 각이다."


나는 그동안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고 토요일에 집으로의 귀가가 1시간씩 늦어지는 것을 의심스럽게 지켜본 가족들에게 내 번호표를 찍은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냈다.

"뭐야?"

"나 오늘 여기 나왔어."

"엥? 응원 갔어야 하는 거 아냐?"

"엄마, 통과할 수도 있어."

"삑사리 났어. 가사도 씹었고 탈락할 것 같아서 공개함."


발표 때까지는 기다리면서 설레는 기분으로 살기로 했다. 말은 탈락이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차전을 준비했다. 1차 예선 때 씹었던 가사도 외우고 호흡도 더 연습했다.


예전에 남자 친구의 삐삐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1차 예선 결과 문자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전이 다 가도록 문자는 오지 않았다. 문자가 없는 건 예선 탈락이라는 뜻이다. 기다리다가 카페에 들어가서 공지를 확인했다. 당선자 명단이 올라와있다. 번호로 공개를 해서 사진으로 찍어 놓은 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탈락!

내 바로 뒤 번호는 예선을 통과했다. 창을 하시는 분이 트로트를 불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 분의 합격 예감도 적중했다. 522명 정도 참여했는데 40명 정도가 1차에 합격했다. 2차를 거쳐서 15명이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가족들 보시오. 가요제 진짜 탈락.ㅠㅠ"

"아쉽다. 그래도 대단해."

"심사 잘못한 거 아냐?"

"10퍼센트를 뚫지 못한 제갈 엄마."

가족 톡에 나의 탈락에 대해서 한 마디씩 남겼다. 나도 내 앞으로의 각오를 당당하게 밝혔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는 계속 도전한다."


1차 탈락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더해서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재미있는 상황을 전달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탈락이어서 나의 버킷리스트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내 버킷리스트를 완성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일이 너무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너무 쉽게 되면 경솔한 마음을 두게 되나니 여러 겹을 겹쳐서 일을 성취하리라
-보왕 삼매 론 중-


나는 평가와 지적에 익숙했던 상태로 오랜 시간을 살았다. 직장에서는 동료들을 평가하며 피드백을 줘야 했고 집에서는 엄마, 아내로서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번 도전은 나의 노래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시간이었다고만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보컬 선생님의 평가와 조언은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조언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늘 무엇인가 먼저 알아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앞서 나가야 한다는 내 부담스러운 위치에서 잠깐 자리를 옮기면 그 부담도 덜어 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는 것도 깨닫는 시간이었다.


예선 탈락의 보상이 힐링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면 대상 못지않은 수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여기서 도전을 멈추냐고요? 아닙니다. 보컬학원은 재등록했습니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요즘은 박정현에 꿈에를 도전 중이다."


나의 황당한 버킷리스트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