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하는 나에게 둘째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엄마, 보컬학원 등록했어?"
"안 할 거야."
"왜?"
"피곤해 나중에 얘기해."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고 나니 몇 일간의 피로가 몰려왔다. 일찍 방에 누웠다
'카톡' 작은 아들이 톡을 보냈다.
"엄마, 왜 포기해?"
"노래를 더럽게 못해."
"누가? 선생님이?"
"아니, 내가."
"선생님이 못한데?"
"오늘 녹음한 거 듣고 내가 알았어."
"몇 년 만에 하니까 그렇지 노래도 어려운 노래 가져갔잖아."
"그래도 착각이 너무 심했어."
"엘사 공주가 이러시면 곤란하죠. 연습하면 1등 할 거 같은데."
"맞아. 나 엘사였지. ㅋㅋㅋ"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어 했다. 뭔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음악행사가 있어서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다. 나는 그 당시 한참 유행이던 파란 엘사 드레스를 만들어서 입고 딸의 엘사 왕관을 쓰고 아들과 무대에 올랐다.
'렛 잇 고'를 열창했었다. 드레스도 민망하고 노래도 민망해서 큰 아들은 화장실로 도망을 쳤다고 한다.
둘 째는 그 공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서 계속 피아노를 쳤다. 이제 작곡과 입시를 앞두고 있다.
"그때도 나 삑사리 냈다고 놀렸잖아."
"일단 목소리 크고, 안 떨고, 음정 박자 정확하고.."
"어쭈, 작곡한다 이거지?"
"우리 한테는 도전을 해야 성공도 할 수 있다고 뭐 할 때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랬지. 근데 실패보다 귀찮아졌어."
"떨어져도 비밀 지켜줄게. 엄마를 위한 힐링 취미 생활 찾고 있었잖아."
"꼬시지 마."
"올해 안에 버킷리스트를 완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과정을 즐기면 될 듯."
"그건 그렇지."
"이 번에는 경험하고 떨어지면 칼을 갈아서 내년에 또 나가면 되는 거임."
"오우, 똑똑한데."
"엄마 포기하면 나도 포기한다."
"야!!"
우리 아이들은 나와 달라서 무엇인가 처음 시작하거나 대외나 평가받는 일을 무척 두려워한다.
그때마다 나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도전을 해야 성공이던 실패던 할 수 있지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어.
달리기를 뛸 때 출발 선에서 출발을 해야 1등이던 꼴찌던 하지 안 그래?
꼴찌 하면 달리기 연습을 해서 4등 그다음에는 3등 열심히 했는데도 계속 꼴찌 하면 그때는 포기하는 거야.'
이랬던 내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
오늘 아들은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을 즐겨라.'는 말로 나를 설득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한 말에 대한 실천을 요구한 것이다. 즐길 줄 모르고 팍팍하게만 살아온 엄마를 즐겨도 된다고 꼬셔준 아들에게 은근히 고마웠다. 내가 가요제에서 떨어져도 도전해야 하는 명분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나만 인정한 나의 실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제대로 니와 붙어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악보를 프린트하고 선생님이 준비하라고 한 파일도 챙겼다. 그리고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박정현의 '꿈에'를 번갈아 가며 들었다.
"엄마, 노래는 선택했어?"
"가사 때문에 한 곡만 해야겠어. 이선희 노래."
"듣다 보면 외워질 거야."
"근데 떨린다."
"천하에 제갈 **이 떨리면 다 떠는 거야."
"삼국지 그만보고 공부해."
아들 말대로 매일 노래를 듣다 보니 긴 가사도 외워졌다.
언젠가 아이들과 연말 행사에 합창으로 불렀던 노래가 생각이 난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