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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Aug 25. 2022

나의 버킷리스트

실패와 도전사이


보컬학원은 생각보다 작았다. 떨렸다.

"안녕하세요. "

"아, ****님?"

젊은 보컬 선생님이 아줌마를 보고 놀란 것 같았다.

"노래를 배우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취미?"

"가요제에 도전하려고요."

"정말요? 그럼 더 재미있게 배우실 수 있겠네요."

"제 버킷리스트입니다."

"멋지시네요".

"언제가 대회?"

"두 달 정도 남았어요."

나는 핸드폰을 열어서 안내문을 보여줬다.


"시간은 좀 있네요. 5번은 연습하고 참가하실 수 있겠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는 정하셨어요?

복사해간 악보를 선생님께 내밀었다.

"오우, 이 노래예요? 반주를 틀어 드릴 테니 한 번 불러보세요."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불렀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이 노래가 어려워요." 

못 했다는 뜻이다. 사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망했다는 것을 나도 알았다.


"오랜만에 하니까 소리가 안 나오네요."

"아뇨, 여기 와서 이렇게 맘껏 부르시는 분이 없어요."

"그런가요?"

"그럼요."


선생님은 수업 과정에 대한 계획을  설명해주셨다. 일단 발성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하시면서 발성을 지도해 주셨다.

"아~아아아"

소리를 쓰는 방법에 두성과 흉성에 대한 설명도 함께 해주셨다.  나는 두성에서 흉성으로 내려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부르고 싶은 곡을 찾아오세요."

"제 소리를 들으셨으니까 선생님이 추천해 주세요."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가 있으세요?"

"이선희?"

나는 이선희의 오랜 팬이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중에 체육시간에 나와서 이선희 노래를 부르던 애라고 기억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이선희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랑 잘할 수 있는 노래는 다르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이선희나 박정현 노래가 잘 어울리 실 것 같아요."

이선희 '그중에 그대를 만나' 박정현의 '꿈에'를 추천해주셨.

"많이 듣고 오세요."

"넵."


집으로 오는 길에 학원에서 녹음한 내 노래를 틀었다.

"진짜 들어줄 수가 없구먼. 아~~ 창피해."


'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못 하는 사람이구나.' 50년 만에 깨달음을 얻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눈물이 났다. 왜? 나의 진짜 실력을 인정하는 것이 억울했을까?  변해가는 세월의 흔적을 외면하고 싶어서 사진 찍기 싫어하는 이유처럼 말이다.


그동안 남편의 노래를 지적질했던 만행과 합창단에서 소프라노라고 '꽥꽥'거렸던 모습을  내 기억에서 모두 삭제하고 싶었다. 가요제  참가와 보컬 모두 취소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가.


실패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이 지혜를 나는 어디서 배운 걸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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