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짧은 추억

우리 아들 수시 보던 날

by 앞니맘


오늘은 새벽 4시 30분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아들이 수시 실기 두 번째 날이다.

어제는 11시 30분까지라서 여유가 있었는데 오늘은 6시 50분까지 서울에 도착해야 했다.

피아노 실기를 위해서 운동선수가 몸을 풀듯이 미리 연주로 손가락을 풀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몰랐다. 피아노 선생님이 여기저기 찾아보시고 예약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7시에 도착을 하니 연습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다행히 주차공간이 비어 있어서 하게 주차를 했다. 서울에서 이렇게 주차를 쉽게 하다니 기분이 좋았다. 아들이 연주를 잘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들은 연습실에 들어가서 연주를 하고 나는 밖에서 사장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셨다. 음대 입시를 앞두고 원하는 시간과 피아노를 맡기 위해서 1년 전에 예약을 한다고 하셨다. 음악대학교를 보내면서 모르는 것을 또 배우게 다.


아들은 작곡과를 지원했다. 중3 때부터 시작한 공부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수시는 한 곳 만 지원을 하였다. 클래식 작곡이라서 실기를 이틀에 걸쳐서 보게 되었다. 첫날은 주어진 문제에 따라 곡을 만드는 작곡 실기와 화성학 등의 작곡이론 시험을 보고 둘 채 날은 피아노 연주 시험을 따로 본다. 어제 본 작곡 이론 시험은 포기하지 않고 3시간 30분 안에 마무리했다고 한다. 오늘은 피아노 시험이다.

자유곡이라서 평소 좋아하는 곡을 선택했다고 한다.만의 소나타곡인데 레슨 선생님은 연주를 잘한다고 하지만 나는 잘 치고 못 치고는 모르고 그냥 듣기 좋다.


어제는 시험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들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1분 30초만 치고 나오기 때문에 주차를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수험생 학부모 차는 주차가 불가능했지만 공영주차장이 공사 중이라서 어쩔 수 없이 교수 인척 (학생은 너무 안 어울려서) 차를 끌고 정문 쪽으로 들어가서 지하에 주차를 했다.


물을 마시고 잠깐 쉬었다가 30년 전에 친구를 만나러 왔던 기억을 더듬어 학교를 한 번 둘러보고 싶었다.

'학생회관을 찾아 가볼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마음은 스무 살 대학생으로 돌아갔지만 얼마 걷지 않아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아이고. 아이고."

다리, 허리가 아파서 나오는 신음 소리에 나의 현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나는 추억을 포기하고 에스카 레이터에 폴짝 올라갔다.


한 동안 끊었던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런데 건물 안은 학생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30년 전에는 친구 학교에서 몰래 강의도 들을 수 있었는데 세상이 변하긴 많이 변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나를 보고 한 여학생이 문을 열어주었다. 학생의 도움으로 건물 안에 들어가 커피를 살 수 있었다. 피를 들고 아들이 시험을 보는 건물까지 올라와서 벤치에 앉았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질서 있게 붙어있는 수막에 눈이 갔다.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신나와 페인트를 섞어서 천에 직접 썼던 그때 그 시절의 수막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이 세련됨을 인정하지만 그때의 그 현수막이 걸려있던 학교가 그리운 것은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 일 것이다.


아들은 피아노 연주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만 놀고 계획대로 정시에 집중하겠다고 하며 오랜만에 동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30년은 그리 빨리 지나갔는데
오늘은 하루는 참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