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by 앞니맘

아들의 열한 번째 도전을 응원하는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시험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들이 말했다.

"라디오를 끄면 안 될까요?"

나는 조용하게 라디오를 껐다.

"뭐 놓고 온 것은 없겠지요?"

교문 앞에 내리기 전에 체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들은 내리고 나는 아들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하나라도 틀리면 집에 오지 마."

엄마의 개그에 아들은 내 손을 꽉 잡아주고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교문 앞에 마중 나온 수시합격 친구가 안아주는 모습이 개그스럽다.


7시 50분 지금 이 순간 해 줄 것이 더 이상 없는 나약한 엄마라는 것을 깨닫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정성껏 촛불을 밝히고 가장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추고 아들을 위한 기도를 올립니다.




아들의 첫 번째 도전은 저를 만나는 노력이었습니다.

한쪽 나팔관 문제로 임신을 포기한 어느 날 아들은 저에게 오는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엄마의 젖을 포기하고 우유병으로 갈아타는 것이었습니다.

낳는 날까지 일을 하고 출산과 이어진 자격 연수로 결국 맛있는 모유를 포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 번째 도전은 기어 다니는 과정을 익히기도 전에 일어서는 도전이었습니다.

잘 먹고 힘도 좋았던 아들은 기어 다니기 전에 소파를 짚고 일어서서 형이 먹는 사과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네 번째 도전은 돌 전에 홀로 서서 걷기였습니다.

거실 저 끝에서 양손을 벌리고 발 끝에 힘을 잔뜩 주고 입을 크게 벌리고 '쿵쿵쿵' 공룡처럼 나를 향해 걸어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도전은 기저귀를 빼고 스스로 응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베란다로 달려갔다가 다가와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씩' 웃던 아들은 기저귀 없이 응가를 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섯 번째 도전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는 홍길동 미션 이었습니다.

엄마가 근무하는 유치원에 다녀야 했던 아들은 친구들이 물으면 엄마를 이모라고 말해야 하는 홍길동 미션을 잘 성공하고 인기남으로 유치원 생활을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일 곱 번째 도전은 난이도가 높았던 혼자서 마을버스 타고 태권도와 피아노학원 가기였습니다.

막내가 태어나고 몸이 모자란 엄마를 돕기 위해 9살부터 마을버스 타고 학원 가기 도전이었습니다. 졸고 있다가 마을버스 기사님이 깨워 주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도전에 성공하였습니다.


여덟 번째 도전은 사춘기의 방황을 들키지 않고 성장으로 바꾸기였습니다.

형의 입시와 막내를 돌보며 직장을 다니는 엄마에게 내 사춘기의 방황과 모험을 들키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기에 성공하였습니다.


아홉 번째 도전은 예술 고등학교 입학이었습니다.

3년 전 결과로는 입학에는 실패였지만 3년이 지나고 난 현재, 과정으로 봤을 때 오히려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아들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열 번째 도전은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이었습니다.

편안한 집을 떠나서 학교 규칙에 맞춰서 살아야 했던 기숙사 생활을 선택한 아들은 세끼 밥이 맛이 좋다면서 힘든 생활을 이겨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열한 번째 도전은 바로 오늘 수능입니다.

기숙사에서 돌아온 주말에는 음악 레슨을 받느라 먼 곳까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보낸 2년 8개월의 시간을 기다려 첫 번째 시험인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수시가 발표되기 전이고 정시에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의 도전에 엄마의 간절한 응원 기도를 올립니다.


제 아들은 오늘 시험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현명한 아들입니다.
다만 오늘 이 시험으로 후회가 되거나 좌절하지 않고
삶의 과정으로 배우는 또 다른 기회가 되는 날로 만들어 주소서.
더 단단하게 10대를 마무리하는 날이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지금 어려운 수학을 풀고 있을 전국에 아들 친구들에게도 이 기도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