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가 도시락은 잘 싸줄게 너는... 알지?
둘째가 내일 수능을 본다. 태어날 때 조금 커서 나를 힘들게 한 거 빼고는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아들이다. 예민해서 힘들었던 큰 아들과 비교가 되어서 그런지 잘 먹고 잘 자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좋은 아들을 속으로 더 이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를 덜 힘들게 하는 자식이 더 이쁠 수도 있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렇다고 편견은 없다. 세 명 다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 둘째는 친구뿐 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인기가 좋아서 (아들 표현으로 만만해서) 무슨 일만 있으면 둘째야, 오빠, 동생아 불러서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기분 좋게 대답하고 받아 줬는데 수능이 다가오자 아들이 낯설어졌다.
수능 응원으로 받은 초콜릿을 모아놓고 바라만 보는 아들에게 딸이 말했다.
"오빠 초콜릿 많다. 나도 좀 줘."
"시험 끝나고 줄게. 나가라."
평소와는 다른 오빠의 반응에 문을 닫고 나오면서 "오빠 이상해. 나도 빨리 고3 되고 싶다."
딸의 투정을 듣고 있자니 쌓여가는 초콜릿만큼 아들의 부담도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
"고3이 있는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텔레비전 소리 좀 낮춰줘요."
"너, 노래하려면 방에 들어가서 불러."
"입맛이 없어서 알아서 먹을게요."
둘째는 우리에게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사소한 것에 금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 행동을 이해하고 눈치를 보기로 했다. 그동안 꾹꾹 누르고 견뎌온 아들이 수능을 앞두고 보이는 진짜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후에 다시 실기 수업을 더 해야 하는 아들은 수시로 끝을 내고 수능 시험이 선택인 친구들에 비해서 훨씬 심적 부담이 클 것이다. 인생에서 대학은 과정이라고 말했지만 아들에게 지금 대학 입시는 결과로 느껴질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오늘은 모든 식구가 10시에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수험생이 10시에 잔다고 해서 우리 가족의 취침 시간이 정해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조용한 응원이다.
나는 내일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한다.
"도시락은 미역국, 계란말이, 시금치나물, 볶은 김치 그리고 보리차 이렇게 싸주세요."
정확하게 메뉴를 정해줘서 나는 고맙다.
"도시락은 걱정 마. 수험생 도시락 전문 몰라?"
도시락과 물병을 닦는 나를 보고 어깨를 한 번 주무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앞으로 10년 후에 우리 막내가 입시를 볼 때는 달라질까? 달라지겠지.
아들아, 네 말대로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보면 된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사실 너는 걱정이 안 된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