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첫날

by 앞니맘


케이크에 촛불 5개를 켜고 가족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2022년 12시 59분 50초 카운트를 시작했다.

"10,9,8,7,6,5,4,3,2,1"

2023년이 되었다. 박수를 치고 각자의 바람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촛불을 하나씩 껐다. 올 12월 31일 가족 파티에서 노래방 점수합산 용돈 타기 시합을 벌이기 전에 어떤 소원을 빌었고 다짐을 했는지 그 바람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올 해도 나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바람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촛농이 떨어지기 전까지의 시간이 짧아서일까?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겠습니다' 다짐을 하고 촛불을 껐다. '올 해는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은 어떤 다짐과 소원을 빌었을지 궁금하다. 어차피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행복할 테니까 내 바람과 소원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 맘대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일어나기 싫으면 안 일어나기.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기.

※떠나고 싶으면 무조건 떠나기.

※화가 나면 무조건 화내기.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살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바람이다. 는 이미 내가 많이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치거나 힘들다고 말하는 건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꾸역꾸역 살았다.

이것이 번아웃 증후군이란 건가? 갱년기?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모두 지난 1년 내 증세와 꼭 닮았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집중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난 알면서도 번아웃증후군이나 갱년기 증세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무슨 병이던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치료가 된다는데 나는 큰 일이다.


브런치 작가님 중에 내 글만 읽고도 내 상태를 알아채시고 에둘러 댓글을 달아 주시는 작가님이 계시다. '작가님 너무 애쓰지 마세요. 쉬엄쉬엄 하세요. 아침에 꼭 밥을 주지 않으셔도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등의 댓글이다. 댓글이 잘 달리지 않는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사실은 내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행동에 대한 칭찬보다 그 과정에서 겪는 내 삶의 고단함을 알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메시지를 적어 주셨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위로와 치료가 되었다.

한 번도 만나지는 못 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시 살기 위한 바람을 적어본다.

※ 일어나기 싫은 날은 조금 더 자고 밥 대신 빵먹이기

※ 주말에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기

※ 일이 힘들면 힘들다 말하고 나눠주기

※ 쉬고 싶으면 미루지 말고 쉬어보기

※ 나의 게으름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하지도 만들지도 않기

※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하기


매년 1월 1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떡국을 끓였다. 첫날을 잘 시작해야 1년을 그렇게 보낼 수 있다는 나 스스로 정해 놓은 규칙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을 청했다. 충분하게 자고 10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떡국을 끓였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가족 모두가 떡국을 먹었다. 가족들도 일찍 일어나서 떡국을 먹지 않아서 좋아했다.


2023년 첫날에 내 맘대로 살기 위한 계획 하나를 실천해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지금 방학이라서 집에 있을 딸과 남편을 위해 무슨 반찬을 해 놓고 출근을 할까 고민 중이다. 의무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 하기 싫으면 알아서 해 먹으라고 말할 것이다.


도전!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