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에 관한 이야기(2)

by 앞니맘


마라탕에 빠진 딸

그런데 얼마 전에 아는 분이 딸을 마라탕 집에서 봤다고 제보를 했다. '그 시간이면 방과 후 특성화 수업 시간인데 이상하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마라탕집에 혼자 가다니 잘 못 봤다고 생각했다. 나는 방과 후 교사와 친분이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어제 우리 딸 방과 후 시간에 제대로 참여했나요?"

"어제 조금 늦게 들어왔어요. 친구랑 헐레벌떡 뛰어왔더라고요. 수업에는 지장이 없었어요."

마라탕집에서 친구와 마라탕을 먹었던 딸이 내 딸이 맞았다. 맵고 짠 마라탕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학원도 안 빠졌는데 도대체 어디서 시간을 뺐는지 궁금했다. 얼마 전부터 자기 친구는 마라탕 먹으러 아빠랑 같이 가는데 우리 집 식구들은 다 마라탕을 싫어한다고 투덜 댔던 기억이 났다. 저녁에 딸에게 물어보니 수업시간과 방과 후수업 시작 사이에 2시간이 비는데 그 날 피아노학원에서 1시간 피아노를 치고 남은 1시간 동안 마라탕집에서 마라탕을 먹고 학교로 다시 뛰어오는 일을 몇 차례 반복했던 것이다.


"마라탕이 그렇게 맛있어? 그렇게 급하게 다니다가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랬어. "

"엄마가 못 먹게 하니까 몰래 먹었지.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해도 다 싫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안함이 밀려오는 건 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돈은?"

"친구는 엄카 쓰고 나는 내 용돈으로 썼지."

그렇다. 여행 간다고 차곡차곡 모았던 돈은 여행이 좌절될 때마다 꺼내서 허락을 받고 위로의 선물을 사곤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마라탕을 사 먹는 돈으로 탕진되고 있었는데 나는 감쪽 같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우리 가족은 딸과 동생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가족 모두 마라탕집에 갔다. 그리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라탕을 최대한 개인 취향에 맞춰서 먹었다. 마라탕집에 혼자 오는 것은 이제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조건을 건 가족 외식이었다.

딸의 용돈에 대해서 둘째 아들이 조용하게 의견을 이야기했다.

"엄마, 막내 용돈 관리를 좀 바꾸는 게 좋겠어요. 내가 돈 없다고 하면 용돈도 주고 해서 좋은데."

잘 놀아주는 오빠가 용돈이 떨어졌다고 하면 기분 좋게 꺼내주기도 했던 것이다.

"막내 돈이기는 하지만 엄마가 필요할 때마 다 주던지 일정 금액을 정해서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 게 돈이 너무 많아요."

"저금을 하자고 하니까 여행 갈 때 쓴다고 싫다고도 하고 얼마가 있는지도 정확하게 파악도 하고 있고 함부로 아무거나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믿었지. 돈이 너무 많기는 해. 의논해 볼게"

"그런 의미에서 저도 월마다 용돈을 목돈으로 주시면 어떨까요? 정해진 돈에서 지출을 하는 것도 배우는 게 좋을듯합니다. 곧 대학에 가면 용돈 관리도 배워야죠."

아들은 딸을 핑계로 본인의 용돈 지급 방식에 대한 건의를 했다. 아들 역시 주변에서 받은 용돈으로 필요한 돈을 쓰다가 모자라면 받아가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고 선물이라도 하려면 엄마 모르는 목돈이 필요해진 것을 나는 알아챘다.

"좋아. 주변에 친구들 얼마 받는지 알아보고 얘기해. 그런데 너 모자란다고 중간에 계속 더 달라거나 미리 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내가 줬던 돈이 훨씬 많았을 것이니 잘 생각하고 얘기하라는 주의와 함께 용돈을 월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곧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들의 충고가 아니었더라도 딸과의 용돈 관련 이야기는 필요했다.

"여행을 가려고 모은 돈을 계획대로 못 쓰게 된 건 엄마도 미안하지만 지금처럼 막 쓰는 건 아닌 것 같아. 오빠가 고3이 끝나면 진짜로 방학 아니라도 여행을 갈 테니까 돈을 은행에 맡기자."

"은행에 다 준다고?"

은행에 맡긴다는 의미를 한 참 설명하고 잘만 하면 돈을 더 주는 이자와 수익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딸의 허락을 받았다. 앞으로 일정 금액의 용돈이 모아지면 여행 전까지 저축을 하고 필요한 돈은 사용처를 얘기하고 쓰기로 했다. 지갑은 딸의 소품 바구니 안에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러기로 결정을 했다.


"통장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통장을 들고 은행을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딸이 처음 핸드폰을 사기 위해 노력했을 때 교육적인 것과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지 않게 해 줬어야 맞는 걸까? 일이고 뭐고 아이랑 보라카이 여행 약속이라도 꼭 지켰어야 하는 건 아닐까?'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한 딸에게 핸드폰도 여행도 성취감을 맛보게 못해 준 것에 대한 미안함과 제대로 경제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함께 밀려왔다.


퇴근을 하면서 마라탕 재료를 내려놓으면서 크게 외쳤다.

"엄마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마라탕을 요리하겠습니다."

식탁에 앉아서 무언가 집중하고 있던 딸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봐 엄청 잘 불었지?"

"그게 뭔데?"

"본드"

"뭐? "

학교 앞에 문방구에서 사 온 본드를 열심히 불어서 풍선을 만들고 있었다. 어이없이 바라볼 내게 딸이 말했다.

"내 용돈은 저금했어? 통장 보여줘."

내게 건네받은 통장을 보면서 딸의 얼굴에 미소가 넘친다. 여행 갈 때까지 용돈을 더 모을 거라는 계획을 밝히고 통장은 다시 내게 맡겼다. 마라탕에 진심인 딸에게 엄마표 마라탕을 끓여서 바쳤다.


마라탕 먹고 본드부는 딸아 우리 꼭 여행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