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떴다. 아들이 작곡 실기시험을 보는 날이다. 아들은 수능이 끝나고 실기 시험 준비 때문에 고시텔을 얻어서 나가야 했다. 아직 엄마손이 필요해 보이는데 오늘도 혼자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새벽연습을 끝내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
함께 할 수 없는 마음에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밖을 보니 눈이 내렸다. 혹시나 일어나지 못했을까 4시 30분쯤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벌써 일어나서 피아노연습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눈길에 춥고 위험한데 택시 타지 그랬어."
"택시 잡기도 그렇고 걸으면서 잠도 깨고요. "
아들은 생각보다 씩씩하고 많이 성장했다. 엄마를 떠날 준비가 진작부터 되어 있었던 거 같다. 고맙고 미안하고 기특하다.
일찍 출근해서 기도를 하려는 계획은 눈 때문에 무산되었다. 자동차가 내려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큰 아들을 깨워서 눈을 쓸기 시작했다. 아빠는 감기에 걸려서 오늘 작업에서는 제외되었다. 옆집 사람들은 눈 쓰는 모습을 몇 일째 보고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 '욱' 했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전에는 저분들이 쓸어 놓은 적도 있었지. 좋은 마음으로 쓸자. 따로 기도할게 뭐 있어. 좋은 일 하면서 기도하지.' 마음을 고쳐 먹고 기도문을 틀었다.
'쓱싹쓱싹 쓱쓱쓱쓱 싹싹싹
똑똑 똑똑 똑똑 똑똑 똑똑똑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길을 따라 눈을 쓸어내려 나갔다. 내 기도소리와
핸드폰의 목탁 염불소리 그리고 비질 소리가 합주를 하는 거 같았다. 오늘 아들이 써 내려갈 곡도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름다운 곡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시험 출제의원이 바라는 정답에 꼭 맞는 곡이기를 바라야 한다.
길을 다 쓸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었다. 집까지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빗자루를 가로로 만들어 내 허리를 받치고 양손을 빗자루에 걸치고 허리를 쭉 폈다. 그리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동안 언덕 위에 멈춰서 숨을 고르고 눈 내린 동네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1시간 전에 눈길을 마주하던 내 마음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오랜만에 아침 운동 잘했다.' 기분 좋게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내가 눈을 쓰는 사이에 아들은 대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아침 도시락을 먹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오늘 나의 기분 좋은 눈 쓸기 기도가 우리 아들에게 닿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잠깐 내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장작불을 지펴 새벽밥을 짓고 4남매 도시락을 싸셨겠지. 4남매 대학을 보내면서 시험장에 함께 가지는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을 밭과 논에서 일을 하시면서 기도하셨겠구나.' 눈을 쓸다가 아들을 향한 내 마음도 알아보고 엄마 마음도 헤아려보는 참 고마운 날이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고 했던가?
결국 나를 움직이는 건 내 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