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비하면 가족 구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했고 이혼 가정의 증가로 인한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의 형태로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 사용하던 교육 자료는 항상 엄마, 아빠, 딸, 아들 이렇게 4인 가족이 예시로 등장했었다. 그런데 현재는 예전과 달리 다양한 형태로 예시가 바뀌었다. 개정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자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 당연하다.
유치원에서는 교육 주제에 들어있는 가족에 대한 수업을 연령별로 다양하게 진행한다. 가족사진을 준비해서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가족 프로젝트 수업을 한 달간 진행하고 마지막 날은 주제에 맞게 엄마나, 아빠 , 또는 가족 모두를 유치원에 초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아빠와 함께하는 오픈수업은 반응이 좋았다. 우리의 목표대로 엄마에 비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아이들과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육아와 교육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0년 전쯤 가족 프로젝트를 끝내고 오픈 수업을 위해서 회의를 진했다.
"원장 선생님 올해는 아빠 참여 수업은 안 될 것 같아요."
"왜요?"
"아빠가 없는 가정이 있어요."
"그래? 많아?"
"1명."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네요."
"아빠가 참여를 안 하거나 사정상 못하는 거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러네, 그동안 그걸 놓쳤네."
"저희는 돌아가신 거 아니면 잘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어요."
우리는 그날 회의를 마치고 주제를 변경해서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오픈수업으로 준비를 하였고 엄마나, 아빠만 따로 하는 행사를 지금까지 진행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가족의 구성이라고 본다. 가족에 대한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불편해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나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 인지부터 시작한다. 어찌 태어났고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성장 스토리도 아이들과 함께 살펴본다.임신, 출생사진부터 백일, 돌잔치 사진 등을 유치원에 보내 주면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서로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누구인지 맞춰보면서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엄마의 만삭 사진을 보면서 뱃속에 자기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면서 엄마가 배뚱뚱이라고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 누구의 가족사진일까요?"
"저요."
"금이 나와서 설명해 주세요."
"나랑 엄마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네 명이 가족이야."
"아빠는 없어?"
"아빠는 있는데 다른 집에 살아."
"헤어졌구나."
"어, 이혼했어. 하지만 아빠는 나를 사랑해."
"당연하지. 아빠니까."
"아빠 만나면 선물도 많이 사줘."
"좋겠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 준다.
"너희 엄마는 얼굴이 왜 다르게 생겼어?"
"우리 엄마는 태국에서 태어났는데 여기로 와서 아빠랑 결혼했어."
" 진짜?"
" 태국이 어디야?"
"아주 멀어. 비행기 타고 가야 해."
"비행기 타고 할머니네 가니까 좋겠다."
"맞아. 좋겠다."
"우리 외갓집도 태국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할머니네도 제주도야. 그래서 비행기 타고 가."
"나는 배 타고 가는데...."
수업과는 관련이 없는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편견 없이 가족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부끄럽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배우고 느낀 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가끔 부모님께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면
"그 수업을 꼭 해야 하나요?"
"수업하는 날 금이는 결석할게요."
솔직하게 불편한 마음을 표시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 또한 그 학부모님의 선택이다. 부모교육이라는 것이 교육과정에 포함이 되어 있지만 선택에 대한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 그 마음 또한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부모님의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유치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생각보다 편견 없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