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by 앞니맘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았는데 양쪽 종아리가 아팠다. 갑자기 운동을 하고 나면 생기는 증세와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종아리가 아플만한 일이 없었다. 2주 만에 유치원차량 운전을 한 것 밖에 없는데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며 칠전에 포진이 생겨서 약을 먹고 있는데 '당뇨와 고지혈약을 함께 먹어서 그런가?' 혼자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쪽 종아리가 아프네."

남편은 별 반응 없이 듣는지 마는지 있는데 아들이 내 말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엄마 종아리가 어떻게 아픈데?"

"알 밴 느낌?"

"그 거참 이상하네."

2층으로 올라갔던 아들이 내려오더니 말했다.

"엄마 신부전증 증세 중에 양쪽 종아리가 아픈 증세가 있다고 하는데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부전증이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왜 신부전증에 걸려? 말도 안 돼."

"병에 걸릴 사람이 정해져 있어요? 누구나 걸릴 수 있어요. 일단 병원에 가보세요."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하고 나서도 계속 다리가 아팠다. 근처 유치원 원장님이 업무 관련 때문에 전화가 왔다.

"원장님 내가 갑자기 종아리가 아파요. 아들이 심부전증 증세라고 하는데 병원부터 가야 하나?

"그럼 빨리 가봐요."

"엄청 바쁜데 난감하네요."

"다 필요 없어요. 우리 아프다고 누가 알아줄 것 같아요? 아파서 관두면 그런가 하지 아무도 몰라 아픈 사람만 서럽지 그러니까 빨리 맡기고 병원부터가요."

유치원 차량 운전을 몇 년 하고 어깨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원장님의 경험에서 나오는 걱정이었다. 전화를 끊고 병원에 예약을 했다. 다행히 바로 다음날에 예약이 가능했다.

"설마 아니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종아리 증세를 찾아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정말 병에 걸린 거면 어쩌지?

그동안 일만 하고 아이만 키우고 살다가 아파서 누워있게 되면 내가 너무 불쌍한데.

직장 먼저 그만둬야 하나?

막내는 아직 팔팔한 엄마가 필요한데. 우리 딸 불쌍해서 큰일이네.'

아파서 기운 없이 누워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한숨이 절로 났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병원 예약했어요?"

"예약했어. 걱정하지 마."

"진짜 갑자기 아픈 거예요?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전화해서 지금 먹는 약을 같이 복용해도 되는 것인지 먼저 물어봐요. 약도 가져가고요."

아들이 전화를 끊자 딸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나 피아노 도착. 알아서 걸어갈게.'

카톡을 보는 순간 '번쩍' 다리가 아픈 이유가 생각났다. 이틀 전에 딸을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남편과 북산에 산책을 갔었다. 산 중턱까지 갔다가 피아노 끝나는 시간이 촉박해서 급하게 내려왔다.

"미쳤구나. 진짜 머릿속을 찍어봐야 하나?"

나에게 나를 혼내면서 예약할 때의 근심석인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로또라도 맞은 목소리로 병원에 예약 취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이렇게 간사하고 삶에 진심이었다니.'


치매가 진행중은 아닌지 MRI를 찍어봐야 할지 고민이다.


나라는 인간의 내면 저곳에는 병에 걸리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편견과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오만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간사하기까지 했다. 지옥과 극락을 경험한 오늘이 나에게는 50년 넘는 어떤 가르침보다 큰 깨달음을 알게 해 준 1박 2일이었다.


저녁에 딸이 병원놀이 세트를 만들어서 치료해 주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치료해 줄게. 치매 걸려도 나는 잊지 마."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잘하고
건강할 때 내 건강을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