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은 모난 돌, 재혼은 둥근돌?

by 앞니맘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다큐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간극장 비슷한 형식인데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차점이다. 남편이 인간극장을 반복해서 보는 바람에 나도 그 주인공들을 지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지겹다는 말에 남편이 다시 찾은 것이 연예인 인간 극장인 것이다.

"남에 인생 들여다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볼만한 게 없어."

방송에서 부인의 생일이라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저 거봐 피디가 또 시켰다."

"저기서 마누라가 울어줘야 하는데."

우리는 점점 송 연출자가 되어간다. 잠시 후에 내레이션이 깔린다.'세 번의 실패 끝에 천생연분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어쩐지 이벤트가 과하더라. 무슨 천생연분은 재혼 이상이 돼야 만나. 행복하다고 방송 나오는 부부들은 다 재혼이야. 천생연분 만나려면 이혼하라는 건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요즘 방송을 보다 보면 참기도 하고 견기기도 하면서 살고 있는 부부들은 나를 포함해서 조금 모자라는 사람들 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이들 때문도 핑계라고 사실은 아직 상대방의 매력이 남아 있어서라고 설명하시는 스님도 계시다. 그 말씀은 곧 아직 오만정이 덜 떨어졌다는 뜻이겠지? 안 봐야 살 것 같다가도 가끔은 불쌍하고 짠하게 보이는 런 마음을 말하는 것일까?


"채널 돌려줘. 첫 번째 마누라인 나는 부러워서 밥이 안 넘어가네. 저 사람 본처하고 살 때도 저렇게 잘했을까? "

"글쎄."

"글쎄는 무슨. 세 번 결혼하면서 모났던 돌이 두 번 세 번 바뀌면서 둥근돌이 된 거지."

"듣고 보니 그러네. 돌 바꾸는 것도 피곤하니까 나 버리지 말고 그냥 살아줘."

같이 밥을 먹던 딸이 우리 대화를 듣고 한마디 했다.

"엄마랑 아빠도 오래 살기는 했지? 저 사람들이 부러워?"

딸의 뜬금없는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이혼하라는 말은 아니고 그냥 살아야 내가 편하지."

딸 말대로 빠르게 변하고 바뀌는 세상에 25년이면 오래 살았다. 은혼, 금혼이 단순하게 긴 세월을 함께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속에 수많은 사연과 과정을 녹여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지인분의 친구가 재혼 후에 방송에 나와서 천생연분을 자랑했다고 한다. 그 방송을 본 딸이 이혼 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아빠를 만나서 따졌다는 얘기를 들었다.'아빠가 그런 좋은 분인지 방송을 보고 알았다. 방송에 나온 사람의 10분의 1만 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힘들고 아프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무엇이 억울해서 잊으려고 노력했던 아빠를 찾아갔는지 이해가 간다. 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모난 돌이 둥근돌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든 부부였을 것이다.


우리는 모난 돌로 만나서 이제 둥그스레 해진 정도다. 아직도 둥글고 매끈한 돌을 향해 변해가는 과정이다. 부딪혀서 깨져야 했고 찔려서 아고 깎이면서 쓰라려하면서 서로에게 둥근돌이 되어가는 이과정도 그리 못난 짓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