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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Aug 20. 2023

매일, 내일 검정고무신


 '2023일 내 일 검정고무신' 


전시회 오픈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춘 옷을 골라 입었다. 남편의 추모 전시회 참석을 위해 미리 올라온 동생은 미팅 나가는 언니의 화장을 해줬던 그때처럼 내 얼굴을 두드려가며 메이컵을 해줬다.

"내가 이뻐 보이면 뭐 해. 옛날 같으면 과부가 화장하고 나댄다고 욕먹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만있어봐. 언니가  추레해 보이지 않기를 형부도 바랄 거야."

동생이 무슨 마음으로 내 얼굴을 분장하고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이들의 옷매무새도 다 봐주는 동생의 눈에는 웃음과 눈물이 번갈아 교체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딸의 노래가 우리를 반겼다.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차 오르는 눈물을 흘러넘치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담담하게 바라보리라.' 다짐을 하고 왔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마주하 순간 내 다짐이나 의지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소나기도 지나가고 오픈식이 시작되었다. 전시회  오픈을 알는 개회사와 도움을 주신 분들의 소개와 축하 인사가 있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더운 날씨에 귀한 시간 내셔서 남편의 추모 전시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을 보내고 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아빠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을 어찌 키워야 할지, 남은 소송은 어찌 끌어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전시회까지 열개되었습니다. 지난 5개월이 너무 길고 힘들었지만 남편을 위해 애써주신 여러 분들 덕분입니다. 오늘 전시회를 위해 아무 의미가 없던 공간을  이렇게 멋지게 연출해 주신 프로젝트 팀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만화가협회를 비롯한 많은 작가님들과 노원문화재단, 홍우주 사회적 기업,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위로와 격려, 내 마음이 원하는 선택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길을 안내해 주신 대책위 작가님들과 변호사님들 감사합니다. 지막으로  형을 잃고 힘들었을 시간을 아빠 잃은 조카들과  혼자 남은 형수를 위해 열심히 뛰어준 시동생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매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2부 토크 콘서트를 기다리는 동안 직장에 반차를 내고 밀리는 금요일 길을 오랜 시간 달려와서 전시회 박명록에 이름을 적어 준 소중한 분들 한 분 한분과 인사를 나눴다.


남편의 전시회에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을 대신해서 인사를 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오늘 분장하고 오기를 잘했다.



https://youtu.be/aZ8iheIUn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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