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김목인 씨의 노래 공연이 끝나고 나는무대에 마련한 자리에 어색한 자세와 표정으로 앉았다.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지인과 관계자들이 맞은편 계단에 앉았고 지나가다가 우연하게 전시회에 들린 일면식도 없는 분들까지 자리에 함께 했다.
"이우영 작가의 처 이지현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소개를 했다.
"갤러리 오픈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셨을 텐데 전시에 대한 인상이나 소감은 어떠셨나요?"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남편과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남편의 삶을 의미 있게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뒤로 이어진 질문은 전시회를 결심한 이유와 과정에 대한 질문이었다. 망설였던 시작이었지만 준비과정을 통해 나와 가족의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이어갔다.
"전시를 준비하는 도중에도 저작권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시회 준비 도중인 얼마 전에 한국저작권 위원회로부터 '검정고무신'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이등록말소처분이 내려졌는데 드디어 캐릭터가 원작자의 품으로 돌아기게 되는 걸까요?"
전시회를 이틀 앞둔 8월 16일 한국저작권 위원회에서 한 달간의 조정 기간을 끝내고 저작권위원회는 청문 진행 결과 공동저작자 4명 중 이우영작가만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자라는 점을 확인해 줬다.
"확정 기사가 나온 날 축하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참 다행입니다. 문제가 다 해결된 것으로 알고 연락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았고 진행 중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계속적인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가님의 그림이 앞으로 더 유명한 그림이 될 것 같은데요. 자식과 같은 캐릭터들이 완전하게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다 같이 응원하겠습니다."
진행자의 응원의 멘트와 함께한 분들의 박수가 진심으로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했다.
"이우영 작가님께서 생전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녀분들이 이 번 전시회에 추모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곡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아빠타령이라는 곡은 아빠를 보내고 돌아온 집안의 분위기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그때 딸이 아빠 깔깔이를 보고 주절주절 떠들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기록해 놨었고 밥을 먹다가 아빠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글로 옮겨서 가사가 되었습니다. 편지는 군대 간 아들에게 보낸 아빠의 편지에 대한 답장처럼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습니다. 남편이 어딘가에서 듣고 있겠죠?"
노래가 흘러나왔고 담담하게 듣는 나에 비해서 토크쇼 진행부터 눈물을 흘리던 제자 김슬기 감독은 노래가 나오면서 눈이 빨갛다는 것이 보일만큼 울고 있었다. 노원문화재단 이사장님의 눈물도 결혼식 축가를 불러줬던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 근웅 씨와 연출팀의 눈물도 날씨만큼이나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딱 오늘까지만 울고, 뜨거운 바램이 시원한 바람이 되어 우리를 찾아오는 날에는 조금 더 쿨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