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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Nov 08. 2023

11월 9일과 검정고무신

11월이 시작되었고 직장점검과 평가가 몰려 있는 상황이라서 바쁜 것은 맞는데  좀처럼 시간이 흐르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나의 생체리듬도 이상해져서 피곤하고 일에 집중이 지 않아서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오고 커피를 끊으면 초저녁게 졸다가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정상적으로 잠자리에 들어도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이 2019년도에 출판사로부터 고소당한 사건과 우리가 반소한 계약무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다. 참으로 아픈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내려지는 판결이 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오늘은 단것이 당겨서  편의점에 들러서 젤리를 사서 먹으면서 일을 했다.


"2023년 11월 9일(목) 오후 2시, 서울 중앙법원에서 <검정고무신> 저작권을 둘러싼 **출판사와 이우영 작가 유가족의 재판이 진행된다. 그간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다뤘던 증거와 자료는 대부분 제출되어 있어, 이번 재판에서 1심 최종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정고무신>은 이우영 작가의 대표작으로, 그의 죽음 이후 불공정한 계약과 사회적 불평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 근거한 불공정 계약 및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출판사에 내렸으나 이우영 작가의 유가족들은 이 같은 조치에 현실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이야기해 왔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유가족은 **출판사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검정고무신>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번 재판은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대책위 간사님이 작성한 보도자료 초안을 대책위 단톡방에 올리면서 검토를 제안해 왔다.


"선고를 앞두고 긴장되고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사건을 오래 진행해 온 변호사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선고를 앞두고는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어떨까 싶긴 합니다. 이렇게 선고를 앞두고 보도자료까지 내는 사례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요. 그냥 제 입장에서만 말씀드리는 내용이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재판을 맡았고 의뢰인의 죽음으로 마음고생이 제일 많았던 변호사의 답변이 올라왔다.


"보도자료를 낼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변호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선고결과에 따른 입장을 물어보면, 판결문 검토하고 향후 소송대리인과 논의를 거쳐서 방향을 결정하겠다. 정도로 언급하고 마무리하면 될 사안입니다. 일을 크게 만들 부분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대책위에서 대변인을 맡으신 변호사님 의견을 올리셨다.


잠시 후에 대책위 간사의 개인 톡이 나에게 도착했다. 내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사실 오늘 즉흥적으로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한 참 전부터 오갔던 내용이었다. 현재 변호를 맡으신 로펌 변호사님과도 의견을 나눴었다. 기자들이 원하면 판결이 끝나고 유가족 측과  간단한 기자회견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보도자료 초안을 받아보고 보도문을 발송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이 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보도문은 내지 않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봬요."

나는 대책위 간사에게 답변을 남겼다.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서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는데 변호사님들의 의견대로 보도자료는 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책위 전체 톡방에 간사의 톡이 올라왔다.


"판결에 영향을 어느 쪽으로 미칠지 모르겠지만 변호사님들이 가장 잘 판단하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아직도 관심이 많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에서 괜찮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저도 변호사님들 의견을 따르려고 합니다. 간사님도 기자들의 요구에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내 의견을 올렸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감정에 흔들리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자칫 언론 플레이로 보여서 판결에 불리할 까봐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나는 판사의 판단이 그렇게 가볍지도 가벼워서도 안된다고 믿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심 판결이 남편의 손을 들어주기를 기다리며 '검정고무신'을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들의 에너지가 모아지기를 기도해 본다.


내일 내가 쓰는 브런치스토리가 불공정계약은 무효라는 소식을 전하기를 바라며 태어나서 가장 긴 밤을 보내기 위에 잠을 청합니다.
'검정고무신' 이우영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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