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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Nov 06. 2023

측은지심이 담긴 김치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내가 뭘 또 시켰나?"

요즘 내 정신을 믿지 못하는 터라 택배를 직접 보기 전에는 아니라고도 내 것이라고도 말하기가 어다.


배달된 택배를 확인해 보니 어머니 이름이 쓰여 있었다.

"원장선생님 거예요?" 

택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보조선생님이 물었다.

"어머님이 보내셨는데 뭘 보내셨지? 설마 총각김치는 아니겠죠? 애 아빠랑 제가 총각김치 좋아해서 제가 못 담면 꼭 해서 보내셨거든요."

나는 가위를 가져와서 포장 박스를 뜯으면서 말했다. 예상대로 총각김치였다.

"어머, 총각김치 맞네요. 선생님도 담갔잖아요."

제가   안 먹으니까 김치를 안 했을 것 같아서 묻지 않고 보내셨나 봐요."

그렇다. 묵혀 놓은 씨앗이 아까워서 텃밭에 뿌리지 않았으면 나만 먹겠다고 총각김치를 담그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마음을 알고 아들 대신 며느리라도 먹으라고 말없이 보내신 것이다.

"자 먹을 거라 전보다 적게 보내셨네요."

"좋아하는 총각김치 실컷 먹으면 되겠네."

가만히 김치를 바라보는 나를 보던 보조선생님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머니, 김치 잘 받았어요. 힘드신데 뭘 보내셨어요."

전화기를 들고 몇 번을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래 벌써 갔어?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너 좋아해서 조금 보냈어. 밥 잘 먹고 다녀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또 울먹거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눈물이 쏟아지기 전에 나는 간략하게 통화를 하고 끊었다. 나는 이런 어머님의 눈물과 우울함을 누구보다 이해하면서도 위로하기가 너무 힘들다. 씩씩해하는 것도 같이 우는 것도 아직은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전 같으면 남편이 전화를 했을 것이다.

"자기 먹으라고 보내신 거니까 자기가 전화해."

내가 김치를 했다고 해도 이 보내시는 것을 보면 어머니 당신의 김치를 아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아닐까? 싶어서 농담 반 진담 반 남편에게 전화를 하게 한 것이다.

"뭘 나만 먹어. 자기가 더 좋아하면서..."

"그렇긴 하지."

오늘 김치를 받고 생각하니 남편말이 맞고 내가 틀렸다.


 퇴근을 해서 차에서 김치를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참 무거웠다.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이 김치를 통에 담으면서 어떤 마음 이셨을까?'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우영이가 엄마 김치를 먹을 수가 없네.' 하시면서  눈물도 함께 눌러 담으셨을 것이다.


나도 며느리라서 시부모님께 섭섭했던 기억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미로서의 시어머니 마음은 애쓰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어머니, 총각김치 오늘 먹었는데 제가 한 것보다 어머님이 하신 게 시원하고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전화대신 문자를 보냈다.

"만나다니다행이내 뭐든지잘챙겨먹고건강하고 씩씩하게알았지잘자"

최선을 다해서 문자로 답장을 보내다.

"어머님도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건강하세요. 저는 애들이 있어서 어찌 됐건 잘 버틸 거예요."


시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를 측은해하시고

나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시어머니를  이해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늙은 돼지가 병에 걸려도 새끼 돼지가 젖을 떼고 홀로 설 때까지는 절대 죽지 않고 버틴다고 한다. 나는 엄마돼지다.
우리 어머님은 지키고 싶은 새끼가 없어졌지만 나와 손주들을 지키는 마음으로 버텨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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