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에는 낡은 라디오가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 업무를 볼 때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을 한다. 오늘도 방송을 듣다보니 '2시 만세'박준형MC가'브론즈마우스상'을 받았다고 방송이 떠들썩했다.'브론즈 마우스'는 MBC 라디오를 1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빠지지 않고 방송을 한다는 것은 칭찬받고 인정받아 마땅하다. 동료와 지인들에게 축하받는 박준형도 평소와 다르게 개그스럽기보다 감동을 감추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보습을 보였다.
문득 남편의 30주년이떠올랐다.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별일 아닌 것처럼 지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아, 이게 뭐야?"
남편 앞으로 보내온 택배 상자에는 팬들이 직접 준비한 30주년 기념 선물이 들어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핸드폰 케이스부터 안경닦이 수건과 핸드폰 고리등 다양한 굿즈와 만년필이 축하편지와 함께 들어 있었다.
"우리도축하 이벤트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벤트는 무슨..."
이벤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남편이 대꾸했다. 핸드폰 케이스를 꺼내서무릎을 꿇고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는 남편의 뒷모습이 팬들에게 절을 올리는 모습 같았다.뭐든 하자고 하면 싫다고 하는 남편이 나는 못 마땅했다.
"하긴, 나도 만 30년인데 뭐가 없네. 통장에 돈이 쌓인 것도 아니고 수고했다고 쉬라는 사람도 없고 병만 쌓였어. 자기는 팬들이 선물도 보내고 부럽네."
나도 인정받고 싶다는 얘기를30년이 뭐 대수냐는 말로돌려서 말하고 있었다.
"예전에 출판사에서 10년 되었을 땐가? 우수 작가로 금으로 된 펜던트를 상으로 받았던 거 기억나?"
"그랬나? 금은 어디 있어?"
남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금의 행방을 물었다.
"모르지 어머니가 챙겼으니까"
남편은 아무 말 없이 팬들이 보낸 선물만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40주년에는 내가 반지 녹여서 메달 만들고 토크쇼도하게해 줄게.그러기 위해서 나는일을 그만두고 자기의 이벤트를준비해야겠어."
"토크쇼는 무슨..."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남편이40주년을 맞이할 것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미루지 말고 우리만의 작은 이벤트라도 해야 했다. 30년을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집중했던 서로를 진심으로 축하고 인정해야 맞았다.
'왜 이렇게 우리는 현명하지 못했을까?' 라디오 속에 주인공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내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박준형 개그맨은 10년 뒤에 골든마우스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꿈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서는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난 9월에 웹툰협회에서 남편에게 황금펜촉상을 수여했다. 아쉽지만 다행이다.
만화가로서 30년을 집중한 당신에게 내 작은 손을 뻗어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토닥토닥상'을 수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