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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n 24. 2024

나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1년을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펴고 일어나는 것도 이 들었다. 마음과 함께 몸도 그렇게 춰 있었던 거 같다.

"아~, 왜 이렇게 아프지?"

안전벨트를 하려고 왼을 돌리다가 나는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면서 벨트를 잡지 못했다.

"엄마, 괜찮아?"

뒷 자석에 앉아있던 딸 얼굴이 어느새 석으로 와 있었다. 겨우 몸을 틀어 벨트를 다.

"병원에 꼭 가봐. 꼭이야."

학교에 도착한  딸이 차 문을 닫지 않고 몇 번을 당부했다.


갑자기 팔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가 아니라 사실은  오래전부터 조금씩 병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외상이 심한 상처가 아니면 참을성 쪄는 나다. 어느 정도의 진통이 아픈 것이고 병원에 가야 하는 지를 잘 모른다. 엄살을 모르는 내가 아프다고 알아챌 정도심각하다는 의미다.  


"갑자기 팔이 자유롭지가 않네. 안전벨트 매다가 팔이 안 돌아가서 식겁했다."

"뭐야. 너도 그래? 우리 언니도 그러던데."

친구와 긴 통화 끝에 나이 때문이고, 병명은  오십견인지 뭔지라고 우리끼리 결론을 내렸다.

"병원 가서 진료 봤고 전화해. 그리고 미루지 말고 운동 꼭 해라. "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는 한결같았다.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병원 가는 일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숙면이 힘들었고  글쓰기 의욕도 없어졌다. 몸이 부서져라 쉴 틈 없이 달려와보니 결국 출발선에 혼자 서 있는 내가 바보 같았다. 나를 돌보지 않은 세월이 원망스러웠다. 누군가에게 이 원망을 돌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나를 아프게 만든 시작 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가족에게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서 식탁에 올렸다. 그날도 주말이었지만  재수학원에 가는 아들에게 줄 주스를 만들고 있었다.  토마토 꼭지를 따다 손이 미끄러졌다. 검지와 중지 사이를 칼에 베었다. 급한 대로 지혈을 하고 붕대 감았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해서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혼자서 응급실에 가서 열바늘을 꿰맸다.  


"엄마, 아야 했어?"

붕대로 감긴 손가락을 알아보고 일 먼저 딸이 알아봤다. 린 딸이 고마웠다.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다음날  얘기할 때까지 남편 몰랐다. 아이를 낳고도 벌떡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30년 넘게 결근 한 번을 하지 않는 나였다. 그러니  내 손가락에 붕대가 큰 상처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남편이 야속하고 섭섭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를 사랑하지 못한 바로 내가 문제였다. 


큰일 났다고 난리를 치면서 학원이고 뭐고 알아서 가라고 하고 남편을 깨워서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병원에 함께 가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을 후회하면서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타인처럼  모른척하고 있었다. 


텃밭에 심은 채소들이 가뭄과 폭염으로 제대로 크지를 못했다. 줄기가 자라지 못하고 겨우 달린 열매를 떨구는 참외를 보면서 내 마음도 쿵 떨어졌다. 식물도 자기가 살려고 저렇게 애를 쓰는데 나는 뭐지? 남편의 부재와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할 줄 모르고 있었다.


일단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아침 스트레칭, 저녁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원장님, 운동시간 났으니까 이 번주부터 같이 해요. 혹시 모르니까. 병원 가서 진찰은 받고 와요."

팔이 아파서 몇 년을 고생한 오십견 선배 원장님이 필라테스 수업 제안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비를 기다리는 참외의 마음으로 나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목, 어깨, 팔을 검사하고 주사 맞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1시간 동안 나를 사랑해주고 나니 내 팔이 내 맘대로 조금씩 움직였다. 의사가 설명한 상태는 억나지 않는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치료 봤고 좋아지면 된다는 말만 기억하고 병원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빗소리가 들렸다.  참외를 살려 줄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챙겨 온 우산, '밥잘누'에서 정해인과 손예진이 썼던 그 우산과 똑같은 자주색 우산을 들고 빗속을 걸었다.

'앞으로 나를 많이 사랑하겠다 나에게

속삭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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