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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Sep 18. 2024

좋은 날, 좋은 사람

가족이 다 모이지 못해도 좋다.

선물 세트가 쌓이지 않아도 괜찮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없어도 추석이다.


딸을 위해 두바이 초콜릿 상자를 들고 슬기가 왔다.

나는 갈비찜에 을 감자와 알밤을 익힌다.

딸과 그녀는 초콜릿 언박싱 영상을 찍는다.


나는 싱크대에서 일을 하고

그녀는 식탁의자에 걸터앉아

남편 얘기, 책 얘기, 영화 얘기, 사는 얘기,

글 쓰는 얘기를 나누며 저녁상을 차린다.


갈비찜도 있고 채끝살도 있는데

작년 겨울에 담근 총각김치가 맛있겠다고 한다.

내가 준비한 저녁상을 보며 맛있겠다고 군침을 삼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은 날이다.

 

아삭아삭 무 씹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것도 쌤이 담근 거예요?"

호호, 내가 심고 담갔다고 자랑하는 시간이 좋다.

 

글 쓰는 나를 응원하고

영화하는 그녀를 응원하는 시간이 좋다.

우리는 무엇이든 응원이 필요할 때 만나는

좋은 사이다.


나는 선생, 그녀는 유치원생으로 만났던 30년 전부터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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