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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Sep 21. 2024

변화를 부르는 바람

연휴 동안 꼭 필요한 만큼만 움직였다. 하고 싶은 일은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몸에서 쉬라는 신호가 왔다. 일단 지친 몸을 잠으로 치료했다. 얼굴은 부었지만 피부는 좋아진 거 같았다.


추석연휴, 우리는 가족아이가?를 확인하며 지냈다. 아이들과 송편을 만들고  절에서 차례를 지냈다. 작년과 같은 길을 따라 납골당에 다녀왔다. 영화관에서 베테랑 2도 관람을 했다.


"대하철인데 먹으러 갈래?"

아이들이 학교로 흩어지기 전에 대하를 먹이고 싶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처럼 1년에 한 번 먹으러 왔나? 기다리다  집에서 구워 먹겠다고 대하만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도 가게로 먹으러 온 것은 처음이다. 가격은 5천 원 차이다. 날도 덥고 비도 오고  5천 원을 투자해서 편하기로 했다. 기다렸다 먹어서인지 아이들이 평소보다 맛있게 먹었다. 아빠랑 데크에서 새우 먹으면서 영상 찍었던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이렇게 남편을 우리 옆에 앉혔다.


라면까지 끓여서 후루룩  짭짭  먹는 모습이 라면광고주에게 알리고 싶을 정도였다.

"오늘을 새우 희생의 날로 정하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새우껍질을 향해 삼 남매가 경의를 표했다.


연휴가 끝나고 만나는 사람들은  9월이   맞냐는 인사를 덧붙였다.  진짜 지구가 이상하다는 걱정도 함께 하지만 참지 못하고 에어컨을 켰다.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과하는 바람이 아침과 달랐다. 창가를 지나던 아이도 시원해진 공기가 에어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9월에게 쌓였던 불만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진짜

시원하데?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로 창문을 더 열었다.


겨울은 얼마나 추우려나?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이 시원한 바람을 더 즐겨야겠다.


올해 더위처럼 불만이지만  참을 수 있는 일, 확신을 갖고 기다릴 수 있는 날들이면 좋겠다.  


지금 불어오는 바람처럼 작은 변화가 모든 불만과 아픔을 잊게 해주는 그런 일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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