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텃밭에 마늘을 심었다. 그런데 12월도 봄처럼 따뜻했다.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린 마늘 싹이 땅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나와도 너무 빨리 나온 싹이 겨울에 다 얼어 죽을까 걱정하며 보온 덮개를 덮었다.
2년 전 3월, 마늘밭에 풀을 뽑으며 남편을 기다렸던 생각 때문에 한동안 마늘 농사를 외면했다. 풀밭으로 변하는 것이 싫어 습관처럼 마늘을 심었지만, 수확량은 내 관심과 비례했다.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졌다. 보온 덮개를 걷었다. 마늘 싹은 봄볕을 쬐기 시작했다. 그런데 3월에 눈이 내렸다. 걱정스러웠지만 나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었다. 매운 마늘답게 잘 이겨 내리라 믿으며 아침, 저녁 텃밭을 오가며 마늘밭을 향해 안부 인사를 했다. 잘 커 주길 바라는 내 눈길 때문인지, 봄비를 한 번 맞을 때마다 초록색 밭으로 변했다. 이상 기온 따위를 무색하게 만든 마늘이 고맙기도 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퇴근하다 풀이 보이면 가방을 밭 옆에 던져 놓고 풀을 뽑았다.
"기특해서 특별히 뽑아 주는 거니까 잘 커라."
마늘 한 포기를 둘러싼 수십 개의 풀을 뽑으며 마늘과 대화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덧거름도 주고 매일 풀을 뽑았다. 마늘은 굵은 육쪽마늘을 향해 성장하고 내 마음은 더 이상 마늘밭을 봐도 외면하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벌써 마늘종이 나왔네."
어느 해보다 굵은 마늘종이 눈에 보였다. 마트에 가면 항상 있는 마늘종이지만 우리 밭에서 나오는 것은 이맘때 딱 한 번 먹을 수 있다. 어릴 적, 엄마는 마늘종을 고추장 항아리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들었다. 갖은양념으로 묻힌 마늘종은 도시락 반찬이 되기도 하고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으면 입맛을 불러오는 밑반찬이 되기도 했다. 아직도 엄마표 고추장장아찌가 그립지만 아쉽게도 고추장 항아리가 비어 있다.
나는 순차적으로 반찬을 만든다. 일찍 나온 마늘종은 날것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두 번째 뽑은 마늘종은 들기름이랑 간장에 달달 볶아 먹는다. 멸치나 새우가 눈에 보이면 함께 볶아 먹는다. 마늘종이 거의 다 나오는 6월이 되면 장아찌를 만든다. 먼저 적당하게 자른 마늘종에 간장을 끓여 붓는다. 다음은 식초와 설탕, 물을 끓여 붓는다. 이렇게 두 가지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먹는다. 초절임은 삼겹살 먹을 때 먹기도 하고 마늘종만 건져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섞어 묻혀 먹는다.
오늘, 마지막으로 마늘종을 뽑았다. 허리는 아파도 마늘종이 끝까지 뽑힐 때 들리는 '뽁' 소리는 나를 힐링시키는 음향이 된다. 반대로 중간에 '뚝' 끊길 때는 나도 모른 게 '아이!' 하는 탄성이 나온다.
"선희야, 마늘종 줄까?"
"뽑았어? 볶아 먹으면 맛있겠다."
3분의 2는 선희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내가 먹을 반찬을 만들었다. 작년 가을부터 봄까지 마늘밭과 함께한 과정이 스쳐 간다.
"마늘이 뭔 죄가 있다고 내 마음이 문제였지."
마늘종 무친 것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내가 했지만 맛있다.
농사도 사람도 마음을 주고 공을 들여야 내 것이 된다.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