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긴 싸움의 끝에서

by 앞니맘


늘 생각하고 있기에 가슴이 무거웠다.

잊고 살자 노력해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불안감이 어떤 안정도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게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이 그랬고 끝나지 않은 재판이 그랬다. 떼어 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림자와 함께 8번의 해을 보냈다.


"엄마, 혹시나 해서 법원에 들어가 봤는데 판결이 난 거 같아요."

딸이 방학 동안 먹을 찬거리를 사러 간 마트에서 아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상대 쪽이 제기한 상고심이 기각되었다는 의미였다.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심리불속행으로 끝났고 방금 전에 이메일로도 보내드렸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ㅠㅠ"

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잠시 과일코너와 정육코너를 오갔다. 눈물도 웃음도 나지 않았다. 뭐라 표현이 어려운 상태로 변호사에게 다시 톡을 보냈다.

"변호사님들 덕분이고 고생하셨어요. 저는 이상하게 덤덤합니다.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요?"

감정 없는 사람처럼 오늘 이후, 내가 준비해야 할 일을 물었다.

"저희가 고민해 보고 협의드리겠습니다."


심리가 다시 속행될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세상. 나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했다. 믿었던 사람들, 신뢰라는 것이 무참하게 깨져버린 그날 이후 나는 아무것도 확신하거나 믿는 따위 없이 살았다.


나를 응원하고 걱정했던 지인들에게 간단하게 소식을 알렸다. 대부분 다 끝났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축하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끝났으니 됐다고 답장이 왔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줄 서기를 하고 있지만 8년이라는 시간보다 짧겠지.


본인 때문에 부모와 형제가 소송에 휩쓸렸다는 말도 안 되는 죄책감에 시간, 소송비용, 상처 모두 혼자 책임지다 영혼까지 내 던진 작가 이우영이 가엽다. 나는 끝났다는 판결문을 들고 그 앞에서 한 동안 울었을 뿐이다. 언젠가 속에서 끓고 있는 다양한 분노가 졸아서 없어지면 눈물도 말라서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나와 아이들의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보자.


그렇다. 끝났다. 그게 중요하다고 위로하자.

마침표가 있어야 다음 문장을 이어가고 그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시간으로 과거에서 걸어 나오자.


작가님들, 소송은 끝이 났습니다. 작가님들의 위로와 격려가 저를 정상적인 엄마로 아내와 자식으로 버티게 해 줬어요. 브런치에서 제가 얻은 것은 출판도 필력도 아니고 소중한 작가님들과의 인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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